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종합병원에 간적이 있다. 괜히 따라왔나 싶었다. 세상의 모든 환자들이 다 여기에 모인 듯 했으며 병원은 결코 올때가 못 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복습하게 만들었다. 그중 가장 쇼킹한 것은 병원서 처방해 주는 수많은 약들, 어머니의 몇 달치 약은 혈압약, 신경통약, 안정제 등 거의 장보기 수준이었다. 어머니는 거의 몇 년째 약을 달고 사신다. 몸은 낫지도 않는데 약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는 것 같아 슬프고 한편으로 웬지 기분이 씁쓸해 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듯 거의 습관적으로 약을 먹고 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깨가 조금이라도 걸리면 파스를 붙이고, 두통에는 진통제, 감기에는 해열제, 위장에는 제산제와 소화제, 잠이 안오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거의 매뉴얼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의학전문가가 아니지만 일부 의학전문가(일본 의학박사 ‘아보도오루’등)의 주장을 인용하여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다.

뜻있는 의사들은 약의 장기복용이 우리 몸의 자율신경,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깨고 면역력을 저하시킨다고 깊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진통제의 상시복용은 일시적인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자율신경의 혼란의 가져와 어깨 걸림과 같은 새로운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병에 걸리면 사람은 심약해 진다. 그래서 약의 힘을 빌어 이를 치유하려는 조건반사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약을 안 먹으면 병이 심해질것이라는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있으니 경미한 질병에도 일단 약부터 찾는다. 과연 약이라는 것이 TV광고처럼 만세를 부르며 ‘금세 나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그 흔한 감기 바이러스는 완치 약이 없다고 한다. 2-3일 열이 오르다가 우리몸의 면역작용에 의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감기다. 감기에 걸리면 약먹으면 7일, 약을 먹지 않으면 일주일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시간이 그저 약인 것인데 마치 약을 먹어서 나은 것 같은 착시에 빠지고 만다. 오히려 열이 오를 때 해열제를 써서 우리몸이 감기균과 싸우고 있을 때 찬물을 끼얹어 감기를 질질거리며 오래가게 만든다.

약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꾸자. 약은 되도록 절제하고 정말 견디기 어려울 때 내몸에 한번씩 처방한다고 생각하자. 병이란 것은 약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병을 고치겠다는 마음을 유지 하는데 있다. 마음가짐이 없으면 병은 약이나 먹으며 하루하루 그냥 그냥 살아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결국 거꾸로 약이 내몸의 활력을 방해한다. 약이 없으면 불안하게 만드니 스트레스 마저 불러온다. 때론 약은 참 고약한 존재이다. 따라서 큰병이 아닌 작은 질병 등에 대해서는 일단 맨 정신 맨몸으로 부딪쳐 보아야 한다. 내몸이 갖고 있는 천연자원이 질병과 싸워 이겼을 때는 단단한 방어력이 생겨서 약이 필요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에 졌다면 약을 잠깐의 구원투수로 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스러울 정도로 잘먹고 잘사는 오늘날에 약은 더욱 남용되고 있다. 우리들이 어린시절, 가난한 시절에는 약 없이도 또는 민간요법으로 잘 버텨냈지 않았는가. 특별한 사항이 아닌 경우라면 금연을 결심하듯 독하게 약을 끊어보자. 그리고 내 몸의 저항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지켜보자.

‘건강의 최고다’라고 누구나 말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약이며 건강보조 식품으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약은 질병의 통치자가 아니다.

약(藥)은 약(弱)한 녀석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