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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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월21일 종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주식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1주당 786,000원으로 2위인 태광산업 766,000원, 3위인 LG생활건강 698,000원을 앞지른다. 1주를 사려면 최소 80만 가까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약과다.
미국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주식은 1주당 가격이 무려 U$407,930로 한화 5억7천만 원이 넘는다. 주식 1주에 아파트 한 채 가격이라는 얘기다.

소액투자자 입장에서는 사고 싶어도 돈이 모자라 살 수 없는 꿈의 주식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주식이라도 가상자산(암호화폐) 세계에서는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 개당 가격이 3천만 원이 넘는 비트코인도 1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이렇게 거래 단위의 분할은 투자자 참여기회를 높이며 시장 크기를 대폭 확대한다.

최근 24시간 365일 거래되고 실시간 보유자 현황이 공개되고 조각투자가 가능하며 오로지 코딩된 로직에 따라 참여자 집단 지성으로 관리되고 유지되며 여러 국가에 동시 상장되어 거래되는 이른바 증권형 토큰 (Security Token) 시장이 열리고 있다.

액면 가격도 없으며 발행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 오너 리스크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책임주체도 없는 토큰도 등장할 수 있으며 투자 결정시 반드시 검토하던 재무제표와 연간 사업보고서 또는 분기 보고서도 없는 기존 주식과 전혀 다른 새로운 증권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2.0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주도로 글로벌 가상자산의 표준을 마련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에 가상화폐 개발을 권고하는 내용의 ‘책임 있는 디지털자산 통합 프레임워크’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 패권 유지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은 즉시 지불 시스템을 통합하는 새로운 다자간 플랫폼을 모색하는 동시에 글로벌 지불 관행과 규제 및 감독 절차를 조정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효율성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기존 금융시스템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가상화폐 등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적극 대응하여 미국 주도의 국제 표준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9월6일 가상자산 중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증권형 토큰‘은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사 등 기존 증권 인프라에 별도 '증권형토큰' 트랙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 증권형 토큰을 제도권에 편입하여 '증권 라이선스'만 있다면 참여 가능토록 시장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증권형토큰공개(STO)도 법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금융위는 지난 5월부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준비해왔다.

금융위 이수영 자본시장과장은 "토큰에 적용하기 위한 증권개념을 신설하는 게 아닌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가까운 토큰과 그렇지 않은 토큰을 거래자, 금융당국, 발행자가 명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줄 것"이라며 "블록체인이라는 혁신기술을 이용한 스마트계약으로 다양한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동시에 안전한 매매가 가능토록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밝히며 "증권성 판단에 따른 규제목적은 투자자의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유통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두는 것"이라며 "시세조종이나 불공정거래 등을 통한 '권리침탈' 방지와 시장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증권형 토큰'의 발행·유통 시장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TF 초안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행인 또는 계좌관리기관(은행‧증권)이 신청한 증권형토큰의 등록심사와 증권형토큰의 법적권리장부를 관리하며 매매 중개는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가 맡고 투자자 보호와 규제 차익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증권과 동일한 유통 방식을 적용하는데 장외시장 거래는 허용하되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는 규모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식과 같이 기 상장된 증권형토큰은 기존의 전자증권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아직은 블록체인 기술이 다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거래를 기록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현재 우리 증시 일평균 거래금액이 30조 수준이므로 신속하고 안정적인 거래를 보장하는 기존 증권인프라를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증권형 토큰의 거래는 대체거래소(ATS) 신설로 현재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증권 시장을 일반경쟁 구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금융위는 "정부는 업계 이야기를 청취한 뒤 4분기 중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며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 규율 정비를 통해, 그 외 디지털 자산은 국회 법안 논의를 통해 제도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본격 가상자산을 금융 제도권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지난 8월 22일 미래에셋증권과 NH‧KB‧신한투자증권 등이 가상자산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위해 금융당국에 예비인가 및 법인 설립 신청에 나서며 무려 67년이나 주식 거래를 독점해온 한국 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상법 제344조는 주식을 보통주 외 우선주, 후배주, 혼합주, 의결권제한주식, 전환주식, 상환주식 등과 같이 분류하고 있는데 증권형 토큰의 등장은 상법 개정이 필요한 새로운 금융상품이며 일반 주식의 지분권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이 포함된 토큰의 발행이 예상되는 '확장형 권리 증권'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민법, 형법 등 기본법 개정도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초입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상품의 등장과 새로운 제도의 도입 초기는 항상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초기 시장의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는 상대적으로 초기 시장은 안정화된 시장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되므로 이미 몇 년간 암호화폐 거래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젊은 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암호화폐의 금융권 진입은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암호화폐에 대한 공부와 작은 돈이라도 실전 투자를 해봐야 할 것이다.

’증권 2.0시대‘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사)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신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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