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 중개업자, 깡통주택 중개한 책임 있어"
깡통주택에 입주해서 손해 본 임차인이 중개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중개업자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는데, 여러 언론에서 크게 보도된 바 있어 판결내용과 그 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30. 선고 2021가단5067141호 [손해배상판결]

1. 갑 제1, 3, 5, 7호증, 을가 제7호증의 1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8. 4. 피고 B의 중개로 E으로부터 서울 구로구 F빌딩(지하 1층, 지상 8층 건물) G호를 임대차 보증금 1억 원, 임대차 기간 2015. 8. 20.부터 2017. 8. 20. 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 계약’). 당시 F빌딩에는 70개 정도 호실이 있었다.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무렵 F빌딩에는 주식회사 H 명의로 채권최고액 합계 22억 2천만 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원고보다 먼저 F빌딩의 호실을 임차해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은 최소 2,928,100,000원이었다.

나. 피고 B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원고보다 선순위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이나 소액임차인 발생 가능성에 관해서는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다. F빌딩과 그 부지는 2018. 1. 18. 개시된 경매 절차(서울남부지방법원 I)에서 48억 8250만 원에 매각되었다. 배당 절차에서 주식회사 H의 승계인 J 유한회사가 자신의 채권을 모두 배당받고 원고보다 선순위 확정일자부 임차인들이 합계 2,881,115,127원을 배당받고 K, L 등 소액임차인들이 합계 2억 2200만 원을 배당받고 M과 N이 최우선 임금채권자로서 합계 9,775,213원을 배당받고 서울특별시 구로구가 19,480,340원을 배당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관악지사가 8,349,080원을 배당받았다. 원고는 배당받지 못하였다.

2. 위 인정사실에다가 ① 임대인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더라도 공인중개사인 피고 B은 F빌딩의 호실 수에 비추어 원고보다 먼저 F빌딩의 호실을 임차해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이 큰 액수일 수 있고 앞으로 상당수의 소액임차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② 피고 B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원고보다 선순위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이나 소액임차인 발생 가능성에 관해 전혀 기재하지 않은 이상 원고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③ 먼저 대항력을 취득한 임차인의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 또는 소액임차인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따져보고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므로, 기존 임차인들의 실제 보증금 합계액이 최소 29억 원 이상이고 앞으로 상당수의 소액임차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원고가 알았다면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개연성은 충분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 B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 다212594 판결).

<중략>

3.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F빌딩의 시가나 권리 관계 등을 조사․확인해서 자신의 임대차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따져보았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 B의 책임을 4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기존 판례에 비추어서, 중개업자에 대한 책임인정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특별히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최근 깡통전세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크게 주목받은 듯하다. 선고된 판결의 의미를 쉽게 정리하는 정도로 기술해본다.

우선,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은 임대차공간이 개별 등기된 구분건물(예를 들어, 다세대, 아파트 등)이 아니라 건물 전체가 하나로 등기된 건물(예를 들어, 다가구 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세대 주택과 같은 구분건물이 경매될 경우 배당은 개별호실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호실을 임대차할 때 다른 호실 권리관계까지 굳이 살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 건물처럼 전체건물이 하나로 등기되어 있다면 경매 역시 전체 건물 하나로 진행되고, 배당 역시 전체건물의 이해관계인 모두에 대해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임대차계약 할 때 건물 내 다른 호실들 임대차내역까지 반드시 살펴야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중개업자는 이와 같은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했을까? 판결에서 인정된 이 사건 건물의 권리관계와 사건경위는 다음과 같다.

원고인 임차인은 2015년에 중개업자인 피고 B의 중개로 보증금 1억원으로 임대차 기간 2년간 임차했는데, 당시 임대차빌딩에는 약 70개의 호실이 있었고, 등기부상으로는 채권최고액 합계 22억 2천만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으며, 원고보다 먼저 빌딩의 호실을 임차해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이 최소 29억여원이었다. 그 후 건물경매로 빌딩과 그 부지는 약 49억원에 낙찰되고, 배당 절차에서 선순위저당권은 모두 배당받고, 원고보다 선순위 확정일자부 임차인들이 약 29억원을 배당, 몇 명의 소액임차인들에게 2억원 정도 배당되었지만, 원고는 전혀 배당받지 못했다.

위 판결에서는, 중개업자가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임대차계약을 중개함에 있어 중개업자가 확인설명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전하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와 직결된 문제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특정호실을 임대차 중개함에 있어 다른 호실 임대차내역이 어떠한지까지 확인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향후 경매과정에서 선순위 세입자로 인해 배당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중개업자는 이와 같은 확인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낙찰가 약 49억원 정도 값이 나가는 건물에 채권최고액 약 22억원의 근저당권이 있고, 약 70개 호실이 있는 건물의 특정호실을 임대차계약 할 때, 다른 호실의 선순위 임대차내역이나 소액임차인 가능성까지를 언급했다면, 보증금반환에 의문이 들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한데, 중개업자가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음으로 인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하게 되어 손해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상에는 다른 호실 임대차보증금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었는데, 재판실무에서는 ‘구두상으로는 제대로 설명했다’고 하는 중개업자 주장이 많지만, 받아들여지기란 쉽지 않다. 확인설명서는 권리관계에 관한 내용 기재가 법적으로 의무화된 문서인데, 중요내용이 기재되어있지 않다면 계약과정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인 거래당사자에 비해 부동산거래 전문가인 중개업자 부담으로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도 맞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다가구 건물의 경우 특정호실 임대차하는 과정에서 다른 호실 임대차내역 공개를 임대인들이 협조하지 않는데, 중개사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하는 중개업자 주장도 있지만, 임대차대상 건물 호실 수에 비추어 기존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이 큰 액수일 수 있고 앞으로 상당수의 소액임차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중개업자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임대차내역에 대해 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확인요청하고, 만약 협조하지 않을 경우 ‘임대인으로부터 협조받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임차인에게 고지함으로써, 임대차계약 여부를 결정할 때 경각심을 고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중개업자에 대한 책임인정의 논리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판결은 중개업자의 책임을 손해액의 40%에 한정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과실상계 때문이다.

★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임차인인 원고도 빌딩의 시가나 권리 관계 등을 조사·확인해서 자신의 임대차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따져보았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개사와 같은 전문가배상책임에 있어 의뢰인 과실을 상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있는데, 전문자격사인 중개업자 잘못으로 중개의뢰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중개의뢰인의 과실상계를 인정하게 되면 결국 보수를 지급하고 의뢰한 부동산전문가인 중개업자를 전적으로 믿지 말고 별도로 권리확인을 해보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상식적으로도 부당한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부동산거래 전문가인 중개업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실상계” 제도의 “손해의 공평분담” 이라는 측면에서 중개사고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는 것이 재판실무이다. 공평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부득이 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과실비율 산정에 있어 통상적으로는 일반인에 비해 전문가인 중개업자 과실이 더 크게 인정되지만, 이 사건과 같은 다가구 주택 임대차의 경우에는 다른 호실들에 대한 권리관계 확인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중개업자에게 큰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 하에 중개업자 책임비율을 50% 이하로 인정하는 것이 실무관행이고, 이 사건 역시 이에 충실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런 사건에 대한 계속적인 주의환기를 통해 깡통주택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세제도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제도이다. 차제에, 집값에 육박하는 거액의 임대차보증금을 맡기고 일정기간 후 그 금액 그대로 반환받는다는 우리 전세제도가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부터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득이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다면, 임대차목적물의 가치 파악에 보다 신중하고 엄격해야할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최광석 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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