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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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주의와 군주제, 전통종교는 증기기관과 철도, 전기 등의 산업화와 수백만 노동자를 만족할 근대경제를 꾸려가는 데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류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했다. 자유민주주의, 공산주의 독재, 파시즘 체제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시즘(히틀러)이 나가떨어졌고, 194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세계는 단 두 가지,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격전장이었다. 그 후 공산주의가 인간사회 부적합성과 자기모순으로 무너지면서 자유민주주의만 남았고 지속하는 듯했다.

그러나 내성이 생긴 공산주의 바이러스가 유령처럼 배회하며 자유민주주의를 괴롭히고 있다. 특히 한국 주변에 모두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높은 시민의식이 없으면 현상 유지조차 힘든 제도다. 모든 권력을 잡아 투표로 정권을 넘겨준다는 제도 자체가 인간 본성상 불가능한 일이다. 제후, 군주, 왕조시대를 상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제도다. 손에 쥔 모든 것을 다 잃어야 하고 보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자유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로 정권교체를 순조롭게 하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한 정도고 대만이 근접해 있다. 일본 조차도 사실상 자민당 연정으로 6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체제로 반쪽(0.5) 민주주의 국가다.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어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가 전무하다. 닉슨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사면까지 받았고, 오바마 재임 시절 전임 부시 대통령이 테러용의자 고문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과거를 보지 말고 앞을 보자"며 덮은 사례도 있다.

최근 한국은 정권 교체 후유증을 겪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 미국과 유럽선진국처럼 자리 잡으려면 두세 번 정도 정권교체, 약 십 수 년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한국의 민주적 정권교체는 놀라운 성과이고 희망적이다.

아무튼 인류는 자유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등 3가지 모델을 실험하고 시행하려고 1세기에 걸쳐 끔찍한 전쟁과 혁명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21세기 인지능력까지 대체하는 AI 등 ‘정보 기술 ’과 유전자 조작까지 가능한 ‘생명기술’ 발전과 결합으로 향후 일어날 문제를 상상하면 지난 전쟁 등은 애교 수준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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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사용한 대량살상, 유전공학에 의한 인류 기본질서 혼란, 인간의 끝없는 지구 괴롭힘에 따른 생태계 파괴는 전쟁보다 심각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고 목전에 다가왔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의 일, 일자리문제다. 자본과 AI 정보결합은 대부분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고 맹렬 진행 중이다.

드론, 스마트 올 모빌리티, AI 로봇이 차지하는 일자리 대신, 관련 로봇을 만들고 관리하는 고급업종은 일시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인간 일자리는 70~80% 이상은 사라진다. 21세기 중엽이 되면 OECD 국가의 경우 인구의 75% 정도가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망한다.

