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왜 강한가(2)에서 이어집니다.



일본에서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린룸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센다이다. 수도 도쿄나 2위 오사카가 아닌 10위권 도시 센다이에 일본 최고 클린룸 시설이 있다.

센다이는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3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보통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일본내에선 살기 좋은 도시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도호쿠 지방의 중심 도시로 인구는 100만명 선이다.

최근 외신기자 클럽 초청으로 센다이의 도호쿠 대학을 취재할 기회를 가졌다. 도후쿠대학은 일본에서 3번째로 세워진 제국대학으로 2년 뒤인 2007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도호쿠대학은 원래 이공계에선 일본내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대학이다.

최근 더욱 유명해진 것은 이 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다나카 고이치씨가 20002년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학사 출신으로 일반 회사의 평범한 샐러리맨 연구원인 다나카시는 노벨화학상을 받은뒤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도호쿠대학은 특히 재료공학, 화학 등이 강하다. 재료공학 분야에선 ISI 논문 인용수에서 최근 10년간 세계 연구기관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대학은 산학협동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기업과 연계된 부설 연구소를 운영, 곧바로 연구 실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금속재료 연구소, 전기통신 연구소 등 이공계 5개 부설 연구소는 기업들의 후원으로 설치됐다.

흔히 얘기하는 수준의 산학 협동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기업측 연구원들이 학교 연구소로 들어와 대학측 연구진과 함께 연구하면서 연구 결과를 상품화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 이었다.

도호쿠대학 실험실에서 출발해 중견 기업으로 성공한 벤처 회사만도 30개를 넘는다고 한다. 산학 협동으로 개발한 금속 플라스틱(Metal Plastic)과 반도체 칩 기술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게 오니시 히토시 이사의 설명이다.

일본은 국토가 그리 큰 나라는 아니다. 한국의 4배, 남북한 전체와 비교하면 2배가량 되는 나라다.

그러나 지방으로 가보면 일본이 큰 나라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지방의 대학을 찾아보면 곳곳에 우수한 연구시설과 연구원들이 불철주야 연구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도시 거리를 배회하는 괴상한 차림의 일본 젊은이들도 많지만 전국 곳곳의 연구실에는 밤잠을 설쳐가면서 실험에 열중하는 젊은이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큰 한국과 달리 일본의 지방 국립대학의 경우 인적 자원이 매우 훌륭하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학의 우수한 연구기관들이 제조 대국 일본의 뿌리라는 점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기업과 대학이 긴밀히 연대해 10년, 20년뒤를 준비하는 일본의 과학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제조 경쟁력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