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3.자 “낙찰 이후 대항력있는 임차인이 종전 임대인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소개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기대와 같이 파기환송, 의뢰인 승소판결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 칼럼내용을 먼저 소개한다.




최근에 의뢰받은 상고심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의뢰인은 다른 소송대리인을 통해 1,2심 재판을 진행했는데 모두 패소했다. 처음 사건을 의뢰받았을 때는 상고심 실익을 높게 보지않았다. 원칙적으로 법리문제만을 다루는 대법원 재판 특성상 상고심에서의 구제가능성은 극히 희박한데, 게다가 이미 1,2심에서 변호사 선임해서 변론한 사건이라 변호사와 법원이 놓친 허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의뢰인과 이야기 나누면서 하급심 판단이 매우 부적절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법리를 떠나 결론 자체가 보편적 타당성을 크게 결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확률상 파기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고심 재판의 특성상 선뜻 수임을 자청할 수 없었다. 상고기각으로 의뢰인에게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한 수임을 위해 수임계약에 앞서 소정의 비용을 받고 사건기록에 대한 검토를 먼저 진행했는데, 기록 검토 결과 상고심 진행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1,2심에서 선임한 의뢰인의 소송대리인은 피상적인 변론에 그쳤고, 재판부 역시 법의 취지를 고려하지 못한 기계적인 판단에 그쳤다는 확신이 들었다.


먼저, 1심 판결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10. 16. 선고 2020가단203656 임대차보증금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소개한다.



가. 원고는 2015. 2. 24. 주위적 피고 안00(의뢰인)과 주택으로 사용되는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임대차보증금 180,000,000원, 임대차기간 2015. 4. 30.부터 2017. 4. 30.까지로 정하여 임차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위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18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원고는 2015. 4. 30.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아 위 주소지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치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7. 5. 1.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는데 원고는 2019. 2. 9. 주위적 피고 안00에게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를 하였다.


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법원 2017타경53816호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예비적 피고 은00은 2019. 11. 6.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의뢰인 소유였던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이 피고 은00 앞으로 낙찰된 후, 원고는 자신이 대항력있는 임차인임에도 불구하고 낙찰자인 피고 은00 대신에 자신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던 종전 소유자인 피고 안00(의뢰인)을 주위적 피고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한다(낙찰자인 피고 은00는 예비적 피고로). 1심 법원은 낙찰자인 피고 은00 대신에 종전 소유자이자 기존 임대인인 의뢰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명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 주위적 피고 안00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주위적 피고 안00이 원고의 2019. 2. 9.자 해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인 2019. 5. 9. 무렵 종료되었으므로, 주위적 피고 안00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180,0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아울러 구하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데, 원고가 주위적 피고 안00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의 지연손해금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주위적 피고 안00의 항변에 관한 판단


주위적 피고 안00은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주민등록 및 확정일자를 받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서 정한 대항력을 갖추었는데, 예비적 피고 은00이 2019. 11. 6.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음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였으므로, 주위적 피고 안00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항력 있는 주택임대차에 있어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되므로 그러한 상태에서 임차목적물인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양수인에게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되고,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지만,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경매로 인하여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갖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정한 대항력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인데, 예비적 피고 은00이 위 부동산을 낙찰받은 2019. 11. 6.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라고 보이는 2020. 2. 12.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예비적 피고 은00에게 임대인 지위가 승계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 수 있고(원고가 피고 은00이 위 부동산을 낙찰받은 것을 실제로 안 날은 명확하지 아니하나 위 낙찰일로부터 계산하더라도 이 사건 소 제기는 상당한 기간 내에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원고는 위 이의 제기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났으므로 이러한 경우 주위적 피고 안00의 원고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주위적 피고 안00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예비적 피고 은00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임대인의 지위가 예비적 피고 은00에게 승계된다고 판단되어 주위적 피고 안00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예비적 피고 은00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주위적 피고 안00이 원고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이상 예비적 피고 은00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등에 근거한 판단으로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 판단이 완전히 결여된 부실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임대차보증금 1억 8천만원의 대항력있는 임차인인 원고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감정가 234,000,000원인 이 사건 부동산은 유찰을 거듭하다가 결국 피고 은00에게 31,190,000원이라는 헐값에 낙찰된다. 대항력있는 임차인인 원고의 임대차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1심법원은 이 점에 대해 법리적인 판단은 물론 사실관계에서조차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의 이런 판단은, 의뢰인의 1심 소송대리인이 부실변론 즉,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가 제기된 것인지 여부만을 다투었을 뿐, 임차인인 원고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헐값 낙찰된 사정을 법리적으로 전혀 구성해내지 못한 점에 근본원인이 있지만, 의뢰인에게 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케하는 결론은 상식과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상적 논리로 부당한 결론에 도달한 1심 판단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기조는 2심재판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1심과 동일한 소송대리인은 맥빠지고 무기력한 변론을 2심에서도 그대로 이어나갔고, 때문에 1심 판결과 대동소이한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나마 판결이유에 헐값에 낙찰된 사실관계가 조금이나마 기술된 점이 약간의 진일보일 수 있다. 다음은, 2심 재판인 수원지방법원 2021. 6. 24. 선고 2020나92045 임대차보증금 판결 내용이다.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2. 고치는 부분


