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강달러시대, 수축하는 글로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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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강달러시대의 글로벌 경제에 대하여 민주당 국회의원인 홍성국은 앞으로 지속될 불황을 예측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저의 예상도 앞으로 ‘당분간 경기 회복은 없다’입니다. 왜냐하면 거품이 터지니까요.
현대 경제에서 가장 흔하게 들어본 단어가 ‘거품’이죠. 그리고 모두 알아요. 거품은 언젠가 터져야 하고, 그게 언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품의 종말’에 관한 책들이 이미 이십여년 전부터 쏟아져 나왔습니다. ‘버블붐’, ‘화폐의 추락’, ‘은행이 멈추는 날’, ‘추락하는 미국 달러, 무너지는 한국경제’, ‘세계화의 종말’ 등, 그 책들의 대부분이 금융 분야에서 지나친 부채의 확장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제레미 러프킨은 지구 환경의 거품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거품들은 결국 ‘사회 거품의 터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수축사회’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수축사회’를 쓴 홍성국에 의하면 수축사회란 인간 사회의 긍정적 요소들인 ‘파이’가 줄어드는 사회입니다. 풍요롭게 발전하면서 인권도 신장되는 민주주의 사회가 팽창사회였다면, 이와 반대로 가는 사회가 수축사회이고, 이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팽창사회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수축사회가 되는 요인으로는 1) 인구감소, 2)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3) 개인주의와 이기심의 강화로 들었습니다. 출산율 감소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강화시킵니다. 자녀가 한두명이 보통인 가정에서 부모의 집중적인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개인적 성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치명적 결함인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중산층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20세기까지는 인구가 늘면서 과학 기술의 발전, 민주주의의 확산같은 시민권 성장으로 물질적 부와 정서적 안정이 동시에 가능한 팽창사회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산층과 인구는 줄어드는데 과학 기술의 발전은 공산품의 공급과잉 속도를 급속하게 빠르게 합니다.
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공급 과잉을 돌파하기 위해 투자를 더 많이 늘리고 경쟁자를 죽이려는 제로섬 게임에 돌입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과잉이 인구 증가보다 빨랐고, 인구 감소 시기에도 여전히 생산량은 늘려왔습니다. 각국 정부나 기업은 빚(부채)에 의지한 성장을 21세기에도 계속해서 해오고 있습니다.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투자에 소요된 자금 대부분이 부채였습니다.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정책이 필요할 때마다 해온 땜질식 처방이 수축사회로의 전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두나라의 문제가 아닌 것은 세계가 촘촘하게 엮인 세계화로 온 세상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품이란 비누거품이 아닙니다. 경제에 잔뜩 낀 거품입니다. 이 거품은 부동산에도, 주식에도, 부채에도 많이 끼어 있습니다. 아뭏튼 돈이 들어간 금융 상품에는 모두 이 거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 그럼 왜 돈주고 사는 물건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냐? 고요. 좀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선진국 중산층의 눈물과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고통이 들어있지만, 거품이 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세계화되면서 선진국의 공장들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의 중산층이 무너졌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무너진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 외국에 나갔던 미국기업, 외국의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자는 겁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은 선진국 공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실물경제는 오히려 퍽퍽해졌지만, 돈이 돈을 만드는 화폐. 금융경제쪽은 그 크기가 팍팍 컸습니다. 어떻게 해서? 거품을 확확 키워서 말입니다.
경제에서 거품이 끼는 이유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네델란드 튜울립 사례처럼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주체를 못해서 물건 값을 올리거나, 돈을 너무 많이 찍어 값이 올라가거나.
예쁘지만 조그만 튤립 한 송이가 집 값만해질 때 네델란드는 전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청어, 해상무역, 어업과 공업의 발전, 선박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최고의 번영을 누릴 때였습니다. 한 마디로 돈이 남아도니 그런 일도 벌어집니다.
반면에 요즘 세계 경제에서 말하는 거품은 달러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옛날 같으면 달러가 많이 풀렸으면 미국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다시 불경기로 갔다가 호경기로 회복하는 경기순환 사이클이 있었겠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세계화 시대입니다. 미국 돈이 전 세계 구석구석 까지 풀렸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에 거품이 발생한 거죠. 미국 돈 달러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를 부자로 만들었지만, 지금보니 거품 부자입니다. 그리고 그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과 책도 많아요.
특히 부채 거품은 언제든 터질 것이고, 그 거품이 터지면 은행이 망가지고, 결국 세계 경제도 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합니다. 튤립 거품은 네델란드 사람 전체도 아닌, 오로지 튤립에 투자한 네델란드 사람만 손해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달러 거품은 전 세계가 같이 터집니다.
저는 지금부터가 그 거품이 터지는 시기라고 봅니다. 혹시 모르죠. 아직 더 거품이 유지되거나 커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것은 누구나 거품이라는 걸 아는 불안한 경제 회복이 될 겁니다. 오래가지 못하겠죠.
