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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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놀이터, 지하실 등 일부 토지가 아직도 건설사 명의로 남아 있다면 소유자인 건설사가 여전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파트의 입주자, 즉 구분소유자들이 20년 이상 평온(별다른 분쟁 없이)·공연(공공연)하게 점유해 왔다는 이유로 민법상 시효취득을 할 수 있을까 여부가 문제됩니다.

수십년된 구축 아파트(보통 5층짜리)를 철거하고 재건축, 재개발, 소규모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민영개발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수십년전 건축 당시부터 등기부상 건설사나 건설사 대표 등의 소유명의로 남은 토지나 공간이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이에 관해 근래 서울고법이 아파트 소유자들이 그동안 세금을 내왔고, 건설사가 달리 권리행사를 한 바가 없다면 소유자들이 시효취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을 내려 구분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서울고법 2013년 7월12일 선고 2012나24196 판결)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삼호건설은 1975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삼호아파트를 지어 분양했습니다. 30여년이 흐른 2011년, 위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놀이터 등 일부 토지가 건설사인 삼호건설 명의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자 아파트 소유자들은 등기상 착오로 이전되지 않은 것이라거나 아파트 소유자들이 20년 이상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여 왔으므로 시효취득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삼호건설이 공유지분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다른 아파트 공유자들이 삼호건설의 지분을 시효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아파트 소유자들이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아파트의 놀이터와 주차장 등 대지 일부분의 등기부상 명의는 삼호건설로 되어 있으나 삼호건설은 1975년에 아파트를 분양한 이후 그 토지를 점유하거나 이용한 적이 없고 지분에 대해 세금을 낸 적도 없는 점, 삼호건설이 분양한 다른 아파트에는 삼호건설 명의로 남아있는 토지 지분이 없는 것을 고려할 때 삼호건설 명의로 남아있는 이 사건 지분은 아파트 분양시 누락됐거나 착오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아파트 수분양자들 또는 그들로부터 매수한 자들이 해당 토지를 시효로 취득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건설하여 분양할 때, 대지 전부를 수분양자들에게 대지권 비율로 등기해 주어야 마땅함에도 과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지의 일부나 전부에 대해 대지권 등기가 누락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지만 경매로 타인에게 낙찰되어 구분소유자들과 소유권분쟁이 적지 않게 생겼는데, 이번 판결은 구분소유자들에게 시효취득이라는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저희 사무소도 소규모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을 자문하고 있는 데다 여러군데 있는데, 당초 분양회사나 개인 명의로 남은 토지가 있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모두 시효취득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후 이전등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하는 아파트의 상당수가 수십년전에 지어진 것이다보니, 건설사나 개인 명의로 등기되어 있어도 건설사나 개인의 소재를 알지 못해 송달이 안되어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소유자 불명인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부재자재산관리인 선임심판신청을 하여 부재자재산관리인으로부터 법원의 허가를 얻어 매수하기도 합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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