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부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표준지가 공시를 그리고 며칠 전 공동주택, 개별단독주택 공시예정가격을 발표하였다. 다음 달에는 개별공시지가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본래 정부는 각 필지별로 일 년에 한 번 공시 했었는데 주택-토지, 표준부동산-개별부동산 공시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발표하다보니 정신이 없어 보인다. 국민입장에서는 내가 보유한 부동산 세금이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다. 당연히 ‘지나치게 높다 vs 아직도 모자라니 더 올려야 한다.’ 는 논쟁도 이어진다. 언론사도 제 성격에 맞게 발맞춰 이런저런 기사를 내기에 바쁘다.

부동산 가격정보 환경의 변화

부동산 공시가격은 1989년도에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면서 시작하였다. 국토해양부는 기준지가, 행정안전부의 과세시가표준액, 국세청의 기준시가, 기획재정부의 감정시가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었다. 하나의 토지에 국토해양부,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 가격을 매기는 주체에 따라서 가격이 달랐고 그것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부동산 정보가 없던 시절 기준이 되는 유일한 가격의 잣대는 공시가격이었다. 이후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05년부터는 주택을 대상으로 토지와 건물을 각각 공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토지와 건물을 일체로 공시하는 제도가 신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80년대 부동산투기가 성행하던 시기만 해도 다운계약서, 업계약서 등이 관행이었고, 이를 입증할 정보도 없었다. 부르는 게 값이었고, 계약서상엔 실제 가치보다도 높게 사는 사람과 낮게 파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2006년 실거래 신고제도는 정보통신의 발달과 맞물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관련 정보가 축적되었다. 누군가 거래하고 신고하면 큰 시차 없이 시세를 알 수 있고 정보의 비대칭성도 상당부분 개선되었다.

공시가격 쟁점의 변화

부동산 가격정보 환경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다는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가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올리더라도 세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직도 고가의 부동산은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턱없이 낮다. 공시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딱히 부정할 논리도 찾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증세꼼수, 중저가 주택상승 등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들과 달리 내 집 마련의 꿈은 꾸지도 못한 채 평생 이사 걱정을 하며 살아갈 국민들에겐 그저 부러운 싸움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가격이 높낮음”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여론조사는 공시가격 인상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반대의견보다도 높았다고 한다(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 찬성 47%, 반대 33.2%, 뉴스핌, ‘19.1.23기사, 인용). 아이러니 하다. 들여다보니 부담하는 보유세가 늘어난 사람, 새로이 종부세를 내야하는 사람보다는 전월세 가격이 올라갈까 노심초사 걱정하는 국민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보유세가 늘어나도 올라간 시세를 생각하여 세금 때문에 집을 내놓기 보다는 언젠가 다시 가격이 올라가길 기대하며 버틸 다주택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필자의 주관일까. 세금은 국가재정조달이라는 목적 외에도 재분배 기능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갖는다. 부동산 세금이 부의 편중을 막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나 침체를 보정하는 기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원칙에 대한 정쟁은 소모적이다. 정쟁보다는 대안이 제시되길 바랄 뿐이다.

공시가격제도가 공감을 얻으려면

정부는 고가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그 동안 저평가 되어온 공시가격을 개선하는 과정이라 발표하였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설명하였다. 공시가격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할 서민들의 복지혜택 축소, 의료보험료의 급격한 인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 부처 TF팀도 운영 중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근거법에서는 ‘부동산의 적정가격(適正價格) 공시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부동산 시장·동향의 조사·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부동산의 적정한 가격형성과 각종 조세·부담금 등의 형평성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1조)라 명시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근거법의 목적은 변한 것이 없다. 정부가 바뀌고, 부동산 시장의 등락 등에 따라 정책 변화가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것은 지속적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정부가 TF팀을 통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후속조치 발표는 큰 시차를 두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바로잡아 공평과세의 기틀을 잡겠다는 의지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각 정당들도 이 영역에서 경쟁해야 하며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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