그 거품이 터지는 날은 온 세계가 지금보다 한참 아래로 가난해지는 날입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현대 경제에서 가장 흔하게 들어본 단어가 ‘거품’이죠. 그리고 모두 알아요. 거품은 언젠가 터져야 하고, 그게 언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품의 종말’에 관한 책들이 이미 이십여년 전부터 쏟아져 나왔습니다. ‘버블붐’, ‘화폐의 추락’, ‘은행이 멈추는 날’, ‘추락하는 미국 달러, 무너지는 한국경제’, ‘세계화의 종말’ 등, 그 책들의 대부분이 금융 분야에서 지나친 부채의 확장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제레미 러프킨은 지구 환경의 거품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거품들은 결국 ‘사회 거품의 터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수축사회’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수축사회’를 쓴 홍성국에 의하면 수축사회란 인간 사회의 긍정적 요소들인 ‘파이’가 줄어드는 사회입니다. 풍요롭게 발전하면서 인권도 신장되는 민주주의 사회가 팽창사회였다면, 이와 반대로 가는 사회가 수축사회이고, 이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팽창사회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수축사회가 되는 요인으로는 1) 인구감소, 2)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3) 개인주의와 이기심의 강화로 들었습니다. 출산율 감소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강화시킵니다. 자녀가 한두명이 보통인 가정에서 부모의 집중적인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개인적 성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치명적 결함인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중산층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20세기까지는 인구가 늘면서 과학 기술의 발전, 민주주의의 확산같은 시민권 성장으로 물질적 부와 정서적 안정이 동시에 가능한 팽창사회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산층과 인구는 줄어드는데 과학 기술의 발전은 공산품의 공급과잉 속도를 급속하게 빠르게 합니다.
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공급 과잉을 돌파하기 위해 투자를 더 많이 늘리고 경쟁자를 죽이려는 제로섬 게임에 돌입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과잉이 인구 증가보다 빨랐고, 인구 감소 시기에도 여전히 생산량은 늘려왔습니다. 각국 정부나 기업은 빚(부채)에 의지한 성장을 21세기에도 계속해서 해오고 있습니다.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투자에 소요된 자금 대부분이 부채였습니다.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정책이 필요할 때마다 해온 땜질식 처방이 수축사회로의 전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두나라의 문제가 아닌 것은 세계가 촘촘하게 엮인 세계화로 온 세상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품이란 비누거품이 아닙니다. 경제에 잔뜩 낀 거품입니다. 이 거품은 부동산에도, 주식에도, 부채에도 많이 끼어 있습니다. 아뭏튼 돈이 들어간 금융 상품에는 모두 이 거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 그럼 왜 돈주고 사는 물건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냐? 고요. 좀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선진국 중산층의 눈물과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고통이 들어있지만, 거품이 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세계화되면서 선진국의 공장들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의 중산층이 무너졌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무너진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 외국에 나갔던 미국기업, 외국의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자는 겁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은 선진국 공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실물경제는 오히려 퍽퍽해졌지만, 돈이 돈을 만드는 화폐. 금융경제쪽은 그 크기가 팍팍 컸습니다. 어떻게 해서? 거품을 확확 키워서 말입니다.
경제에서 거품이 끼는 이유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네델란드 튜울립 사례처럼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주체를 못해서 물건 값을 올리거나, 돈을 너무 많이 찍어 값이 올라가거나.
예쁘지만 조그만 튤립 한 송이가 집 값만해질 때 네델란드는 전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청어, 해상무역, 어업과 공업의 발전, 선박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최고의 번영을 누릴 때였습니다. 한 마디로 돈이 남아도니 그런 일도 벌어집니다.
반면에 요즘 세계 경제에서 말하는 거품은 달러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옛날 같으면 달러가 많이 풀렸으면 미국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다시 불경기로 갔다가 호경기로 회복하는 경기순환 사이클이 있었겠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세계화 시대입니다. 미국 돈이 전 세계 구석구석 까지 풀렸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에 거품이 발생한 거죠. 미국 돈 달러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를 부자로 만들었지만, 지금보니 거품 부자입니다. 그리고 그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과 책도 많아요.
특히 부채 거품은 언제든 터질 것이고, 그 거품이 터지면 은행이 망가지고, 결국 세계 경제도 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합니다. 튤립 거품은 네델란드 사람 전체도 아닌, 오로지 튤립에 투자한 네델란드 사람만 손해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달러 거품은 전 세계가 같이 터집니다.
저는 지금부터가 그 거품이 터지는 시기라고 봅니다. 혹시 모르죠. 아직 더 거품이 유지되거나 커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것은 누구나 거품이라는 걸 아는 불안한 경제 회복이 될 겁니다. 오래가지 못하겠죠.
그 거품이 터지는 날은 온 세계가 지금보다 한참 아래로 가난해지는 날입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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