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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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왜 단기 실적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는가?

기업은 지속성장해야 한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당기순이익을 창출해야한다. 한 두 해 적자가 될 수 있어도 10여년 적자가 지속되면 버틸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자본잠식이 되며 기업은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CEO입장에서는 투자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주주에게 이익을 줘야한다. 내부 임직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며, 위기의 상황을 대비한 사내 유보금(이익잉여금)을 쌓아야 한다. CEO가 단기 이익 중심의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쉬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신 제품 개발을 위한 장기 투자는 후손들을 위한 투자이다. 1~2년만에 투자 금액의 몇 배를 회수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나 제품이라면 투자를 하지 않을 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공장 신설, 사업 개편 등 10년 넘게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투자 금액이 필요하는 메가프로젝트에 투자할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전문 경영자일 경우, 이러한 장기 투자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임기를 보장하는 가장 튼튼한 밧줄은 단기 성과인 이익이다. 장기 투자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면 주주가 CEO를 믿고 기다려줄 것인가? 결국 단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치중하다 보면 장기 투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제조업 중심의 초우량기업은 연구개발력을 중심으로 인류 사회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해 줄 신제품 개발을 통해 더욱 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 하지만,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은 자신의 투자금 회수를 장기간 기다려주지 못한다. 결국, 많은 초우량제조기업들이 금융으로 이익을 내고 주주에게 높은 배당을 한다. 이익을 창출해 주가를 올리고 주주에게 높은 배당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 전략이 아닌 단기 성과에 연연하게 된다. 이익으로 자사주를 매입하여 배당을 주는 등의 결정은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이 갈수록 성장동력을 잃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3가지 역량

전략을 연구하면서 전략의 흐름을 크게 3가지로 살필 수 있었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첫째, 시장에서 이익이 나는 위치를 차지하여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시장의 변화와 회사의 강약점을 분석하여 이기는 전략을 찾아내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 회사의 경쟁력을 분석하여 핵심역량을 찾아내, 핵심역량을 극대화하여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역량을 갖고 경쟁하는 것이다.
셋째, 변화하는 시장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경험을 쌓고 이후 투자하는 전략이다. 3가지 전략에서 공히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판단력이다.
이익이 나는 위치 선정, 핵심역량의 파악, 시행착오 가운데 성공경험을 찾아내는 판단력이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경영자가 일반 직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변화를 읽고 기회를 창출할 줄 아는 시기 포착하여 실행하는 능력이다. 사업과 관련된 적절한 시기를 포착하여 과제를 도출하기까지는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 판단력의 결과 창출된 실행과제를 성공으로 악착 같이 이끄는 실행력이 경영자의 두번째 역량이다. 실행은 관리자와 직원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한다. 담당자의 실행력과 경영자의 실행력은 다르다. 원하는 방향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전사적 관점에서 점검하고 피드백 하여 실행과제를 성공시키는 실행력이다.
강한 현장이 강한 회사를 만든다고 한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수준이 높아야 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일을 통한 육성이 이루어지고,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가 일상화 되어야 한다. 배우는 것을 중시하고 공유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경영자의 세번째 역량은 육성능력이다.
경영자가 다 가르칠 수 없다. 조직과 구성원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관심을 갖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육성만큼은 직접 참여해야 한다. CEO가 매주 책을 읽고 정리하여 임직원에게 공유하고, 개선 활동, 지식경영에 직접 참여하여 모범이 된다면 임직원도 따를 것이다. 학습하지 않고 정체된 회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학습이 정착된 기업은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정체되지 않고 배우기 때문이다.
학습은 기존 매출에서 신 제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을 하는 경영자에게 애로사항이 있다. 하지만, 단기 실적에 치중한 경영자는 장기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주주들이 반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조직과 구성원의 학습에 투자하기도 어렵다. 학습도 장기 투자이기도 하지만,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역량 있는 직원을 영입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대로 역량 없는 직원은 퇴직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과 사람을 키울 생각이 없다. 그 결과 회사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게 된다. 경영자는 길고 멀리 보며 회사와 구성원의 가치를 올리며 장기적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 단기 실적 뿐 아니라 장기 성장을 위한 판단, 실천, 육성을 해야만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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