과거 산업화 흐름 속에서 밀려난 무산자( proletariat)와 달리 이번 정보·생명기술 혁명 시대에서 밀려나는 실업자들은 불안정한, 직업 정체성을 못 가지는 '시간제 노동자라도 되면 다행이다. 이른바 프레카리아트 (precariat)라는 새로운 유형의 실업자 계급이 된다.
프레카리아트 (precariat)는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precario, 불안정한)’와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무산 노동계급)’를 합성한 신조어다.
그래도 경제활동 최종소비자는 '인간 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는 긍정적 희망 역시 아주 비관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컴퓨터와 로봇이 생산과 소비 등 거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로봇 기업은 로봇을 만들어 광산에 팔고, 광산에서 로봇이 철을 캐고 제련하여 로봇 기업에 판다. 대부분의 경제 구조가 이런 식으로 가능하다. 우주 개발, 우주 정복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은 로봇과 컴퓨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에 담겨있는 인간의 '권위'도 AI와 로봇으로 전가된다는데 있다. 인간 삶에 대한 결정권이다.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입이 없어진 인간에는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주어 해결한다는 대안도 거론된다. 이는 유령이 된 변종 공산주의가 환생하는 일이다. 생산을 같이하여 필요한 것을 쓰는 공산주의 시스템이 아니라 할 일 없는 인간에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정보·생명기술 인간의 만족, 행복도 생화학적으로 규명하고 느끼게 해 준다. 첫눈에 반하게 하는 도파민, 콩깍지를 씌워 다 좋게 보이게 하는 페닐에틸아민, 연인들이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 통증을 완화해 주고 안정감을 주는 엔도르핀 등이다.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와 다른 동물, 생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근원적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홍익인간'이 있다. 무생물까지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인류를 포함한 지구와 우주를 동일체 이념과 사상은 지금 우리가 하는 일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다만 홍익인간은 현대화한 텍스트가 없다. 아리송한 구호만 있다.
공부 중인 랍비 모습 / 출처 unsplash
공부 중인 랍비 모습 / 출처 unsplash
유대인의 토라와 탈무드는 우리의 홍익인간과 비슷한 이야기를 구체화하여 실천하며 고도화하고 있는데 반 하여 홍익인간은 현재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유대교는 신약성경이 아니라 구약성경을 믿는데 특히, 처음 다섯 권의 책, 모세오경(Torah)을 중요시한다. 유대교는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에 얼마나 거룩한 태도로 행동해 왔느냐 중요하다. 천국과 지옥이 분명치 않은데 유교와 유사하다. 사제도 없다. 랍비가 사제 없는 시너고그(synagogue), 유대교 회당이 유대인 정신세계의 주축이다. 또 유대인은 가정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잘 실천한다.

유대인은 야훼(YHWH)'를 도와 세계를 멋있게 만들기(재창조) 위하여 끝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 뜻에 맞게 이상세계로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기 몫을 찾아내 그 책임을 다하려 한다. ‘티쿤 올람(Tikkun Olam)’이다. 홍익인간과 비슷한 사상인데 사상이다. 티쿤은 ‘고친다’는 뜻이고, 올람은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티쿤 올람’은 세상을 개선한다(To improve the world)는 뜻이다.

유대인이 금융, 기술, 노벨상, 문화, 정치 등으로 미국 등 세상을 거머쥐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돈은 필요하지만 수단일 뿐이다. 돈을 번 그 이후, 돈 너머 신의 이상세계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유대인은 단기성 투자도 잘하지만,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지속성 있는 장기투자 에비중을 많이 둔다. 각 종 백신, 전기, 라디오, TV, 인터넷, 컴퓨터, 반도체 등 인류의 핵심 기술 대부분은 유대인이 만들었다. 당장은 돈이 안되지만 인류를 위해 당면한 필요한 일, 불편 해결을 위한 투자와 연구를 집요하게 해 왔다. 노벨상의 20% 이상이 0.2% 안 되는 유대인들이 독차지하는 이유다.

개인의 행복, 자유를 위한 경제, 정치 등 인류의 모든 고민은 결국 자유민주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자본주의 등을 거쳐 결국 홍익인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한국이다. 우리는 이미 5천 년 전 홍익인간을 실험하고 실천했다.

한국인이 누구인지 홍익인간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식인을 포함한 언론과 범정부적으로 연구하고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홍익인간 현대화 교본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태교, 가정, 학교, 사회, 기업, 정부 등 실 생활과 사회 및 국가활동에서 홍익인간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한국인은 물론이고 세계인, 지구의 미래가 있다.

탈무드는 AD200년경 ‘미쉬나’부터 7세기까지 만들어 1975년 기준 약 300만(5400쪽) 단어로 구성되어 지금도 유대인들은 이를 집에서 가르치고 실천한다.

유대인의 단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금권정치, 금융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인 소득 불평등과 빈부 격차, 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심에 유대인이 있다. 그러나 우리와 홍익인간 제세이화와 비슷한 ‘티쿤올람’을 실천하는 점은 제대로 배워야 한다.

설날을 맞이하여 필자를 비롯하여 하루하루 돈만 바라보고 사는 대부분 한국인의 삶에서 돈 너머 '무엇'이 있는지 차분히 고민할 때다. 또 덧없는 한 움큼 권력을 위하여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 나라를 365일 사분 오열하는 정치 현실 너머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정치인들 스스로도 돌아봐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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