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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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사업에 참여를 거부한 토지등소유자를 ‘미동의자’라 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조합은 일정한 협의 및 최고절차를 거쳐 법원에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시가로 매수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에 관해서, 도시정비법은 조합(사업시행자)은 사업시행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미동의자 등에 대해 조합설립 동의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하고, 토지등소유자가 촉구를 받은 날부터 2개월 이내에 회답하지 않으면, 그 기간이 만료된 때부터 2개월 이내에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건축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복잡한 여러 가지 현안을 해결하느라 바빴거나, 매도청구권 행사기간을 정한 법규정을 잘 몰라서 행사기간을 도과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사유로든 조합이 도시정비법이 정한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 내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경우, 매도청구권이 효력을 상실되어 더 이상 매도청구를 할 방법이 없고, 합의로 매수할 수밖에 없는 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만약 합의로 매수해야 하면 미동의자가 ‘알박기식’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합의가 어렵고, 미동의자가 다수라면 조합에 엄청난 자금부담이 되기도 하므로, 매도청구기간을 도과해버렸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조합이 매도청구기간을 도과했더라도 하자를 치유하여 다시 매도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즉,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조합이 새로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음으로써 그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이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요건을 갖춘 경우 조합은 그러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에 터 잡아 새로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5다202162 판결)

대법원 판례의 사례를 살펴보면, 재건축조합이 정기총회에서 조합설립변경을 결의하고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들로부터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은 후 미동의자에게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를 최고하여 회답이 없자 아직 관할청으로부터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동의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매도청구를 한 사안입니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39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집합건물법 제48조 제4항이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을 규정한 취지는, 매도청구권이 형성권으로서 재건축 참가자 다수의 의사에 의하여 매매계약의 성립을 강제하는 것이어서 만일 행사기간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매도청구의 상대방은 매도청구권자가 언제 매도청구를 할지 모르게 되어 그 법적 지위가 불안하게 될 뿐만 아니라, 매도청구권자가 매수대상의 시가가 가장 낮아지는 시기를 임의로 정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되어 매도청구 상대방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제한함으로써 매도청구 상대방의 정당한 법적 이익을 보호하고 아울러 재건축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매도청구권은 그 행사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그 효력을 상실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6다56572 판결 참조)”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러나 매도청구권의 행사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조합이 새로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음으로써 그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이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요건을 갖춘 경우 조합은 그러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에 터 잡아 새로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2다90047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다34146 판결 참조)”라고 하여, 새로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는 해당 조합이 2012. 3. 30.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조합설립변경을 결의하고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들로부터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은 사실, 조합이 2012. 10. 19. 미동의자에게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에 대하여 최고하고 소장의 송달로써 각 부동산에 관하여 매도청구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조합은 매도청구 당시 토지 등 소유자들로부터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만을 받았을 뿐 관할청으로부터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조합설립변경에 기한 매도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 조합의 매도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재건축조합이 착오 등으로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기간을 지나쳤다 하더라도 ① 다시 한번 조합총회를 하여 조합설립변경결의를 하고, ②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③ 미동의자에게 조합설립변경에 대한 동의여부에 대해 최고하고, ④ 관할청으로부터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고, ⑤ 동의여부 회답기간 도과 후 2개월 이내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면 그 매도청구는 적법, 유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빈집 및 소규모재건축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매도청구기간을 도과한 경우에 하자치유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 아직 관련 판례는 보이지 않지만, 매도청구에 관해 빈집 및 소규모재건축에 관한 특례법에서 재건축과 거의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위 판례와 같이 하자를 치유하는 재결의 절차를 밟으면 다시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절차를 다시 거치는 것이 상당히 번거럽고,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지만, 알박기식으로 과도한 합의금액을 요구하는 미동의자와 무리하게 합의하는 것보다 조합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절차상 소유권 확보가 촉박한 경우에는 무리한 금액으로 합의해서 매수할 수밖에 없고, 저희 법무법인에서 진행한 사례에서는 사업일정이 촉박하다보니 시간을 끌 수 없어서 법원 감정가의 50%나 더 주고 합의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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