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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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팀장이 정한 8가지 가이드라인
많은 회사들이 가치관 경영을 한다. 가치관 경영은 크게 미션, 비전, 핵심가치로 이루어져 있다. 미션은 왜 존재하는가? 비전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핵심가치는 어떻게 미션과 비전을 달성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 이러한 가치관 경영은 조직과 구성원을 한 방향 정렬하게 한다. 같은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큰 장점이 있다.

가정에는 ‘서로 사랑하자’, ‘가화만사성’ 등의 가훈이 있다. A팀장은 가훈에 담긴 뜻을 더 강화하고 가족 간에도 꼭 지켜야 할 기본을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정해 행동으로 지속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A팀장이 정한 가정에서 함께하는 원칙은 5가지였다.
1)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한다.
2) 모든 방의 문은 가능한 열어 놓는다.
3) 집을 나갈 때는 집에 있는 사람에게 행선지와 귀가 시간을 말하고 허깅하고 나간다.
4) 집에서의 식사는 항상 함께 시작해 함께 끝낸다.
5) 가족이 출장이나 여행으로 떨어져 있게 되면 반드시 서로 전화로 안부를 전하고 묻는다.
A팀장은 가정의 원칙이 있듯이 조직을 잘 이끌어가려면 그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팀장은 차부장 그룹, 과장 그룹, 대리 이하 그룹으로 나누어 각자가 생각하는 가이드라인 5개씩을 정하라고 했다. 각 그룹별로 역할이 다르다 보니 가이드라인도 다양한 내용으로 제출되었다.
A팀장은 다양한 가이드라인 가운데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 목표, 실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8가지 가이드라인을 최종 선정했다.
➀ 회의의 3원칙을 지킨다(회의 하루 전에 회의 주제와 결정사항을 공지하고, 회의 시각은 시작하기 한 시간 이내에 알려야 하며, 회의에서 토론 결과와 실행 주체를 반드시 도출한다.)
➁ 대화 시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는다.
➂ 7일 이상 소요되는 모든 일은 스케치 페이퍼(Sketch Paper)를 통해 사전보고를 한다.
➃ 매일 아침 8시 50분에 모두 모여서 10분간 아침체조를 실시한다.
⑤ 아침인사는 나중에 온 사람이 먼저 온 사람에게 손을 부딪치는 방식(하이파이브)으로 한다.
⑥ 그룹 게시판에 1주 1건의 자신의 이름으로 글(자료, 정보)을 올린다.
⑦ 모든 지시에는 복명복창한다.
⑧ 매월 1회, 팀 발표회는 필히 참석한다.

어떻게 지속하게 할 것인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하루도 가기 전에 지켜지지 않았다. 팀원들의 아침 인사는 쑥스럽다는 이유로 ‘영혼 없는 인사’가 이어졌다. 출근 시간 임박하여 도착한 팀원들은 인사 자체가 없다. 8시 50분에 모여 아침 체조는 무슨 체조를 누가 진행하는가 정해지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정해 놓고도 1일차에 상황이 이런 모습이니 무엇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A팀장은 정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직의 가장 선임인 장부장에게 매주 실시 현황을 점검하라고 했다. 개선사항이 있으면 전원이 모인 상태에서 토론하여 결정하되, 조직의 약속이므로 이 가이드라인만큼은 암기하고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장부장이 복명복창을 하지 않자 그 자리에서 실시하도록 했다.
그런데 한 주가 지났는데도 장부장의 보고가 없다. A팀장은 장부장을 불러 재차 확인했다.
장부장이 깜박 잊고 보고를 하지 못했다는 말에 크게 호통을 쳤다. 즉시 지난 한 주 동안의 ‘가이드라인 실행’ 현황을 파악해보라고 했다.
2주가 지난 후, A팀장은 조직원 전원을 회의실에 모이도록 했다. A4 용지를 나눠 주고 8가지 가이드라인을 적도록 했다. A팀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8가지를 모두 적어내지 못했다.
A팀장은 8가지 가이드라인을 그 자리에서 외우게 했다. 또한 A팀장은 아침체조가 끝나면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8가지 가이드라인을 항상 외치도록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늦게 출근한 직원은 열심히 하이파이브를 외치고 다닌다. A팀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월 1일은 조찬 모임에 참석하느라 늦게 출근하는 날에는 팀원 전원에게 손을 부딪치며 아침인사를 한다. 일의 추진에 앞서 ‘스케치 페이퍼’ 보고를 일상화 하다 보니, 방향이 명확해지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룹 게시판에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자료, 읽은 책, 자신이 끝낸 과제에 대한 매뉴얼 등을 정리해 올리다 보니 구성원들의 감사와 칭찬 댓글이 이어졌고 조직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우호적으로 변하였다.

조직의 룰을 정해 조직과 구성원들 사이에서 바람직한 변화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사람만이 경영자가 될 수 있다. 룰을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해진 룰이 잘 실천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물론 구성원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겨도 좋지만, 구성원의 생각과 역량 수준이 크게 다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에게 맡기면 실패 한다. 기본이 되는 것만큼은 모두에게 습관으로 몸에 붙도록 실행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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