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도 성형해야 미인이 되는 겁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 좋은 빌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효용성마저 커진다면 빌딩가치가 높아지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A씨(남/54세).

부동산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내·외관을 한층 개선시킴으로써 임대료와 자산가치 상승을 함께 도모했다는 사례를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동산 리모델링이 대중화된 만큼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도 아니다.

앞선 A씨의 말속에서 ‘성형’은 ‘리모델링’을, ‘미인’은 ‘투자수익’, 즉 ‘돈’을 의미한다. 최근 대한민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성형이 적지 않은 관심사로 자리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성형시대, 성형공화국!!”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부동산시장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다만 그 대상을 사람이 아닌 노후화된 건물에서 찾고 있을 뿐이다. 단독주택을 근린상가빌딩으로 바꾼다든지, 노후화된 빌딩의 외관을 멋지게 단장하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낡고 오래된 주택이나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재매각하는 방법으로 큰 차익을 보고 있다. A씨 역시 그랬다.

수십 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후 마땅한 부동산 투자처를 물색 중이었던 A씨. 어느 날, 평소 안면이 있었던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게 됐다. 건물주의 피치 못할 사정상 근린상가건물 하나가 급매로 나왔는데 혹시 투자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조만간 인근에 지하철역이 개통될 예정이고 상권의 배후지로 기존의 아파트 830세대 외에 새로이 아파트 1,520세대가 수개월내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가치상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사실 A씨로서는 부동산 중개인의 다소 뜬금없는 말이 그다지 미덥지 않았지만 일단 현장답사를 해본 후 매입 여부를 고민키로 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한 물건은 서울특별시 OO구 OO동에 위치한 준공된 지 30년 된 낡고 오래된 3층 규모의 근린상가건물이었다. 대지면적이 463㎡, 건물연면적은 926㎡이었으며, 엘리베이터는 따로 없었다. 임대현황을 살펴보니, 1층은 중국음식점, 슈퍼마켓, 분식집, 약국, 문구점 등이 있었고 2층은 내과병원과 한의원, 3층은 PC방과 당구장으로 채워져 있었던 반면, 지하층은 전체가 공실상태였다. 부동산등기사항전부증명서(구, 부동산등기부등본), 건축물관리대장, 토지대장, 지적도 등 기본적인 부동산 공적장부를 통해 물건분석을 끝낸 A씨. 이어서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해 시세조사와 상권분석까지 모두 마쳤다. 이제는 매입 여부만 판단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련의 조사 및 분석과정을 통해 A씨는 투자에 흥미를 느낄만한 몇 가지 재밌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소개받은 근린상가건물은 아파트단지(기존 830세대 및 신규 1,520세대)로 진입하는 초입에 위치해있어 매우 안정적인 상권 확보가 가능했다. 즉 배후지 2,350세대 아파트 입주민들이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 반드시 소개받은 상가건물 앞으로 지나다녀야한다는 점은 상권의 안정적 확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도보 5분 거리 내 지하철역 개통이 예정돼 있어 상권의 활성화가 기대됐다.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가 앞으로 지나다니는 유동인구수가 매우 중요한데, 지하철이 개통될 경우 과거 마을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했던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상가 앞 유동인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다양한 사례에서 봐왔듯이 유동인구 증가는 상권 활성화 및 매출액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훗날 임대료 상승으로 되돌아왔다.

셋째, 비록 건물의 외관은 낡고 노후화됐지만 비교적 튼튼하게 건축돼있어 뼈대가 튼튼했고, 무엇보다 대지면적이 넓은 반면, 건물의 연면적은 작아 증축 또는 리모델링 시 그 효용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열람해본결과 용도지역이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확인됐는데, 서울특별시의 경우 3종일반주거지역의 건폐율이 50%이고 용적률이 평균 250%임을 감안할 시 현재 3층 규모의 건물은 향후 2~3개 층 증축이 가능하게 돼 총 5층 내지 6층 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따라서 이는 추후 임대면적 및 임대수입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 자명했다.

넷째, 매물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인이 제시한 임대현황을 살펴보니, 8년 이상 된 장기임차인이 많았던 반면, 임대료 수준은 주변 시세보다 적어도 30% 이상 저렴했다. 이는 건물의 외관이 낡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할인된 금액이었다. 게다가 임차인들 중 일부는 임대인(건물주)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워 오랜 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 없이 지내왔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A씨에겐 오히려 매력 포인트이자 호재거리였다. 즉 소개받은 상가건물의 경우 상권이 양호한 만큼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우량 임차인으로 교체한다면 큰 폭의 임대료 증액도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A씨는 소개받은 근린상가건물을 시세보다 다소 저렴한 금액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또 잔금 중 부족한 금액은 은행대출을 통해 실행시켰다. 합의된 부동산 중개수수료(매매가의 0.4%)와 취득세(매매가의 4.6%)를 포함하더라도 총 35억원을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A씨는 다시 1년6개월 후 약 5억원을 들여 엘리베이터 설치 및 3개 층 증축공사를 포함한 대규모 리모델링공사까지 마쳤다.

매입한지 8년이 지난 2021년 현재, 해당 건물의 시세는 90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매월 들어오는 임대료 3,000만원을 제외하고도 부동산 가치상승으로 인한 투자수익률만 무려 157%에 달한다. 여기에 덧붙여 대출금 레버리지 차입효과까지 감안한다면 투자수익률은 훨씬 높게 나타난다. 리모델링한 부동산으로부터 A씨가 얻고 있는 투자수익률은 누가 봐도 초대박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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