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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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선악의 구별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주인공조차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인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에서 주인공은 개인의 "이해와 탐욕"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하는 무법자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인간적 양심과 살아있는 정의감이 작동되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누구보다도 법을 많이 아는 권력층들이 법을 악용하여 현대판 무법자처럼 행세하는 파렴치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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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요약>
무명의 총잡이 조(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멕시코 국경 마을로 들어서다가 한무리의 악당들에게 모욕을 당한다. 하지만 꾀가 많은 그는 마을에서 대립하고 있는 두 가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간질을 시키기도 하고 서로의 정보를 건네주며 모두에게서 돈을 번다. 심지어 죽은 시체를 살아있는 것처럼 묘지에 앉혀놓고는 "살아서 도망간 병사가 묘지에 숨어 있다"라며 돈을 받기도 한다. 겉으로만 보면 돈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도 하는 비열한 인간이지만, 사람을 무차별하게 죽이고 가족이 있는 여자를 강탈해가는 악당 두목을 보면서 양심의 나침반이 작동하면서 목숨을 걸고 악의 무리를 상대로 혈투를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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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
A. 마카로니 웨스턴이란?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미국의 서부영화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과 주인공이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친다는 영웅주의와 개척정신을 다루며 인기를 누렸으나 1960년대 들어서며 급격히 쇠퇴하면서 이탈리아 혹은 이탈리아-스페인 합작으로 주로 멕시코를 무대로 잔혹한 장면을 강렬하게 묘사한 새로운 장르인 마카로니 웨스턴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B. 영화 속 두 무리의 악당은?
@로호 삼 형제: 주류를 판매하며 마을의 실권을 쥐락펴락한다. 특히 형제 중 라몬은 자신을 미군 기병대로 위장하여 멕시코 기병대를 상대로 무기 밀매를 하다가 금화만 탈취 후 멕시코 기병대를 모두 기관총으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희대의 악당이다.
@박스터 가문: 무기 밀매상으로 로호 가문과 서로 마을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결국 라몬의 습격으로 일가족이 살해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C. 조가 마리솔 가족을 돕는 이유는?
악당 라몬이 미녀인 마리솔을 차지하기 위해 그의 남편과 카드게임을 하다가, 속였다고 누명을 씌워 남편과 어린 아들을 살려주는 대신 부인을 데려가는 야비한 행위를 하게 된다. 무법자는 그런 상황을 보고 자신이 악당들을 속여 받은 돈을 마리솔에게 주며 다른 마을로 도망하게 돕는다. 이에 마리솔이 돕는 이유를 묻자 "왜냐고? 당신 같은 처지의 사람을 알았었지. 그때 아무도 돕지 않았었지"라며 과거 말 못 할 아픈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있음을 짐작게 한다.
D. 악당들에 대한 최후의 복수는?
마리솔 가족을 도피시킨 것을 안 라몬은 조를 납치하여 엄청난 고문을 자행한다. 만신창이가 된 조는 갇힌 창고에서 화약통을 폭발시켜 간신히 탈출 후 장의사의 도움으로 폐광에 숨어 몸을 회복 후 복수의 기회를 엿본다. 장의사로부터 자신을 도운 술집 주인 살바니토가 볼모로 잡혀있다는 얘기를 듣고 혈혈단신으로 라몬을 찾아가서 "45구경을 가진자가 라이플 가진 자를 만났을때, 네가 말하길 권총을 가진 자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라고 했으니 심장에 총을 쏴보라고 한다. 이에 화가난 라몬이 연속적으로 심장에 정확히 총을 쏘지만 미리 망토안에 강철판을 숨긴 조가 번번히 일어나며 다가오자 당황하게 되고 마지막 남은 일대일 결투에서 무법자는 라몬을 쓰러뜨리고 마을을 구한후 홀연히 떠나간다.
E.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스토리 전개의 독창성: 스토리는 단순하고 카메라를 가득 채우는 무언가도 없고 직접적으로 총을 쏘는 시간도 매우 적으며 그마저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만, 총을 쏘기 전 대치 상황에서 그려지는 사람들의 심리묘사는 영화를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로 만든다. 특히 긴장감을 묘사하기 위해 극단적인 클로즈업, 그것도 단지 얼굴만이 아니라 손, 발부터 얼굴 중에서도 눈, 입 등 특정 신체 부위만을 강조하는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 대화 대신 미묘한 얼굴 표정과 눈빛, 움찔거리는 입술 등으로 심리를 묘사하고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였다 .
@새로운 배우의 등극: 과거<역마차>의 존 웨인이나 <하이눈>의 게리 쿠퍼 같은 정의감이 가득찬 모습 대신 신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발굴한 후 잔혹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흡연가인 그에게 항상 시가를 피우게 하여 항상 찌푸린 얼굴을 매력포인트로 연출하였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환상적 배경음악: 황폐하고 슬픈 듯 아련한 느낌의 배경음악은 긴장감의 극대화와 함께 애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면서 영화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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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법이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이지만 이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에서 비롯된 양심과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회 각 부문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법을 이기적으로 해석하고 교묘하게 악용하는 현대판 무법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다가 결국 자신도 한순간 허망하게 사라지는 모습에서 현대판 무법자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악당의 비겁한 라이플을 피하기 위해 가슴에 숨긴 강철판처럼 우리의 시민들도 희망없는 정치, 악화되는 경제,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 공격, 심지어 물난리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강철처럼 정의로운 사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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