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멋진 후배는 깔끔한 모습에 자부심 가득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다. 지난 주에 자신이 이룩한 업적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한없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후배를 바라보며 왠지 마음이 편지 않은 것은 내가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이유일까? 몇 년 후에, 멋진 후배가 회사가 이럴 줄 몰랐다며, 나의 능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섭섭해 하며 쓸쓸하게 술 한잔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나 자신이 너무 밉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일은 일일 뿐이고,
일은 나의 능력이나 자부심의 기준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을 일로 보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의 범위에서 수행하면 된다.
하다가 막히거나 힘들면 조직의 규정에 따라 보고하고, 내가 책임지려 하지 말고 조직이 책임지게 하라. 이것이 조직이 있고, 품의와 결재가 있는 이유이다.
일은 내가 아닌 조직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고, 나는 나의 책임만을 다하면 된다.

오랜 직장 생활 속에서 늘 보았던 것은 40대 초반 직장인의 배신감이었다. 그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가정도 무시하고,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해왔던 직장이,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에 대하여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회사에만 잘 못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 우리가 일을 일로 보지 않고, 책임감이라는 허울 아래, 밤새고 주말도 없이 일하고서는 회사로 부터 보상을 바랬던 것은 아닐까?

나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열심히 일했다는 의미는 아는 건지? 조직에서 열심히 했다는 의미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과는 달라서,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과는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조직이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일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인정 받을 때 비로서 열심히 한 것이다.

직장 생활 중에서 가장 일을 잘 했던 후배는 다음과 같이 일을 했다

일을 담당하게 되면 가능한 범위에서 자료를 만들어서 관련자 들에게 보내서 공유하고,
회의를 하여 관련 자들을 모으고, 의견을 듣고, 자료를 보완하고,
제안서를 쓸 때가 되면, 유관 부서와 회의하고 영업, 제안팀, 개발팀을 소집하여 일을 분담해서 처리하고
일이 마무리 되면 정리하여 관련 자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고맙다고 하고… 괜히 밤새지 않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팀장님께 이야기하고…

그리고, 가족들과 1년에 한번씩 해외도 다녀오고, 주말이면 카메라 들고 동호회 사람들과 사진 촬영하러 다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와이프와 외식하고, 평일 저녁에는 선 후배들과 술 한잔하고, 인터넷에 자기의 사진 까페를 열어서 운영하는데 회원수가 2000명이 넘고…..

직장인으로 살면서, 일에 목숨 걸지 말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자. 일을 자기 과시가 아닌 일로 보고 조직의 힘을 빌어서 해결하도록 하자. 내가 앞에서 말한 후배는 일도 충분히 하면서 자신의 여가와 가족의 행복을 모두 누리고 있었다. 물론, 승진도 빠르고 선배들로 부터의 평도 아주 좋다.

회사에 불만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불만이 “일이 너무 많다, 부담된다” 와 같은 것이라면, 자신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 일을 능력의 척도로 보고 계신가요? 그래서, 이 일을 잘해서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가요?

만약 그렇다면, 정신 차리세요.

정확히 말하면, 사회에서 바라는 일 잘하는 사람은 일을 조직에서 흐르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하겠다
“너의 핸드폰이 하루에 2건 이상 당장 조치해야 하는 급한 전화가 온다면, 네가 무언가를 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은 네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해야 하는 데, 네가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