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택시장을 전망하기에 앞서, 먼저 2019년 올 한해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2019년 주택시장은 한마디로 “정부와 시장간 팽팽한 힘겨루기의 장(場)”이었다. 즉 2019년 상반기의 경우 대출규제와 세금규제를 골자로 한 9.13 부동산 대책이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반면, 하반기는 사뭇 달랐다. 새 아파트수요가 몰린 서울, 대전, 대구, 울산 등이 가격강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한 직후 신축 아파트 공급감소를 우려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준공된 지 채 10년이 안된 새 아파트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가격 상승장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밝아오는 2020년 새해 전망은 어떨까? 아파트시장을 좌우할 몇 가지 주요 변수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대출규제 변수를 들 수 있다. 9.13 부동산 대책의 핵심골자라고 말할 수 있는 대출규제 강화는 아파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9.13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 내에서 1주택 이상을 소유한 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실적으로 대출규제가 아파트 수요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2020년에도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의 경우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및 LTV(주택담보인정비율)의 강화를 통한 대출규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거래량감소는 물론 가격상승에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둘째, 세금규제 변수를 들 수 있다. 9.13 부동산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소유자를 타깃으로 한 종합부동산세(보유세) 및 양도소득세(거래세) 강화방안이다. 여기에 덧붙여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임대사업자등록의 유인책으로 사용했던 각종 세제혜택(종합부동산세 면제 및 양도소득세 감면)을 사실상 무효화함으로써 1주택 이상자가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게다가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2020년에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90%선까지 올라가는 만큼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다만 2020년의 경우 서울 등 매물부족으로 가격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양도소득세의 한시적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금규제가 강화될수록 고가주택 및 다주택 소유자의 조세부담이 더욱 커지는 만큼 이는 가격상승에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기준금리 인하 및 부동자금 증가 변수를 들 수 있다. 부동자금 1200조원 시대가 현실화된 가운데 2019년 10월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25%로 낮추었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자 경기침체 심화를 우려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부동자금의 향배다. 사상 최저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부동자금 1200조원과 맞물려 각종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는 서울 아파트가격을 더욱 자극하지는 않을까 다소 염려스럽다. 2020년의 경우 기준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토지보상금 45조원까지 풀릴 예정에 있어 부동자금 급증이 아파트가격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넷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변수를 들 수 있다.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게 되면 새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 수요자인 수분양자의 입장에선 분명 매력적이다. 따라서 인기지역 및 인기단지 내 신규 분양아파트는 로또아파트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지 못한 공급업자가 신규사업을 기피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2020년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바 지역에 따라, 아파트 노후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재건축 ˑ 재개발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를 받은 일부 재건축단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염려한 조합 측의 사업연기 등으로 가격약세가 예상된다. 반면 준공된 지 10년이 채 안된 새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는 물론, 가수요 부동자금까지 유입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가격강세가 예상된다.


끝으로, 입주물량 변수를 들 수 있다. 대한민국에 불기 시작한 분양열풍이 입주물량이라는 결과물로 본격 등장하는 시점은 2018~2021년이다. 실제로 이기간 동안 전국 기준 입주물량은 45~50만여 가구에 이르는데 이는 예년평균의 2배를 넘는 수치다. 당연히 2020년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입주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역전세난으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집값하락은 필연적이다. “과잉공급에 장사 없다.”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아파트 신축(또는 재건축)을 꺼리게 될 것이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부족현상이 심화돼 이로 인한 가격상승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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