마케팅과 친해지기.

본인이 마케팅과 친해지기라는 칼럼 이름으로 설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마케팅이라는 관점이 필요해지는 이때에 마케팅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잘 아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중심으로 공유해보고자 한 것이다.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대로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측면에서 칼럼을 쓰도록 할 것이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인간 행동에도 존재하는 관성의 법칙인 '현상유지 편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개념



현상 유지 편향은 보스턴대학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새뮤얼슨(William Samuelson)과 하버드대학의 리처드 젝하우저(Richard Zeckhauser)가 주창한 개념으로 현재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을 회피하는 심리적 편향을 말한다.

만약 누군가가 현재 상태에서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면 두 가지 가능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다. 이때 두 가지 가능성 중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 판단되면 과감하게 행동으로 연결될 것이지만 손실이 예상될 경우에는 현재 상태를 유지/고수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성향은 주위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사례

 

이사를 가야 할 기회인데도 예전 집을 고수하고, 현직을 한 번 더 연임하고 싶어 하며, 특정 브랜드에 애착을 보이고, 쉽사리 직장을 옮기려 하지 않는다

 

학교 교실은 지정 좌석제가 아님에도 학생들은 거의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다.



여행사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중간에 휴게소나 다른 곳에 들러서 모두 내렸다 다시 타더라도 원래 앉았던 자리에 앉는 행태를 보여준다


초기 휴대폰 구입 후 배경화면이나 벨소리 등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현상. 이런 것들이 모두 현상유지 편향에 해당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어느날 반가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3개월치의 잡지를 무료로 제공할 테니 3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설사 읽지 않는다해도 3달치의 무료 구독은 엄청난 혜택이다. 그는 특정 잡지를 하나 선택했다. 그러나, 그가 깨닫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3개월 후 정기구독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상 가격을 지불하고 정기구독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람은 3개월 무료 구독 이후 약 1년 동안 돈을 지불하면서 정기구독하게 되었다.

 

현상 유지 편향의 원인은 주의력 결핍이다.(귀차니즘 등)

즉, 무료 구독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그냥 놔두기 때문에 장기구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과거 사례 하나.

1868년 6월 23일, 미국 밀워키 주의 지역신문 편집장 출신인 크리스토퍼 숄스(Christopher Sholes)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자판 배열을 고안하여 특허권을 취득했다. 당시 총기 제작업체인 레밍턴 사는 이 특허권을 사들여 1874년부터 숄스의 자판 배열을 적용한 타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숄스가 개발한 자판은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숄스는 가장 자주 사용되는 글자들을 이리저리 흩어놓았을 뿐 아니라 주로 왼쪽에 배치했다. 또 a나 o, s 같은 자주 쓰이는 철자를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손가락으로 누르도록 만들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사용자의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고안한 것이다.

숄스가 비효율적인 자판을 고안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가 새로운 자판을 선보이기 전까지 타자기 자판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두 줄로 배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자판은 타이핑 속도를 높이면 인접한 글자의 글쇠가 뒤엉키는 현상이 발생했다. 숄스는 자주 사용되는 글쇠를 멀리 띄어 놓으면 엉킴이 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빈도수가 높은 철자들을 반대방향으로 배열한 네 줄짜리 자판을 만들었다. 이 자판은 왼쪽 상단에 나란히 배열된 알파벳 글자 Q, W, E, R, T, Y 6개의 이름을 따서 ‘‘쿼티(QWERTY)’ 자판이라고 불렸다.

인체공학적 설계와 거리가 먼 자판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큰 불편을 느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은 워싱턴대학의 두 교수 오거스트 드보락(August Dvorak)과 윌리엄 딜리(William De aley)였다. 1932년 두 사람은 모음 5개(a, e, i, o, u)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음 5개(d, h, t, n, s)의 글쇠를 중앙에 배치한 새로운 자판을 발명했다. ‘드보락(Dvorak)’ 방식으로 알려진 이 자판은 손가락 동선을 절약함으로써 타이핑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을 뿐 아니라 글쇠의 엉킴 문제도 말끔히 해결했다. 타이핑 속도는 쿼티 자판에 비해 30%가량 빨라졌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 새로운 자판은 시장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자판은 사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사용자들이 기존 자판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자판에 적응하려면 교육과 훈련이 필요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원하지 않았다. 1984년에 미국표준협회(ANSI)는 드보락 방식을 ‘제2의 표준 자판’으로 승인했지만 지금은 이 자판을 만드는 회사도,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마케팅에 활용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마케팅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 상품을 보라.

초기 단말기를 바꿀 때 기본적으로 1 ~ 3개월 동안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 있다. 물론, 이는 기간이 지나면 해지할 수 있으나 많은 소비자들은 해지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경우에도 약 1년 반 이전에 기기를 바꾸었으나 당시에 디폴트 옵션으로 선택한 상품을 아직까지 해지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현상 유지 편향 = 인간 행동의 관성의 법칙 = 디폴트 옵션 유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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