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갭투자가 유망 투자기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모정당의 대표에게 전달한 ‘2019 아파트 입주계획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해 30대 이상 60대 이하 다양한 연령층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거주가 아닌 임대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자들이 아파트 값이 상승하자 시세차익을 노리고 갭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갭투자라는 용어가 부동산시장에 등장한지는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 문외한인 사람들조차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가 아닐까. 물론 여기에 아파트 투자열풍이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갭투자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 즉 갭(gap)이 작은 부동산을 전세보증금을 끼고 최소한의 자금으로 매입한 후, 일정시간이 흘러 매매가격이 상승할 때 매각함으로써 시세차익을 거두는 투자방식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매입한 후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본적 전제하에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가 부동산 갭투자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작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즉 전세보증금을 껴안고 매입하는 투자방식이라는 속성상 투자자는 작은 돈을 가지고도 큰 수익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져 자금마련이 어려울 경우 그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이점은 분명 부동산 갭투자의 실(實)일 것이다.

하지만 갭투자는 자칫 부동산시장의 악화로 매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이 확대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설령 갭투자라고 하더라도 주식이나 다른 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대원칙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또 변화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거시적 환경과 분양물량, 입주물량, 교통, 상권, 학군 등 수많은 미시적 환경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을 쉽사리 예측하거나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울러 갭투자는 전세가격이 급락하거나 전세수요가 급감해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 즉 역전세난이 발생할 경우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갭투자는 투자자 본인은 물론, 세입자에게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부동산시장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던 시기에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입주물량이 과다하게 쏟아지면서 심각한 역전세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깡통주택이 넘쳐나 결국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적도 있었다. 이점은 분명코 부동산 갭투자의 허(虛)가 될 것이다.

요컨대 부동산 갭투자는 허와 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작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바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매각을 원하는 시기에 시장상황이 나빠져 시세가 급락하거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또는 전세만기가 돌아왔으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예기치 못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갭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면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있거나 인근 지역에 대규모 입주물량이 예정돼있다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과장된 광고나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자금운용계획 없이 섣불리 갭투자에 나서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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