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 12도. 하늘과 땅 사이로 날이 선 바람이 불었다.
청백나비에게 바람결에 실려 온 하루의 운세는 이러했다.

  <허공은 비어 있으나 지상은 바늘 하나 꼽을 자리가 없는 운세. 지구와 태양이 일자로 서서 지축을 흔들고, 분노의 기운은 센데 그 기운 받아줄 여백이 없다.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는 해를 종말로 보는 사기꾼은 모두 죽는다. 한류의 나비들은 큰 세상으로 날아가 말춤을 추고, 미국 말벌은 머리 둘 달린 뱀이 두려워 말집을 보강하고, 일본 일벌은 흔들리는 대나무 섬이 두려워 사방 꽃 섬에 자기 영역을 표시하다가 외톨이 되고, 중국 불개미 떼는 기력이 떨어지자 벌들을 공격하고, 러시아 불나방 어둠 속에서 실리를 챙기고, 북한 흰불나방은 혹부리 2호에서 3호로 이어지나 배고픈 병은 더 깊어가고, 악으로 자유를 누르지만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고, 동남아 새들은 감기를 앓는다.>

  <준비된 이무기가 용이 되는 운세. 동쪽 하늘엔 용 모양의 구름이 서쪽 하늘을 공격하고, 남쪽 땅에는 넘어진 잡초와 꼿꼿한 꽃들이 대조를 이루고, 북쪽을 바라보던 남장(男裝) 여인들 만천하에 노출되고, 북쪽 땅 어린 지도자 우산으로 무거운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만 아슬아슬 하도다. 밥을 위한 극단 분열과 사악한 탐욕에 나라를 구할 귀인은 사라지고 가벼운 언어들이 세상을 희롱한다. 작은 정도령들 큰 정도령의 출현을 막고, 갓을 쓴 신비한 여인인 안(安)이 출현하고, 물구나무를 선 곰(문)들이 재주를 부리지만 봄부터 피어난 무궁화 꽃을 이기지 못한다. 홍백의 무궁화 꽃이 피어나 쌓였던 한(恨)을 정리한다.>

..........

청백 나비는 참나무 숲을 관찰하는 비행에 나섰다. 다시 보는 참나무 숲은 여전히 아픔과 슬픔으로 차 있었다. 독수리에게 쫓기는 참새, 참새에게 쫓기는 말벌,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 오리 배설물을 먹는 콩새, 말벌에게 잡혀 죽은 일벌, 불개미에게 몸을 뜯기는 나비, 흰불나방에게 쫓기는 나비, 힘없이 꽃을 찾는 나비, 말벌의 날개바람에 떨어지는 꽃잎들. …. 청백나비의 눈에 비친 생명체의 아픔들이 자신의 아픔으로 다가와 겹눈에 저장되었다.

  청백나비는 무겁고 아픈 마음을 부력 비행으로 버티면서 숲속을 천천히 날다가 자신의 날개에 상처를 주었던 장수말벌이 불개미에 의해서 분해되는 것을 보았다. 한참 동안을 보았으므로 자세히 알게 되었다. 콩알 크기의 머리는 두 쪽으로 조각나 있었고, 집게 턱은 으스러져 형체를 잃었고, 몸통은 -뻥 뻥- 구멍이 나 있었다. 죽은 말벌은 죽음으로 고통을 종결한 것처럼 보였다.

청백나비는 말벌이 분해된 장면을 보고서야 말벌에게 품고 있던 나쁜 감정이 풀렸고, 곤충들끼리 싸우고, 다치고, 병들고, 죽는 것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그동안 품고 있던 고정 생각들이 분해되면서 생각들이 서로 엉켰다.

  ‘강한 말벌도 죽고, 죽으면 분해된다. 생겨난 것은 소멸된다. 그동안 악을 악으로만 생각했던 2분법적인 기준들이 모두 틀렸다. 생각은 짧고, 무디고, 단편적이었고, 고통을 즐긴다고 하면서 고통을 두려워했다. 행동은 생각과 다르게 움직였고, 이론은 실제와 달랐다. 온통 모순의 연속이었다. 작은 겹눈으로 세상의 일부를 보면서 전체를 본 것처럼 착각했다. 나비 세상을 움직이는 신과 자연의 실체를 모르고 너무도 오만을 부렸다. 새로운 각오를 하자. 전체를 보기 전에는 침묵하고, 신을 받아들여 오만을 죽이고, 나를 버려서 무아의 상태로 돌입하자. 이것을 지켜서 고통에서 벗어나자.’