제1심판결 제5쪽 제5행부터 제14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이 사건의 경우,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5. 4. 30.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른 대항력을 취득한 가운데, ② 갑 제4호증, 을가 제2 내지 6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 위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가는 234,000,000원으로 평가되었으나 2018. 3.경 최초 매각 기일을 진행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유찰 또는 재매각절차를 거듭하다가 결국 피고 은00에게 2019. 11. 6. 대금 31,190,000원에 매각된 사실, ㉡ 이처럼 경매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던 와중인 2019. 2. 9. 원고는 임대인인 피고 안00에게 전화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1차 갱신 만기인) 2019. 4. 말 이후에는 이 사건 부동산에서 퇴거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그때까지 임대차보증금의 반환 문제의 해결(또는 해결방안의 제시)을 요구하였던 사실, ㉢ 이후 피고 안00은 임차인인 원고에게 별다른 임대차보증금 반환 방안이나 일정을 밝힌 바 없음은 물론 이 사건 부동산 경매절차의 최종 결과조차도 제대로 알리지 아니한 사실, ㉣ 원고는 2019. 11. 6. 피고 은00이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고 나서(그 등기는 2019. 11. 11. 이루어졌다) 2020. 1. 21. 이 사건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피고 안00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청하는 내용증명1)을 발송하여 그 무렵 피고 안00에게 도달한 사실이 인정되고, ③ 이윽고 원고는 2020. 2. 12.에 이르러 임대인인 피고 안00을 주위적 피고로 삼아 해당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처럼 최종 매각까지 장기간 혼선을 거듭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 진행 경위 및 결과(이에 원고로서는 자체적으로 그 최종 결과를 확인하고 피고들 사이에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 은00의 이 사건 부동산 취득 전후로 피고 안00에게 통화, 내용증명 및 이 사건 소제기를 통하여 밝힌 임대차보증금 반환요청 내역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피고들을 상대로 임대인인 피고 안00으로부터 양수인인 피고 은00에게 임대인 지위가 승계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원고가 피고 은00의 이 사건 부동산 취득일을 실제로 안 날은 명확하지 아니하나 그 취득일인 2019. 11. 6.부터 기산하여도 위 내용증명이나 이 사건 소송을 통한 원고의 이의제기는 상당한 기간 내에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이로써 원고는 피고들 사이 임대차관계 승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 안00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피고 안00은, 원고가 피고 안00뿐만 아니라 피고 은00에게도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청하였고(앞서 본 2020. 1. 21.자 내용증명), 이후 피고 은00이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 임대차등기명령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임차권등기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 은00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전제로 행동하였으므로 피고 안00은 더 이상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기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2020. 1. 21.자 내용증명의 주된 취지는 피고 안00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이고(피고 은00을 공동수신인으로 삼은 것은 양수인인 피고 은00에게도 임대차관계 승계에 관한 원고의 이의제기 사실 또는 원고의 임대차보증금이 미지급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② 을가 제1 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2. 11.자 2020카임50013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2020. 2. 18. 그 주택임차권등기를 마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이루어진 위 등기는 원고의 임대차계약 승계 부인(이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적 조치로 평가되는 가운데, 이미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피고들 사이 임대차관계 승계에 대한 원고의 이의제기 의사가 확고히 표시된 이상, 피고 안00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 원고가 임대차계약의 승계를 인정하였다거나 그 임대인 지위 승계에 대한 기존 이의를 철회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 안00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기존 소송대리인의 맥 빠진 변론과 1,2심 재판부의 고뇌없는 기계적 판단결과 의뢰인은 매우 부당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대항력을 감안해서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낙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1,2심 재판부의 판단대로 의뢰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변제하더라도, 의뢰인은 법리상 낙찰자에게 이 금액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더더욱 그러하다.



