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2021연말 수상소감 대상은? BTS VS 류승완감독 VS 윤여정배우
*박영실박사 유튜브영상 바로가기링크

남 앞에서 나답게 말하는 쉬운 비밀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나답게 말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수상소감을 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생각이 많아진다. 미리 원고를 써놓기도 하는데, 그대로 읽으면 식상할 것 같고 외우자니 혹시 기억이 안 날까 봐 걱정이 앞선다. 기억에 남는 수상 소감으로 짧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살리고 싶은데 많은 사람 앞에서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각종 시상식에서 기억에 남는 수상소감들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2021 American Music Awards)의 대상이나 마찬가지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움켜진 그룹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도 기억에 남는다. BTS여러분께 행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챕터의 시작입니다. 매 순간이 소중한데요. 4년 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미국 데뷔 무대를 했는데, ‘아티스트 오브 이어를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다 아미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잘 살펴보면 이 수상소감에도 깔끔한 공식이 비밀처럼 숨어 있다.


어떤 공식일까?

오랫동안 많은 대중 앞에서 강의해온 나조차도 수상소감을 해야 할 때마다 늘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시간 이상 진행하는 강의와 5분 이내의 짧은 소감 전달은 다르기 때문이다.그럴 때 마다 기억하는 4단계가 있다. 소감 스트레스에서 구원해준 소감공식 ‘APEC'이다. APEC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와 머리글자는 같되 의미는 다르다.


APEC이 각 단계별로 어떤 의미일까?

A(Attention) : 청중의 관심 끌기 단계다.
P(Point): 수상소감의 핵심을 말하는 단계다.
E(Example) : 앞서 언급한 핵심에 대한 사례를 간단하게 풀어주는 단계다.
C(Conclusion): 수상소감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단계로 총 4단계다.


BTS의 수상소감의 관심끌기, 핵심주기, 사례풀기, 정리하기

A(Attention) : 관심 끌기 - 여러분께 행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P(Point): 핵심 주기 - 이 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챕터의 시작입니다.
E(Example) : 사례 풀기- 매 순간이 소중한데요. 4년 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미국 데뷔 무대를 했는데, ‘아티스트 오브 이어를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C(Conclusion): 정리하기- 다 아미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청룡영화제 수상소감들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된 류승완감독은 영화인들을 위로하는 수상소감으로 기억에 남는데 역시 APEC이 잘 담겨있다.

A(Attention) : 관심 끌기 - 영화를 만들면서 좋을 때도 있었고 안 좋을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좋을 때다
P(Point): 핵심 주기 - 들뜨는 순간도 있었고 위기에 몰리는 순간도 있었다.
E(Example) : 사례 풀기- 묵묵히 버티고 가니까 이런 자리까지 왔다.
C(Conclusion): 정리하기- 어둠 속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영화인들, 조금만 더 버티시라. 버티면 좋은 날 온다!


윤여정배우의 수상소감

역시 윤여정배우만의 결이 담긴 담백하고 엣지있는 수상소감이었다. 윤여정배우의 경우는 핵심주기와 사례풀기 순서를 살짝 바꿔서 APEC이 아니라 AEPC로 변화를 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A(Attention) : 관심 끌기 - 노배우 윤여정입니다. 어느덧 바라볼 것보단 돌아볼 게 많은 나이가 됐어요.
E(Example) : 사례 풀기- 몇 주 전에 영국 기자와 인터뷰를 했어요. 내게 '기생충', BTS, '오징어 게임' 등 한국의 대중예술이 갑자기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아는지 묻더군요.
P(Point): 핵심 주기 - 그래서 내가 '우리에겐 언제나 늘 좋은 영화, 드라마가 있었다. 단지 세계가 갑자기 우리에게 주목할 뿐이다'라고 답했어요. 내가 말에 책임을 지게 해주셔야 합니다.
C(Conclusion): 정리하기- 앞으로도 바라볼 게 많은 여러분이 좋은 얘기들, 많은 얘기들을 영화로 만들어서 세계 사람들과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머가 담긴 수상소감들도 분위기를 더 부드럽게

영화 '모가디슈'의 류승완감독은 두명의 멋진 배우들에 의해 호명되어 무대위에 올랐다. 시상자는 바로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였다. 멋진 두배우가 함께 투샷으로 잡히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수상자로 올라온 류승완감독은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화면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 느끼시는 분들은 정상입니다. 앞사람들 때문에 뭔가 이상할 수 있는데 모든 게 잘못된 건 없다"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자신이 조금 손해본다는 기분을 재치있게 호소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감사하긴한데, 굳이 이분들과 시상을 붙여주시면 대한민국 그 어떤 영화감독도 좋아할 사람 없을 겁니다. 그건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그의 센스있는 유머로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처럼 유머라는 양념을 한스푼 더 넣은 수상소감은 청중들의 마음에 각인을 시키는 힘이 있다.앞서 말씀해드린 APEC기법을 기억하면서 청중의 관심을 끌만한 말을 먼저 하고 핵심을 말한 후 사례를 덧붙이면서 정리하고 거기에 부드러운 유머를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좋은 수상소감은 역시 노력의 산물

아울러 세계적인 시상식의 수상소감을 챙겨보면 좋다. 센스 있는 수상소감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결이 담긴 수상소감이 향기롭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과 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감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소 10번 이상 거울 앞에서 몸짓과 함께 리허설을 해본다면, 감사함을 전하는 소감의 향기가 상대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전할 수 있기를

사람들은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의 수상소감에 더 감동받는다. 고난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이 받는 감동도 커진다. 고난을 극복해내며 이룬 성공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기쁜 일만 생기면 좋겠지만 혹여 고난이 닥치더라도 긍정에너지를 발휘해보자.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 쪽 문은 열린다는 믿음으로. 그런 긍정마음이 자신을 진정한 인생의 대상수상자로 만들어주는 씨앗이 아닐까 싶다.
[박영실 칼럼] 2021연말 수상소감 대상은? BTS VS 류승완감독 VS 윤여정배우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