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매입찰 차 또는 참관 차 입찰법정에 들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선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썰렁했던 입찰법정이 올해 들어서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둘째는 경매진행물건이 여전히 부족하고, 셋째는 입찰 마감 후 개찰 진행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행이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붐볐다고 곧 입찰자들이 많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연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각 경매교육업체의 현장교육 실습생까지 증가하면서 입찰법정의 인파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시장에서 그 활로를 경매시장에서 찾으려는 입찰자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매물건 부족은 어제 오늘만의 현상은 아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신규로 유입되는 경매물건 역시 해마다 감소해왔다. 게다가 현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폭등한 탓에 경매물건의 매각률(낙찰률)이 높아지면서 경매물건의 감소폭은 더욱 커졌다.

상황이 이러하면 입찰이 마감되고 개찰이 진행될 때 개찰에 소요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여야 마땅할까? 최근 입찰을 위해 들렀던 입찰법정 두 곳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경매8계)에서 진행 예정인 32건의 경매물건 중 경매가 진행된 물건은 모두 23건이었다. 이중 12건이 낙찰됐으며, 총 입찰자는 56명으로 평균 입찰경쟁률은 4.7:1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봉천우성아파트 한건에 20명의 입찰자들이 몰렸을 뿐 단독 입찰이거나 2명 입찰한 물건도 7건이나 됐다.

각 사건에 입찰한 입찰자들의 입찰가격을 모두 불러주는 것도 아니니(서울중앙지방법원은 상위 3명의 가격만 불러줌), 넉넉잡아 한건 당 평균 3분 정도면 충분하고, 12건이 낙찰됐으니 개찰하는데 길어도 40분이면 된다. 입찰이 11시 10분에 마감되고 개찰준비과정을 거쳐 11시 30분 정도에 개찰이 이루어지므로 12시 10분 이전에는 개찰이 모두 끝났어야 함에도 오후 1시를 넘겨 끝났다. 예상시간보다 두 배가 더 걸렸다.

두 번째 예로 지난 1월 30일에 있었던 인천지방법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날 인천지방법원에서는 경매10계와 31계 담당사건이 함께 경매가 진행됐는데 경매예정물건 73건 중 10계 17건, 31계 54건(전체가 차량으로 기일변경이나 취하된 건이 없었음) 등 총 71건이 경매 진행됐다. 이중 38건이 낙찰됐으며, 총 입찰자는 205명으로 평균 5.4: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입찰경쟁률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8계보다 높았으나 인천지방법원 역시 상위 3명의 입찰가격만 불러주고 최고가매수인을 호창하므로 시간이 많이 할애될 이유는 없다. 이 역시 한건 당 3분 정도면 충분하고, 이날 38건이 낙찰됐으니 개찰에 약 2시간이면 족하다.

입찰자들이 많아 개찰에 앞서 입찰표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려 11시 45분쯤 개찰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늦어도 오후 2시면 개찰이 종료됐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입찰한 물건이 사건번호 순서상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개찰이 마감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나머지 물건의 개찰이 완료되기까지 과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렸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왜 이렇게 개찰이 더디 진행됐을까? 경매를 진행하는 집행관이 입찰한 사건번호마다 개찰하면서 최고가매수인을 호창하면 이후의 절차(낙찰자에게 입찰보증금 보관증 발급, 패찰자에게 수취증과 보증금 교환 등)는 보조요원들에게 맡기고 집행관은 즉시 다른 사건을 개찰하면 될 텐데 한 사건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사건을 개찰하는 것이 문제였다. 두 곳의 법원 모두 한결같았다.

서울지방법원의 경우 불필요한 시간지연 외에 입찰자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개찰 시 집행관이 매사건마다 ‘공유자우선매수 신청할 분 계십니까?’라고 묻는다는 점이다.

공유자우선매수신청은 예컨대 하나의 부동산을 A, B 2인이 각각 1/2씩 공유하고 있을 경우 A 소유 지분만 경매로 매각될 때 B에게 A 소유 지분을 우선하여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유자우선매수 신청할 분 계십니까?’라고 묻는 경우는 개찰할 사건이 공유관계에 있는 부동산에 한한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유물건이건 단독소유물건이건 불문하고 예외 없이 무슨 대단한 신념마냥 ‘공유자우선매수 신청할 분 계십니까?’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어떤 법원에서는 요건이 성립하지 않음에도 패찰한 입찰자에게 ‘차순위매수신고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사례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어느 경우에든 한 두건에서의 실수가 아니라 매사건마다 그리한다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차라리 무지에 가깝다. 한때는 모든 법원의 모범답안과도 같았던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이 최근에는 가장 혼란스런 곳이 돼버렸다.

경매입찰을 관할하는 각 지역 법원은 경매물건의 매개자로서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입찰자들은 고객인 셈이다. 고객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고객에 대한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그렇게 개찰을 더디 진행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반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정기간마다 경매를 진행하는 집행관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경매진행에 앞서 고객서비스 및 경매이론교육 먼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싶다.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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