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장고 용량을 두고 비교광고영상 때문에 서로 다투는 모습이 있다. 경쟁사로 늘 크기와 용량은 그들의 자존심 대결의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두 회사는 사이즈를 계속 키워가면서 앞서가니 뒤서거니 최고 대용량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왜 냉장고는 이렇게 용량이 커지는걸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구성원 수가 1980년 4.5명에서 1985년 4.1명, 1990년 3.7명, 1995년 3.3명, 2000년 3.1명, 2005년 2.9명, 2010년 2.7명으로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의 용량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양문형 냉장고 지펠을 첫 출시하던 1997년 5월 용량은 670L였고, LG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가 첫 출시된 1998년 9월 760L 였다. 그 용량이 2010년 800L를 넘어서더리, 2011년엔 850L를 넘고, 2012년 7월 삼성전자가 900L 8월 LG전자가 910L를 출시하면서 가정용 냉장고 900L 시대를 맞았다. 가구원 수의 감소추세만 보더라도 냉장고 용량이 커지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볼 수도 있다. 900L의 양이라면 소도 한두마리 거뜬히 들어가고 남겠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봐도 냉장고를 꽉 채우면 한달은 거뜬히 먹고 남을 듯하고, 1인 가구라면 저런 냉장고 하나로 6개월은 충분히 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냉장고 용량이 커지는 것은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의 경쟁구도 때문이기도 하다. 신제품에서 더 큰 것을 출시하는 것을 자사의 기술력이자 상품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기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과 대용량으로 제품의 가격 기준 자체를 높여서 매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형마트 소비 확산의 영향으로 대용량의 냉장고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한번 대형마트에 가서 엄청나게 많은 식료품을 사서 냉장고 가뜩 쌓아놓고 먹는 소비문화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냉동식품의 확대로 인해 별도의 냉동고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가전사들은 가정용 냉동고를 팔고있기도 하다. 이렇듯 냉장고의 대용량화는 대형마트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다만 소비자에겐 불리한 점이 많다. 대용량 냉장고 소비를 생산자가 주도하고 유도하는 것이기에 소비자 입장에선 불필요하게 더 큰 냉장고를 더 많은 비용을 주고 사야한다. 상대적으로 더 적은 용량의 제품을 사고싶어도 팔지않게 되면서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불필요하게 다 대용량만 사야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사놓은 대용량 냉장고에 더 많은 식료품을 채워놓게 되면서 식품소비도 더 늘고, 사놓고 먹지않아 버려지는 것도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용량이 커지는 만큼 주방에서 상대적으로 과도한 부피를 냉장고가 차지할 수밖에 없어 공간활용도도 낮아질 수 있고, 용량이 커진 만큼 소형 제품에 비해서 전기사용량도 더 늘 수밖에 없다.

대형화는 냉장고 뿐 아니다. 세탁기도 그렇다. 2007년 14Kg 대용량이 나온 이후 매년 1Kg 씩 용량이 계속 늘어났고 요즘엔 19Kg까지 나왔다. 이 정도 대용량이면 이불 두채를 한번에 빨 수 있을 정도다. 10Kg 미만으로도 전혀 불편함없이 쓸 소비자가 대다수인데도 가전사의 경쟁적 대용량화로 인해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대용량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TV 화면이 늘어나는 건 그나마 봐줄만하다. 가구원 수와 상관없이 대화면으로 영화를 보듯 TV를 보고싶은 욕구는 이해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너무 크긴 크다. 40-50인치 대를 대형TV라고 보던 시대도 있었는데, 이젠 삼성전자가 75인치, LG전자가 84인치를 팔고 있고, 파나소닉은 145인치 까지 선보였다.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서 집 크기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보면 TV 화면이 커지는 것은 너무 과하다 여겨질때도 있다. 하지만 생산자가 주도하는 대형화는 가격을 높여서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지우는 것이다. 32인치를 봐도 충분할 사람도 50인치를 사서 봐야하는 식이니 말이다.

사람은 점점 혼자살거나 둘이 사는데, 냉장고와 세탁기, TV는 용량과 사이즈가 점점 커지기만 한다. 어디까지 가야 멈출까 걱정될 정도다. 계속 커지는 사이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에선 나갈 돈만 커지고, 집에서 백색가전이 차지하는 공간비중만 점점 커질 뿐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커져야 그들은 만족하고 멈출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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