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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逆風, 그리고 6년 하고도 8개월이나 흘렀습니다.

2009년 2월 9일, 대보름 맞이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를 하던 중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예상치 못한 역풍)으로 잔불이 거대하게 치솟아 7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한 어처구니없는 참변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그 화왕산에 올랐습니다.

그날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아란 하늘은 드높고 맑았습니다.

은빛 억새는 갈바람에 장단을 맞추고 오색복장 산객들은 억새숲과 하나 되어 가을을 만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세월은, 아픔도 상처도 감쪽같이 덮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은 듯했습니다.

어느 노래가사처럼 ‘세월이 약’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비명에 가신 분들의 가족들은 이 가을, 억새를 보며 또 눈물지을 것입니다.



화왕산은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는 창녕의 진산입니다.

정상부에 5만여 평의 억새밭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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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 K와 함께 자하곡 매표소를 들머리로 하여 걸음을 시작합니다.

길목에 ‘紫霞洞天’이라 음각된 자연석이 객을 맞습니다.

예로부터 산천 경관이 수려한 선경을 일러 ‘동천’이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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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10여 분 걸어 오르면 길은 Y자로 갈라집니다.

자하곡 갈림길이지요. 예까진 완만한 포장길입니다.



오른쪽은 1, 2 등산로, 왼쪽은 3 등산로 방향입니다.

1 등산로는 배바우와 헬기장 그리고 서문을 거쳐 정상에 이릅니다.

로프를 잡아야 하는 암릉구간도 있어 단조롭지 않답니다.

2 등산로는 1 등산로에서 다시 왼쪽으로 갈라져 환장고개로 올라 서문을 거쳐 정상에 닿습니다. 정상에 이르는 최단거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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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도성암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제3 등산로이지요.

도성암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숲길은 완만한 편입니다.

쓰레기를 되가져 내려오는 산객 모습이 보기 좋네요.



한참을 앞만 보고 걷다가 돌아보니 산우 K가 안 보입니다.

그루터기에 앉아 챙겨 온 배낭 속 캔맥을 따 마시며 기다렸습니다.

10여분 지나 나타난 K의 안색이 창백해 보였습니다.

체기가 느껴진다며 컨디션이 바닥이라 했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마냥 앉아 노닥거렸습니다.

다행히 안색도 돌아오고 컨디션도 회복되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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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벗어나 능선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입니다.

너른 억새평원이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 찬란합니다.

파아란 하늘에 두둥실 걸린 뭉게구름의 그림자가

첩첩산군 위로 얼룩무늬를 그립니다.

가을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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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에 이르는 능선길은 산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정상인증샷을 날리기 위한 기다림이지요.

줄서기를 접고, 표시석 뒤로 다가가 정상석 뒷면 ‘창녕의 기상’을 담아 정상 인증을 대신하고선 본격 억새숲길로 들어 가을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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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성….

화왕산(757M) 정상부의 험준한 바위산과 배바위가 있는 남봉 사이는 분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분지를 둘러싸고 창녕 화왕산성이 있다.

산성은 전체적으로 허리 부분이 말안장 같은 형태이다.

절벽부를 따라 체성이 축조되어 있는 山頂式 石城 형태이다.

성곽의 둘레는 약 2.7km이다. 성벽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쌓아 올렸다.



성내 구조물로는 문지, 집수 시설, 추정 건물지, 축대시설 등이 있다.

집수시설은 池 3곳, 泉 9곳이 있었다고 하는데 창녕 조씨 득성 설화가 전해지는 蓮池 1기만 복원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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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을 처음 쌓은 시기는 대체로 5~6세기로 본다.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새로이 사용되는 등 비교적 오랜 기간 활용되었을 것으로 본다.

화왕산성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태종실록’에서 찾을 수 있다.

태종 10년 2월에 화왕산성을 비롯하여 경상도와 전라도의 주요 산성을 고쳐 지었다고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성종대에 이르러 그 기능을 상실하여 폐성된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창녕뿐 아니라 영산, 현풍을 아우르는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되어 곽재우 장군이 의병활동의 본거지로 활용하면서 크게 고쳐 지었다.

임진왜란 이후에도 한두 차례 중수해 지금까지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산성 안에는 창녕 조씨 득성 설화와 관련된 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 비는 못(池)과 함께 경상남도 기념물 제246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