  청백나비가 서쪽 야지에서 황사 바람을 타고 날아온 꽃잎을 살피자, 지렁이가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멋있는 나비가 왜 꽃을 안 찾고 흙을 처먹나?”
“흙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가엾은 꽃잎을 살피는 중이다.”
“나비가 꽃과 놀아야지, 나비가 저 모양이니, 곤충 세상도 이제 끝판이군.”
“정확히 모르면 말하지 마.”

  청백나비의 새로운 각오도 지렁이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부분적 현상을 보고 까부는 지렁이에게 미움을 느낀 것이다. 미운 지렁이를 꾹 밟아 주고 싶었지만, 날개근육이 시큰거리고 겹눈이 충혈 되어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청백 나비가 자기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 날개를 떨고 있을 때 금빛 나비가 날아왔다.

  「반응하지 마라. 반응하면 악마에게 놀아나 너의 신념과 믿음이 무너진다.」
“악마?”
청백나비는 하나라도 마음에 걸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질문했다.

「악마는 바람 타고 떠돌며, 빛을 가리고, 엉뚱한 짓을 하게 하는 악의 기운이다.

대응하지 말고 순응해라. 순응해야 이긴다. 」

“순응?”

「순응은 지금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다. 언젠가는 죽음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지렁이의 깐죽거림이야 우습지 않나?」

“지렁이가 나비들을 모독해서….”

「반응하지 말고 고통을 뛰어넘어라. 그래도 힘들면 눈을 감고 참아라.」

“모독을 당하고도 참는 것은 비굴이 아닌가요?”

「참는 것은 전체를 보기 위한 여유이며, 평화를 얻기 위한 고행이다.」

“진리는 또 무엇입니까?”

「진리는다수가 옳다고 믿는 중심 원리, 영원함도 소멸도 없다는 것을 아는 지혜다. 」

“제가 유념해야할 진리가 있나요?”

「이제 너는 네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때가 되었다. 너는 참나무 숲의 나비들의 희망이다. 너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참나무 숲은 지금 이대로 가면 나비들은 사라지고 날개는 남쪽의 나비인데 생각은 북쪽의 흰불나방을 추종하는 이중적 나비들이 차지하게 된다. 나비들을 살리고 참나무 숲의 평화를 위해서 나서라. 나비들의 지도자가 될 홍백 나비에게 무궁화 기운을 전하라.」

금빛나비의 말을 이해할 틈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다.

  청백나비는 ‘홍백나비에게 무궁화 기운을 전하라.’는 금빛나비의 말에 마음이 잡혔고 무궁화 꽃을 찾아 나섰다. 무궁화 꽃을 상상하면서 골바람 부는 철원 계곡을 빠져 나와 산모퉁이를 돌고, 감성 들판을 지나 꽃밭 딸린 전원주택을 보았다. 꽃밭 가운데, 짙푸른 잎사귀 사이로 붉은 꽃 심에 순백으로 치장한 꽃잎을 달고 있는 무궁화를 보았다.

  청백나비는 푸른색과 흰색으로 조화된 무궁화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무궁화 꽃으로 다가갔다. 푸른 잎과 희고 붉은 꽃으로 구성된 무궁화와 흰 날개에 푸른 점이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얀 꽃잎 속에 붉은 핏줄처럼 피어오른 꽃 수술은 태양을 연상시켰다. 청백나비는 무궁화 속으로 접근했다. 무궁화가 향기를 풍기며 말을 걸어왔다.

 

“나비가 무궁화를 찾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다. 그동안 세상은 음양이 대립했는데, 이제 영혼을 지닌 청백나비가 조화의 기운을 부리면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

“아직 난, 나비에 불가한데… 영혼이 뭐지요?”

“영혼은 하늘이 생명체에 부여한 고유한 기운, 생명체와 하늘을 연결하는 통로다. 나비들은 날개 속에 영혼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영혼 속에 날개가 존재한다. 나비는 꽃을 돌보는 자체가 영혼을 접수하고 닦는 길이다.”

“영혼이 하늘이 부여한 혼이라면 완벽할 텐데 왜 영혼을 닦아야 하나요?”

“너의 질문에 나의 영혼도 긴장한다. 보이지 않는 영혼은 바람 같아서 그냥 두면 변질된다.

그래서 영혼을 닦고, 수련하여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한 영혼은 상처입지 않는다.”

“영혼을 수련하면 최종 상태는 어떻게 되나요?”