★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13172 판결[부당이득금]

☞ 원피고 공유 중 임대차계약체결되고 원피고 지분에 따라 보증금을 나누어 받았지만, 원피고간 경매 공유물분할판결에 의해 피고 지분을 원고가 취득한 다음 임차인에게 보증금전액을 반환한 것을 계기로 피고에게 당초 피고가 수령한 보증금액수 상당을 부당이득이라고 하며 반환청구한 사안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원판시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가 23분의10 피고가 23분의13의 지분비율로 공유하면서 1984.4.30. 소외 박일현에게 위 부동산 중 주택을 전세보증금 7,000,000원에 채권적 전세방식으로 임대하고 이때 수령한 전세보증금을 위 공유지분비율에 따라 원고가 금 3,043,478원을 피고가 금 3,956,521원을 각 나누어 가진 사실, 피고가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위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그 대금을 지분비율에 따라 배당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및 위 판결에 따른 경매분할을 위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가 1986.11.20. 위 부동산을 경락받아 1987.2.17. 그 앞으로 소유된 이전등기까지 마친 사실, 위 박일현은 1984.4.30.경 원고 및 피고로부터 위 주택을 임차한 후 위 주택을 인도받아 위 주택에 거주하여 왔으며 1985.2.28.에는 주민등록상의 전입신고까지 마침으로써 위 주택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추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주택의 임차인이 재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구비한 후에 임대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것으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는 것이라 볼 것이니,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피고의 23분의13 지분소유권을 취득함으로서 피고의 위 박 일현에 대한 위 지분 상당의 금 3,956,521원의 임대보증금반환채무는 그 지분소유권과 일체로 원고에게 이전되고, 그에 따라 피고의 위 박 일현에 대한 임대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가 위 박 일현에게 당초 피고가 수령하였던 임대보증금 3,956,521원을 포함한 임대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의무의 이행에 불과하고 그로서 피고가 같은 금액상당의 반환채무를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없이 같은 금액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가 그로 인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부당이득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기존 변론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배당요구하지 않은 임차인의 행동으로 인해 의뢰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결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었다. 이 방법만이 형식에 치우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시각으로 작성된 상고장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략>


상고심에서 원심 파기, 더구나 1심에서도 동일한 결론인 원심이 파기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이 사안은 어느모로 보나 파기됨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힘찬 다짐에 위로받고 눈물 흘리는 의뢰인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올바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이상-




필자의 상고이유서에 대한 상대방의 답변서 제출, 이에 대한 필자의 상고이유보충서 제출 이후,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임대차보증금


1.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이라고 한다) 제3조 제4항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의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 그 결과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2. 24. 주위적 피고 안00(이하 ‘피고 안00’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1억 8,000만 원, 임대차기간 2015. 4. 30.부터 2017. 4. 30.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하였고, 피고 안00에게 그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


나. 원고는 2015. 4. 30.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아 그 주소지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고, 2017. 5. 1.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


다. 2017. 9. 5.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타경000000호로 강제경매절차(이하 ‘이 사건 경매절차’라고 한다)가 개시되었고, 원고는 매각기일에서 유찰이 계속되자 2019. 2. 9. 피고 안00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남편 정00이 임차인으로 현황 조사되었으나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고, 예비적 피고 은00(이하 ‘피고 은00’이라고 한다)은 2019. 11. 6.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마. 원고는 2020. 1. 21. 피고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그 직후 피고 은00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카임50013호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2020. 2. 11. 그 명령이 내려졌고, 2020. 2. 18. 주택임차권등기가 기입되었다.


바. 원고는 2020. 2. 12. 피고 안00을 주위적 피고로, 피고 은00을 예비적 피고로 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피고 은00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피고 안00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의 지위가 피고 은00에게 승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피고 은00이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기 전 피고 안00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의제되고, 위 해지 의사표시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 원고가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원고가 대항력을 행사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최고가매수인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원고가 종전 임대인인 피고 안00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한 것과 모순된다.


