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달러 패권 강화 - 줄어드는 달러 공급
제가 '달러는 더 강해질 것이다'라는 주제로 책을 쓰면서 고민한 것 중의 하나가 금리, 그것도 미국 기준금리입니다.

기준금리란 미국에서는 금융 기관이 다른 금융 기관으로부터 지급준비금을 일시적으로 대출하는 데 적용되는 무담보 1일물 금리, 즉 24시간 돈을 빌릴 때의 금리가 기준금리입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일주일에 한번 (매주 목요일)씩만 시장에서 7일만기 환매조건부 채권을 팔 때의 금리입니다. 그리고 이 기준금리가 그 나라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전 세계의 기준금리가 됩니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인데다 가장 금융이 발달되어 있고, 돈도 많은 나라이니 당연하죠. 그런데 이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니 모든 나라의 달러환율이 올라갑니다. 마치 미국 금리가 환율 변동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거죠.

여기서 저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달러대비 다른 나라 통화의 가격인 환율이 변하니 수요와 공급이 변하는 걸까, 아니면 수요와 공급이 변하니 환율이 변하는 걸까? 이 관점의 차이는 저와 금융전문가들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리를 기준으로 달러를 보지만, 저는 무역대금 결제의 기준으로 달러를 보기 때문입니다. 무역을 하려면 역시 달러로 물건을 사야 하니까요. 그리고 지불하거나 대금을 받는 시점에서 환율이 중요하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율은 크게 관심이 없거든요. 금융거래는 1초에도 수백번을 할 수있지만, 무역거래는 주문받고 생산하고 바다건너 물건을 전해준 다음 잔금을 받으니 보통 2-3달은 걸립니다. 거래량도 달러의 금융거래는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몇 배로 불려서 거래가 가능하지만, 무역대금 지불용 달러는 딱 거래한 만큼만 지불하면 됩니다. 그런 만큼 무역거래는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반면에 달러 금융 거래는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게 일반적이고, 그 사이를 틈타서 투기적 거래도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환거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겠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달러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날 일이 더 많은 겁니다. 그래서 달러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적어도 10여년은 강세를 보일 거라고 예상하지요. 자 그럼 왜 달러 공급이 줄어드는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늘어날 요인들을 설명하겠습니다.

달러 공급 감소 요인으로 3가지를 들겠습니다. 그런데 역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역시 정신적인 것, 미국 우선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로 다른 나라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미국 이익을 최우선하던 사람은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돋보입니다. 트럼프가 온갖 야유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뭐 다음 선거에서는 바이든에게 졌지만 여전히 재기를 노리는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입니다. 이때 트럼프의 선거구호가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의 다시 위대하게!’입니다. 그리고 그 위대함은 모든 사람이 잘살던 시절, 중산층이 먹고 살만한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의 이런 생각은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 ‘먼로주의’라는 뿌리가 있습니다. 보통 고립주의라고도 합니다. 우리끼리 살테니까 유럽 너네는 신경쓰지 말아! 뭐 이런 의미입니다. 반대로 국제주의도 있습니다. 국제주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펼치며 보호하기 위해 외국과 동맹 또는 협력해야 한다는 외교정책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는 미국의 고립주의보다는 국제주의적 모습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미국 외교사를 보면 오히려 고립주의였던 기간이 더 길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미국 사람들이 국제주의에 지친 듯합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경찰노릇, 빈민구제자 노릇을 하다보니 미국 사람들이 가난해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한거죠. 나름대로 세계 평화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열심히 하다보니 ‘어~ 다른 나라들이 자기네 나라의 화폐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어서 미국에 물건을 싸게 파네!’ 내지는 ‘중국이 우리 나라의 지적 재산권을 마구 해킹해가면서 그 기술로 오히려 미국을 공격하는 데 쓰여지네!’하면서 놀란거죠.

사실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는 미국만 당한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가 당했지만 그 억울함을 풀 도리가 없었죠. 저같은 경우도 ‘Feelmax’라는 브랜드를 핀란드 바이어와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우리가 미처 중국에 상표등록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 해놓았더라고요. 그래서 중국에서 만들기는 하지만, 중국 진출을 포기하였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은 자기네들의 대외정책을 다시 돌아봅니다. 그리고 미국부터 돌아보고 다른 나라도 챙기자라는 미국 우선주의가 나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하죠. 그런데 무역전쟁은 이미 오바마나 클린턴 대통령 때도 시작하고 있었고, 중국은 애초부터 미국 도움으로 세계자유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부터 미국 타도를 숨죽여 외치고 있었습니다. 1990년 덩샤오핑이 미국을 기만하기 위한 대외정책의 뼈대로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로 삼았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우선주의의를 표방하면서 대중국 무역전쟁을 하지만, 이 전쟁의 미국측 주체는 사실 대통령이 있는 행정부가 아니라 상하 양원의 의회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합니다. 대중국 무역전쟁에 관해서는 민주-공화당의 의견이 일치되어 있으며, 입법활동을 통해서 대통령이 섣불리 중국과의 무역전쟁 수위를 낮추지 못하게 제동을 걸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한 사람을 설득하면 되지만, 중국 시진핑은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 하원의원 435명과 상원의원 100명 합 536명을 설득해야 미중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 국가안보, 이민정책, 정부예산, 아편 등 마약과 전쟁 5개 분야 정책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경제적으로 보면 ‘가능하면 미국에서 벌고 쓰고 만들자’입니다. 이런 경향은 정부예산에서부터 나타납니다. 그간 대외적으로 해외 원조나 지원하던 예산이 많이 깎입니다. 적극적으로 외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연방재정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미입니다. 넓은 오지랖으로 세계 모든 일에 끼어들다보니 효율성 없이 돈만 나가고 제대로 대접도 못 받았다는 서운함도 있는 거죠. 그리고 남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그만큼 지출이 줄어드니 좋다는 의중이 있습니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가 처음 말했지만, 후임 바이든 대통령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자급자족 또는 국산품 애용으로 나타납니다. 2021년 1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 모든 미국인 노동자가 만든 미국생산 제품을 위한 명령 (Ensuring the Future Is 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 "이라는 제목의 행정 명령(EO) 14005에 서명했습니다.” 이 명령은 미국 연방 정부 기관에서 사용되는 물품은 가급적 미국인 노동자가 미국내에서 만들어진 미국 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바이든의 이 명령은 2017년 전임 트럼프가 했던 행정명령 “국산 사용, 미국인 고용 (BAHA,Buy America, Hire American)”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상 거의 비슷한 내용이라고할 수 있지만 다만 외국이민을 제한하는 내용이 빠진 정도입니다. 이민 국가에서 이민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 국가이익에도 맞지 않으니까 뺀 거죠.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에서 마저 국산품 애용운동을 한다니 참 놀랍죠.

혹시 그런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요. 뭐 그래봐야 미국 연방정부에서 쓰는 것뿐인데 얼마나 되겠어?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2020년 코트라 보고서 기준으로 보면 519만 건에 6,110억달러 (약 794조원, 환율 1300원기준)나 되는 시장입니다. 이 시장의 가장 큰 벤더는 러시아가 330억 달러, 한국은 겨우 270억 달러어치 팔았습니다. 사실상 무궁무진한 시장 중의 하나인데 이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달러 구멍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실제로도 외국 벤더의 비중도 줄여 가고 있는 중입니다.

#비바미 #어싱신발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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