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방송에서 심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강아지를 치료하는 과정을 본적이 있었다.

방송의 주인공은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을 데려와 몇 개월간 보살피고 돌봐 주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강아지는 주인과 친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사람의 인기척만 나도 구석으로 도망가 숨어 버렸다.

헌데 의외로 치료법은 간단하였다. 강아지는 새끼 때 혼자가 되어 엄마개의 냄새를 몰랐던 것이다. 수의사는 강아지에게 마치 엄마개의 냄새처럼 위안과 안정을 주는 오일 향기를 맡게 해 주었다. 몇 일간을 수의사는 물론 주인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바르게 한 후 강아지에게 접근하자 강아지는 정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른 강아지가 되었다..


… 어머니의 어릴 적 꿈은 유학을 다녀와서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갑자기 기운 가세는 자신의 꿈마저 접게 만들었다.

나름 선생님이 되어 가정을 이끌어야 된다는 생각에 교육대학에 진학하였다. 큰 딸이었던 어머니는 아르바이트와 과외 등으로 학창시절 또래들이 누리는 아주 자그마한 행복마저도 포기한 채 대학을 아주 힘들게 마쳤다.

결혼을 한 후 어머니는 그 꿈을 딸이 이루어주기를 희망하였다…

공부가 보약인 딸은 공부자리가 저 멀리 변지에 숨어있다. 비록 부족한 실력이지만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따라왔다. 하지만 공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학업 자리가 약하면 기대했던 결과만큼 나오지가 않는 법이다. 물론 기대는 어머니의 눈높이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딸은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더 이상 자기를 힘들게 하지 말라고..대인 기피증과 우울증 증세마저 보이는 딸을 데리고 정신과 상담을 하였다.

ADHD 진단을 받았다. 이 증세는 약을 먹으면서 조금은 안정되었지만 대인기피증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대인 기피증은 대학입시 면접마저 포기하여 만들어 할 수 없이 지방대학에 진학하였다..

나름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교수님의 추천으로 몇 군데 회사를 지원하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딸은 또다시 면접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면접을 보러가야 하는데 딸아이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민을 토로하는 40대 후반의 어머니의 이야기다….



한 시간 반이 넘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남편의 이야기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 타고난 명국에는 공부 자리와 자녀자리만 있을 뿐 남편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유난히 눈에 띠는 특징은 탁월한 정신 복원력이다. 남편 도움 없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정신 복원력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극한 상황을 극복 할 때는 장점이 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융통성이 발휘 되지 않는 단점 또한 존재 한다.

자리가 없음은 인연이 없다는 것. 남편이야기 생략은 당연지사이다. 본인의 주 관심사는 오로지 자녀와 자녀에 대한 학업의 성취도뿐이었다.

“어머니에게 자녀의 자리는 그 어떤 자리보다도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당연히 어머니의 관심사 역시 자녀의 교육이겠지요. 하지만 그 것은 자녀의 생각을 배려하지 않는 어머님의 틀 안에 자녀를 넣어 두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어머니는 자녀를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바람이지요. 어머니는 사랑과 관심이라는 명목 하에 따님이 자신의 그림을 대신 그려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남과의 소통자리가 부족한 딸이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따라온 것은 어쩔 수 없는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따님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의 문제인데요. 이제부터라도 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문이 열리지 않는 한 자녀의 대인기피증 극복은 물론 방에서도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몇 일전 보았던 수의사가 강아지를 치료하였던 과정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머니! 따님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런 어머니의 향기가 아닐까요!…”

딸에게 어머니의 향기는 향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향기는 방향을 말함이다. 방향을 잃어버린 삶은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마음의 치유가 되지 않는 한 어쩌면 딸 역시 어머니라는 위치가 되었을 때 지금의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하기가 쉽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꼭 채워져야 할 것이 부족함이 되어버리면 결국 그 자리는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언젠가는 제목을 바꿔 ‘어머니의 향기 그리고 어머니의 꿈’이라는 글로 다시 쓸수 있는 아름다운 모녀지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