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카이산 최고봉, 新山(2236m)에 서다.]






七高山頂(2,230m)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300여미터 나아가면
'小屋 新山'을 표시한 화살표 팻말이 아래 계곡 쪽을 가리킨다.

내려서기가 못내 아쉬워 다시한번 사위를 조망해 본다.
오른쪽 계곡 저만치에 대피소인 듯한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행들과 함께 산상오찬이 약속된 곳이다.
계곡엔 미처 녹아내리지 못한 잔설도 보인다. 만년설?이다.
늦여름과 초가을 빼고는 늘 눈으로 뒤덮혀 있어 雪溪라 부른다.




왼쪽은 너른 초원이 구름과 맞닿아 있다.
하늘을 받치고 선 七高山 봉우리와도 다시 눈을 맞췄다.

오른쪽 雪溪로 내려서는 길이 까칠하다. 너덜길에 로프가 걸린 된비알이다.
바닥은 부스러진 화산석이라 미끄럽다. 조심 조심 내려섰다.




조금 전 七高山頂에서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던 잔설이
거뭇한 돌무더기 사이로 코앞에 바짝 다가섰다.
저곳으로도 新山(니이야마)에 오를 수 있지만, 대피소가 있는
반대편 루트로 향한다.

대피소에 다가서자 '鳥海山大物忌神社'란 팻말이 먼저 눈에 든다.
조그만 대피소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神社이면서, 잠시 쉬어갈 수도, 하룻밤 묵을 수도 있는 쉼터이다.
산객이 쉬어갈 수도 하룻밤 묵어 갈 수도 있는
설악산 중청 아래 봉정암이 떠올랐다. 규모는 턱없이 못미치지만...


바람이 제법 차고 세다. 볕 좋은 데크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출발 전 산아래 숙소에서 나눠받은 도시락이다.
오니기리(우리의 삼각김밥), 연어, 고구마, 계란말이 등 내용물이 실하다.
여기에 먼 길 달려온 '이슬이'까지...

데크에 둘러앉아 산상오찬을 느긋하게 끝내고서 일어섰다.
눈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일본인 선두 가이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新山(니이야마)은 오르지 않고 여기서 곧장 하산 루트로 진행했으면 한다.
봉우리가 빤히 올려다 보이지만 가파른 비탈에 돌덩이가 어지러이 놓여 있어
결코 만만치 않다. 거대한 돌덩이 사이로 난 크레바스도 안전을 위협한다.
스물 셋 일행 모두가 정상을 찍고 내려오려면 족히 한 시간은 소요된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보행 패턴으로 볼때 날머리까지 5시간은 걸릴 것이며
결국 일몰 후 산행으로 이어지게 되는 등 안전이 염려되어서다."

 


특히나 원정산행에서 산악가이드의 의견은 절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행 중 한 명이 절충안을 냈다.

체력에 자신있는 예닐곱 분 정도만 선두가이드 인솔 하에 정상에 올랐다가
앞서간 일행들을 속보로 따라잡으면 어떻겠냐는 안이다.

일행들은 절충안을 따르기로 했다. 순간, 갈등이 일었다.
정상을 코 앞에 두고서 돌아 선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질?체력임에도 불구하고 頂上 쪽에 붙었다. 민폐는 되지말아야 하는데...
그렇게하여 8명은 정상 루트를, 15명은 곧장 하산루트로 들어섰다.

취재차 동행한 '월간산' 기자 2명 중 한 명은 頂上 쪽에 붙을 줄 알았는데
곧장 하산하는 쪽에 붙었다. 그래도 '월간산'이 주관한 원정산행인데...
頂上에 대한 기록을 어떻게 할지 자못 궁금하다.


산악가이드의 뒷꿈치에 바짝 붙었다.
겹쳐 쌓인 新山(니이야마)의 돌무더기는 매우 거칠었다.
누구는 각설탕을 쏟아부어 놓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또 누군 무너져내린 참나무 숯더미 같다고도 했다.
모난 돌덩이가 급사면을 이루고 있어 온 신경이 곤두섰다.
바위면에 칠해진 흰색 화살표시를 따라 젖먹던 힘까지 다했다.
정상 부근에 이르러 날카로운 암벽 사이를 통과해 한번 내려섰다가
다시 바위를 잡고 기어올라, '2236m 新山'이라 적힌 바위에 닿았다.




바로 초카이산의 최고봉, 新山(2,236m)이다.

아키타 현과 야마가타 현의 경계에 있는 성층 화산으로,
정상은 야마가타현 유자마치(遊佐町)에 있다.
정상은 협소했다. 서너명이 서 있기도 쉽지않다.
바람도 산봉우리의 모난 바위들 만큼이나 거칠다.
키를 낮춘 주변 산군과 우리의 동해가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鳥海山'이라 적힌 나무판을 들고서 초카이산을 인증했다.

 


신산 오르기를 접고 곧장 하산한 일행들과 거리차가 꽤나 벌어졌을 터,
아쉽지만 서둘러 산정에서 내려서야 했다.
돌무더기 산비탈은 오를 때 보다 내려설 때가 더욱 진땀 난다.
다시 쉼터(神社) 갈림길로 내려서서 되돌아본 新山은
날카로움을 숨긴 채 물러나 있다.






고산이라 기상 변화가 심하다. 그만큼 맑은 하늘을 보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산색도 하늘색도 눈이 시릴만큼 너무나 선명했다.
이런 행운은 선택된 자만이 누릴 수 있다던데...

雪溪에 이르러 9월의 눈을 밟았다. 느낌이 묘하다.
U자형 만년설계곡인 센쟈다니설계(千蛇谷雪溪)이다.
초카이산 계곡의 풍부한 눈은 산아래로 흘러들어 논을 적신다.
이처럼 산아래 사람들의 삶의 배경에는 항상 조카이산이 있으며
신앙의 산으로 존재감 또한 커 마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산길에서 본 산자락 풍광은 꾸밈없는 산상화원 그 자체다.
요란스럽게 데크를 깔고 목계단을 설치해 놓은 우리의 산과 대비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거대 왕릉이 연상되는 완만한 능선을 넘어서자, 扇子森(1759m)능선
내리막길 왼편으로 그림같은 산상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7合目의 御浜 부근에 있는 칼데라 호수인 토리노호수(鳥海湖)이다.
7~8월이면 아담한 호수 주변은 야생화로 뒤덮혀 이 호수를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능선 길목에 있는 산장(御浜小屋)에 이르러 앞서간 일행들과 합류했다.
초카이산은 사계를 오롯이 품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산장 오른쪽 길목의
산죽군락은 또다른 계절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하산 길은 매 순간 새로운 풍광을 선사해 지루할 틈이 없다.
드넓은 고원을 따라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깊은 협곡이 나타난다.
협곡의 위용은 폭포 전망대에 이르면 그제서야 확인된다.
평원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천길 단애를 타고서 협곡 아래로 내리꽂히고
그 물은 백사(白蛇)처럼 꿈틀거리는 개천을 만들어 냈다.


폭포 전망대에서 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까지는 평탄한 산책길이다.
예상대로 약 15km 거리를, 9시간 걸어 날머리 주차장에 닿았다.
초카이산은 일행들에게 환송 선물도 잊지않고 선사했다.
주차장 동편 하늘 위에 걸린 요상한 구름판이 그 것이다.
아마도 초카이산을 오래도록 기억해달라는 메시지일게다.


<4시을 끝으로 초카이산 걷記,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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