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신규임차인을 소개받는 과정에서 ‘향후 언제 무렵 재건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신규임차인에게 정확하게 고지하거나 신규임대차계약서에 기재할 것을 요구하면 권리금회수방해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


평소 건물주 의뢰인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인데, 최근 관련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판결 결과는, 필자의 평소 생각과 같이 권리금회수방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반면, 위 판결의 원심인 1심판결은 달리 판단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2. 21. 선고 2020나73008 손해배상(기)


1. 기초사실
<중략>

2. 양측의 주장
원고는 청구원인으로, 피고가 계약갱신 또는 신규계약시에 계약서에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반영하겠다고 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권리금계약서상의 권리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계약갱신 또는 신규계약시에 계약서에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반영하겠다고 한 것일 뿐, 계약갱신 또는 신규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적이 없고, 원고가 피고에게 신규 임차인 주선행위를 한 적이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관련 규정
1) 2018. 10. 16. 법률 제15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는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은 「임대인이 제1항을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1항 단서에 「제10조 제1항의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2) 제10조 제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 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위와 같이 개정된 법률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한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1) 한편 임대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로 제1항 단서 제7호 가)목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제10조 제1항 단서 제7호 가)목의 “정당한 사유”는 임대인인 피고가 이를 증명하여야 할 것인바, 피고가 원고와의 임대차계약 종료 후 000 또는 주식회사 00과 사이에 임대차계약 및 화해 약정서(을 제10호증의 1, 2)를 작성할 때, 특약사항에 “건물 전체의 재건축 계획(지하 2층~지상 1층 상가 및 지상 2~10층의 관광호텔)”의 설명 조항을 기재한 사실 및 첨부된 “평면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


2)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차임과 보증금” 외에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것이다(제10조 제3항).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는 “건물의 재건축 예정 사실”은 임차인의 동의가 없는 이상 갱신계약서 또는 신규계약서에 반영할 수 없고, 임차인에게 그와 같이 요구하는 것은 제15조의 입법취지에 위반되어 허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는 소유권을 취득한 날부터 원고 및 신규임차인에게 “건물의 재건축 예정 사실”을 갱신계약서 또는 신규계약서에 반영하겠다고 말하였고, 이로써 원고 또는 신규임차인으로 하여금 갱신계약 또는 신규계약의 체결을 주저하게 하였으며, 이는 곧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서 원고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므로,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위와 같은 거절행위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거절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바(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참조),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가 피고와 신규임차인 사이의 구체적인 주선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3) 손해배상 액수
<중략>





이러한 판결 결론은 임대인 입장에서 매우 억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혁을 찾기 위해 2002년 상임범 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는데, 당시에는 권리금회수청구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철거, 재건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의 예외사유에 불과했다.





★ 제10조(계약갱신 요구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행하는 계약갱신 요구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내지 6호 중략>


7.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 회복이 필요한 경우





그런데, 처음 임대차계약당시에는 재건축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계약기간종료를 앞두고 갑자기 재건축을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가능함으로 인하여 임차인에게 예측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2013년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이 개정된다.





★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3.8.13>
<1 내지 6호 중략>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ㆍ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와 같은 철거, 재건축에 관한 개정규정은 2년 후인 2015년 권리금회수청구권이 상임법에 신설되는 것을 계기로 갈등이 본격화된다.





★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권리금회수청구권에 대한 임대인 불만의 가장 큰 이유는, 권리금회수청구권의 적용범위를 2015년 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된 임대차계약 뿐 아니라 2015년 법시행 당시에 존속 중인 임대차계약에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칙 <제13284호,2015.5.13.>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4조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대항력에 관한 적용례) 제2조제3항의 개정규정 중 제3조 대항력에 관한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


제3조(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에 관한 적용례) 제10조의4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부터 적용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권리금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고 임대차계약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에게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하라는 것은 소급입법의 소지가 있고 임대인에게 예측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규정 그 자체로만 해석하면 최초 임대차계약체결 당시부터 “철거, 재건축”계획을 자세히 고지하지 않으면 권리금회수기회보장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지만, 2015년 권리금제도 도입 이전에는 권리금에 관한 관련법규가 없어 이를 감안한 예외사유를 계약서에 기재할 수 없어 예외사유로서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모순이 된다.


이런 문제점을 탈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회수기회를 인정하되, “신규임차인에 대한 철거, 재건축계획 고지”를 임대차계약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될까?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 문구 때문에 신규임차인은 갱신요구권과 권리금회수청구권을 제한받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기회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 때문에 이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위 판결 역시 바로 이런 점을 의식한 판단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기존에 형성된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도로 이해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결국, 임대인으로서는 적절한 임대료 조절이나 “1년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등의 다른 합법적 방법으로 임차인과 적절하게 타협하면서 현행 제도의 틀하에서 임대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3.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4.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4호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3.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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