“죽음이 두렵지 않고 고통도 행복이 된다. 그동안 나비들은 꽃을 먹이로만 생각하여 영혼을 모르고 살아왔지.”

청백나비는 더 이상 질문하지 못했다. 무궁화의 말에 압도되었고, 가슴의 진동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도자 나비를 뽑는 날이 다가올수록 지도자를 꿈꾸는 나비들의 언어는 현란했다.

흰나비들의 대표자로 뽑힌 홍백 나비는 ‘나의 꿈을 이루는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나비들에게 호소했다.





“그동안 나비들은 꽃을 통해 생존했고, 꽃의 사랑을 도우면서 고고했다. 그러나 꽃들의 사랑을 도울 줄만 알았지, 나비 자신의 행복을 잃었다. 나비는 행복할 권한과 능력이 있다. 나비가 행복의 주체가 되어, 꽃을 돕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행복을 찾고, 나의 꿈을 이루고,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동안의 나비의 역사는 행복을 알기 위한 시련이었다. 나와 함께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능력으로 자기 행복을 찾고, 누리고, 행복을 나누자. 그동안 싸움에 쏟던 에너지를 행복 찾기에 바쳐서 행복한 나비 세상을 만들자.”

 

그동안 교수 나비로 통하던 오색나비가 젊은 나비들의 인기를 얻고 지도자 나비가 되겠다고 등장을 했다. 오색나비는 ‘새로운 체제, 새로운 성장’이라는 화두로 나비들에게 호소했다.

“그동안 나비 세상은 용기 있는 나비들의 희생으로 진보했지만 아직도 참과 거짓이 공존하는 낡은 체제다. 우리는 3억 년 이상을 살아온 고고한 종족이지만 힘도 방어할 무기도 없다. 나비에게 행복은 배부른 나비들의 언어다. 나비 세상이 함께 행복하려면 나비들의 생존과 자유로운 성장을 방해하는 구조의 모순, 끼리끼리 단합하여 권력을 사유화하는 힘의 모순부터 고쳐야 한다. 힘의 모순 속에 약한 나비들이 희생당한 어두운 역사를 끊고 나비의 존엄성을 찾자. 이제 새로운 나비 세상을 꿈꾸는 나비끼리 뭉쳐야 한다. 아름다운 멋과 혼을 지닌 나비들이여! 함께 뭉쳐서 갈등을 풀고 서로 성장하자. 그리하여 상처 받는 영혼이 없도록 하고, 나비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오는 불행을 막자. 나비들이 참나무 숲의 주인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자.”

 

노랑나비들의 대표가 된 남방노랑나비는 ‘나비가 먼저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를 주제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나비 지도자들이 제시한 보통, 평등, 풍요, 대통합의 언어에 환호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나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했고, 약자를 더 약자로 만들었고, 본디 지닌 나비의 평화마저 깨트렸다. 이론적 근거 없이 성급한 행동을 한 결과다. 무지가 낳은 시행착오였다. 나비와 흰불나방은 지금도 형제다. 제가 지도자가 되면 북의 흰불나방을 초대하겠다. 대립과 갈등을 뛰어넘어, 참나무 숲, 대나무 숲, 중원의 초원이 하나가 되는 거대한 중립지대를 만들고자 한다. 나비들의 미래는 행복과 공정이라는 언어로 진보하지 않는다. 서로의 견제와 협조 속에 힘의 횡포가 존재하지 못하게 하고, 지금의 무디고 무심하고 무리한 나비 판을 나비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판으로 교체해야 한다. 새로운 나비 세상을 위해 남방나비를 지지해 주라.”



홍백 나비의 행복언어는 진정성이 눈에 보였고 현실 속에 이상(理想)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비들을 결집시켰고, 오색나비의 언어는 겉은 부드러웠지만 분노의 기운이 숨어 있었고, 이상(理想)속에 현실을 위로하는 언어로 약자 나비에게 감동을 주었다. 남방나비는 기존의 가치를 뛰어 넘어 새롭고 생기가 넘치는 언어로 노랑나비들의 우상이 되었지만, 현실과 이상의 분리되어 있었다. 홍백 나비는 노랑나비들의 억지(약한 나비들의 실상을 모른다.)와 모함(홍백나비는 독재자 호랑나비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에도 불구하고 나비들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에게는 계산으로 꾸민 허상이 없었기에 나비들의 내면을 움직였고, 하늘 기운이 섞여 있어 장려했다.

- 이 우화가 2012년의 대한민국의 일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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