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인터넷 매체에서 언론사들이 기사 내용과 동떨어진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며, 조금은 과장된 기사 제목을 뽑아 독자(또는 유저)들을 낚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아찔’, ‘경악’, ‘충격’ 등등의 단어를 기사 제목에 삽입해 독자의 시선 내지 클릭을 유도하지만 사실 기사 내용은 별 볼일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것도 마이너 언론사보다는 메이저 언론사에서 그런 기사를 더 많이 내보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언론사들이 그러한 기사 제목을 뽑는 이유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그럼으로써 해당 기사 조회수나 트래픽을 높이고자 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위 ‘낚시질’은 언론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구매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느 매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미 곳곳에 만연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소 동떨어진 얘기 같지만 경매시장에도 ‘낚시질’은 엄연히 존재한다. 낚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나 그 작업 대상, 작업의 목적이 여타 다른 ‘낚시질’과 다를 뿐이다. 경매시장에서의 낚는다 함은 1차적으로 경매물건이 빠른 시일 내에 낙찰되도록 하기 위함이고, 2차적으로는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낚는 대상, 즉 ‘낚시질’에 낚이는 사람은 물론 입찰자이다.
그렇다면 입찰자를 낚는 사람은 누굴까? 주로 ‘낚시질’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 즉 경매물건의 이해관계인이다. 이해관계인 중에서 채무자나 소유자는 경매당한 조급한 처지에서 ‘낚시질’을 할 여유가 없다. 보증금을 찾느냐 떼이느냐 기로에 서 있는 임차인도 그럴 여유가 없다.
주로 문제되는 것이 바로 채권자의 ‘낚시질’이다. 채권자는 경매신청 채권자이든 그렇지 않든, 1순위 채권자이든, 후순위 채권자이든 가급적 빠른 시일에, 그것도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류이다. 그래야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 대한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자와 입찰자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어떤 경매물건의 임대차관계나 권리관계가 단순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경우에 채권자는 입찰자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존재가 된다.
특히 2002년 7월 민사집행법 시행으로 채권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외에는 집행기록을 열람할 수 없게 만든 것도 입찰자들의 채권자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 게다가 전에는 채권자가 금융기관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채권담당(또는 여신관리담당)을 물어물어 찾는 게 쉽지만은 않았으나 최근에는 채권이 유동화되면서 유동화회사나 OOAMC 또는 OOASSET이라 불리는 자산관리회사들이 경매정보에 연락처를 공개하고 있다.
채권양수인의 연락처를 안다는 것 자체가 입찰자로서는 굉장히 큰 소득이랄 수 있으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공개된 전화 통해 문의를 해도 제공해주는 정보에 한계가 있고 그 정보 역시 함정이 없지 않다.
자산관리회사 입장에서는 공개된 전화 통해 문의하는 입찰(예정)자는 대단한 낚시감이 아닐 수 없다. 채권자, 특히 원채권자가 아니라 채권 유동화를 거친 양수채권자일수록 수익률(또는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권리관계나 임대차관계 및 물건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입찰자를 대상으로 답변을 해주는 과정에서 입찰을 유도하거나 문의한 사람들의 수, 입찰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심지어 예상 입찰가까지 실로 대단한(?) 정보를 슬쩍 흘린다. 입찰을 맘먹은 사람으로서 이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 4월 첫날 양평군에 소재한 토지가 경매 부쳐진 적이 있다. 남한강이 조망되는 곳에 조성된 일단의 전원주택지 중 도로지분과 1필지 토지가 나온 물건으로 지상에는 오래 전에 짓다 멈춘 건축물이 있어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있는 물건이다. 현장에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2개나 나붙어 있고 실제 법원에 2명의 유치권자로부터 각각 1억9000만원, 6900만원씩 유치권이 신고돼 있지만 채권자로부터 유치권배제신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필자도 관심이 있었던 물건이라 경매정보업체에 공개된 OOASSET이라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유치권에 관한 내용, 유치권배제신청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자료요청은 협조를 받지 못하고 대신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물론 공신력이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답변은 아니다. 아울러 법정지상권이나 사업권 양수도 관련 사항을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상대방이 던진 한마디. 이 물건 입찰예정자가 있고 그 사람이 3억8000만원을 쓸 예정이라는 것. 필자는 그 전에도 여러 번 갖은 채권자로부터 이러한 낚시성 멘트들을 들어왔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더군다나 이 물건은 현장답사 후 들른 양평군청에서 건축인허가 및 착공사항 확인을 통해 법정지상권이 분명히 성립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사업허가권 취소 내지 양수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알려준 것처럼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이상으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결국 필자는 이 물건 입찰을 포기했지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입찰자들은 어디 그럴까? 입찰 결과를 보니 2명이 입찰해 3억8510만원에 낙찰됐다. 모 자산관리회사가 얘기한 3억8000만원보다 510만원을 더 쓴 금액이다. 낚여도 제대로 낚였다. 물론 필자가 잘못 판단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경매물건 채권의 대다수가 유동화되면서 입찰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채널이 하나 더 생긴 것은 좋으나 그만큼 함정에 빠지거나 던진 미끼에 걸려들 가능성도 많아졌다.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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