다. 원고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들 모두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피고 은00이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였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 안00으로부터 피고 은00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아, 종전 임대인인 피고 안00이 원고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택임대차법에서 정한 임대인의 지위승계 및 임차인의 이의 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안00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서로간의 다툼을 하나의 소송절차로 한꺼번에 모순 없이 해결하는 소송형태로서 모든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에 관하여 하나의 종국판결을 내려야만 한다. 위와 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 안00에 대한 부분에 파기사유가 있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결론의 합일확정 필요성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원고가 피고 은00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피고 안00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의 지위가 피고 은00에게 승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대법원판단의 근거로 여러 가지가 거시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원고가 대항력을 행사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최고가매수인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원고가 종전 임대인인 피고 안00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한 것과 모순된다”는 판단 부분이다.


대법원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행동은 그 자체로 낙찰자에게 임대차관계 존속을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통해, ‘임대인 지위가 낙찰자에게 승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한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과 같이 필자는, ‘이런 지위의 임차인이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행사하지 않고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위반이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 판시와 논리면에서는 다르지만,‘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도 배당요구하지 않은 임차인은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대항력있는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외견상 어느 누구라도 보증금반환의 부담을 승계할 것으로 외관을 작출하였고 그 때문에 피고 안00의 재산권이 헐값에 낙찰된 것이라면, 이는 원고의 행동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낙찰 이후 돌변하여 대항력을 주장하지 않고 종전소유자에게 보증금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이는 민사집행법상 배당요구철회 시점을 제한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배당요구 철회를 아무 때나 가능하도록 하면 임대차보증금 인수부담 변경으로 인한 현저한 불공평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민사집행법 제88조(배당요구)
①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된 뒤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 민법ㆍ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하여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
②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하여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


만약 원고가 승계되는 임대차관계를 인정하지 않을 의향이었다면, 이 사건과 반대로 배당요구를 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배당요구를 통해 정상적인 금액에 낙찰이 되고 이를 통해 배당받은 후, 혹시나 배당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낙찰자나 종전 소유자에게 적절히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원고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항력을 행사할 것 같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더구나, 원고청구가 인정된다면 터무니없는 가격에 낙찰된 이후 낙찰자와 통모 하에 종전소유자에 대해 불의타를 주는 이 사건과 같은 행동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습니다. 선순위 대항력있는 임차인으로서 이 사건 감정가격을 고려하면 보증금 1억 8천만 원은 낙찰자로부터 충분히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 소유자인 피고 안00에 대해서 청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피고 안00은 가정주부로서 부동산과 같은 유의미한 재산이 전혀 없습니다. 만약 이 사건 청구가 확정되면 원고로서는 낙찰자에 대한 보증금청구권을 상실합니다. 확실한 담보 부동산을 가진 사람을 두고, 재산관계가 불확실한 사람에 대한 청구에 더 집착하는 모습으로서, 합리적으로 보면 원고 스스로에게 손해되는 행동입니다.


원고 역시 이러한 상황을 잘 알 수 있을 터인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청구를 고집하는 것으로 보면, 원고와 낙찰자는 통모하여 원칙적으로 피고 안00에 대해 권리행사한 후 혹시나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에 대해서는 낙찰자가 책임지기로 하는 이면 계약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낙찰자로서는 거액의 보증금책임을 면할 수 있고, 원고는 결과에 상관없이 손해 볼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피고 안00이 원고에 대한 보증금을 반환한다고 하더라도 낙찰자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이나 구상권 등의 청구를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이런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이 사건 청구의 실제 주도자는 원고가 아니라 낙찰자로 보여집니다. 정말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1,2심에서의 거듭된 오판에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어 기쁘지 않을 수 없다(다른 대리인을 통해 1,2심에서 공히 패소한 사건을 대법원에서 수임해서 원하는 결론을 얻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억울하고 부당한 결론이라도 1,2심에서 공히 패소한 사건은 여간해서 대법원에서 뒤집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그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상고이유서 제출 4개월만에 파기환송판결이 선고된 점도 특이한 점이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선고기일이 지정되어 마음 한켠으로는 상고기각(패소)판결이 아닌가 걱정했다. 하급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고기각판결은 상고한지 얼마 안되서 신속히 선고되는 반면, 하급심판결을 파기하는 판결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선고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보람과 추억이 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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