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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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탓인가?

인사팀 A과장에 대한 평판은 그리 높지 않다. 붙임성도 있고 주어진 일도 꼼꼼하게 처리한다. 팀원이 야근을 하면 도와주려는 마음도 있고, 자신이 어렵게 구한 자료나 작성한 보고서를 공유한다. 문제는 말이다. 얼마 전 일이다. 현장의 조장이 어렵게 인사팀을 방문했다. 현장 신입직원 교육을 담당하는데 신입직원과의 갈등이 있어 협의하러 찾아온 것이다. A과장은 몇 마디 듣지도 않고 결론을 낸다.
“그것은 김 조장이 잘못했네요. 요즘 신입사원이 갑자기 야근하라고 하면 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부탁을 해도 부족한데, 무조건 하라고 했으니 반발하지요. 가서 미안하다고 하세요.” 김 조장은 자신의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고, 협의를 하러 왔지 조언이나 지시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화가 났다.
A과장이 빨리 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라는 말에 다시는 인사팀에 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임을 앞둔 선배가 인사팀을 찾았다. A과장이 “선배님, 한 10년은 늙으신 듯 하네요.
아무리 정년퇴임이라고 하지만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노후 설계는 되어 있으시죠?”
관심을 갖고 걱정해준 말이지만, 퇴임 선배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인사팀장이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선배에게 그 동안의 업적과 퇴직하게 되어
아쉬움 많겠다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자칫 험악해 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전환하였다.
문제는 A과장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인사팀 B대리는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다. B대리를 만나는 사람은 기분이 좋다.
아침 인사는 하이 파이브를 하며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데 역시 선배님의 디자인 감각은 최고라고 인사말을 전한다. 표정이 밝으니 좋은 일이 있느냐?
아침 커피 향이 진한데 누가 이런 배려를 했느냐? 오늘 선배님 보고로 바쁘실텐데 제가 도울 일 없느냐? 등 아침 인사부터 다르다. 인사팀을 찾는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경청한다. 항상 맛있는 커피 있다며 자리를 권한다. 본인이 결론을 내지 않고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게 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바로 선배나 팀장에게 조언을 구한다. B대리는 상대를 인정하고 최대한 칭찬하라는 직장생활의 원칙을 정해 실천한다.

어느 순간, 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팀장이나 선배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포함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하는 일 수행 역량이 뛰어난 사원이 인정을 받는다.
근속과 직급이 늘며 지시 받아 일하는 직원보다는 주도적, 자율적으로 일을 만들어 수행하는 직원이 인정받는다. 주도적 자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일의 프로세스와 키워드를 알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선제적 조치 차원의 일을 창출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일의 창출과 실행은 혼자 할 수 없다.
주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회사 사업, 전략, 재무 상황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핵심직무가 무엇이며, 핵심직무별 누가 최고의 핵심직무 전문가인가 꿰뚫고 있어야 한다.
상사와 선배, 동료와 후배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전부터 해 왔던 일은 설득하기도 쉽고 잘 지원해 주지만,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평소 관계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운 일의 추진이나 제도 개선은 쉽지 않다.

어떻게 관계 관리를 할 것인가?

‘인간관계가 답이다’란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 강조한 것은 5가지이다.

① 소중한 사람은 간직만 하지 마라. 적극 표현하라. 이 적극 표현은 긍정적 표현이지 절대 부정적 표현이 아니다. “이 대리가 함께 해 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 “김 차장 없었다면 이 일을 하지도 않았어”
② 내 마음 속에 간직한 사람 중요하지만, 그 사람 마음 속에 내가 간직되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 내가 간직되어 있으면, 그 어떠한 어려운 요청도 기꺼이 도와준다.
③ 10명의 우군을 얻는 것 중요하지만, 1명의 적을 만들지 마라.
④ Give & Take 보다는 주고 주고 또 주는 사람이 되라.
⑤ 말의 품격을 지키고 상처 주는 말을 절대 하지 마라. 사실 이 교훈을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 인사부서는 현장의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해야 하지만, 제도의 도입부터 마무리까지 설명을 하며 설득을 해야 한다.
부정적 이야기가 아닌 긍정적이고 다가설 수 있도록 공감되는 말을 해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사업과 연계하여 조직과 구성원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가 지속 성장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사담당자의 언행은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인사담당자가 뒷담화를 하거나 부정적이고 비교하는 상처 주는 말을 한다면 최악의 인사 담당자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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