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일자리 가장 많이 만든 대기업은?(사진=게티이미지뱅크)
5년간 일자리 가장 많이 만든 대기업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망한 기업은 이유가 있다

기업 청산과 회생을 전문으로 하는 지인과의 만남에서 ‘왜 기업이 망하는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법원에서 일을 하는 지인은 망하는 기업을 가서 실태 조사를 하면 3가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친인척의 높은 비중과 신상필벌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내와 아들 딸은 물론이고 동생, 조카들이 회사의 고위직으로 있다고 합니다. 친인척이 회사에 근무하면 로열티가 높아 더 솔선수범하여 문제를 찾아 개선하고,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을 높이며, 성과를 올릴까요? 망하는 많은 회사들은 능력이 없는 CEO의 친인척이 높은 직책,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출퇴근은 물론 기강을 해이하게 하는데, 직원인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가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잘못에 대한 질책이나 벌은 없고, 회사에 기여하는 일은 적은데 연봉, 좋은 차, 넓은 사무실이라는 보상을 받는 것을 보며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둘째,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러나 CEO만 모르는 부정부패가 심각했다.
지인은 한 청산절차에 들어간 회사를 방문하여 회계 장부, 구매 기록, 납품업체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새 제품을 구입한 것처럼 장부는 되어 있지만, 실제 들어온 제품은 중고였다는 점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3일도 안되어 회사 곳곳에 부정이 자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CEO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셋째, CEO의 전략 부재입니다. 청산하는 기업의 CEO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열정이 생각보다 없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자식이 위협에 빠져 있다고 하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자식을 구하려 할 것입니다. 무릎을 꿇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 것입니다. CEO에게 회사는 자식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이러한 회사가 위기에 빠졌는데, 회생 전략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미 희망이 없기 때문에 포기한 탓도 있겠지만, 그 이전부터 경영에 대한 기본 마인드와 역량이 떨어져 환경의 변화와 경쟁자에 대한 분석도 없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인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은 자식의 문제가 크다고 합니다. 고생없이 자란 30대의 CEO에게 근면성실, 솔선수범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겠지요? 지인은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줄 의사가 있는 CEO들은 자식이 본인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 다른 회사에 3년 정도 근무하여 직원들의 애환을 경험하고 오도록 하라고 당부합니다.

신상필벌 원칙과 적용이 명확해야 합니다.

A회사 건설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사가 발생하였습니다. 공사는 촉박한 공기로 밤낮없이 진행되었고, 건설회사는 모든 공정을 협력업체에 맡기고 공기를 재촉했습니다. 안전관리는 당연 소홀히 하게 되었고,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무리한 공사 일정과 인력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추락사가 발생하였고, 건설회사와 협력업체는 쉬쉬하며 사건을 축소하려고만 했습니다.
지역 언론에 기사화되고, 청원이 이어지며 책임론이 부각되었습니다. 건설회사는 모든 공사의 책임을 협력업체에 돌렸고, 결국 협력업체의 공사 현장 책임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선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공사는 진행되었고, 공기 안에 마무리되어 건설회사의 수주와 공사 관계자는 포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안전은 뒷전이고, 사고가 나더라도 공사 현장의 협력회사 탓이며, 결과에 대한 보상만 받으면 된다는 이 건설회사는 지금 망했습니다.
B회사의 연구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모든 연구직은 물론 이 연구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소에 스마트폰을 놓고 입장해야만 합니다. 이 룰은 엄격하게 지켜졌습니다.
하루는 CEO가 장관과 국회의원 및 기자단과 함께 이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연구실장은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놓고 입장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방문자가 사진을 찍어 신문에 기사화 되었습니다.
회사는 그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초청한 CEO, 철저하게 확인을 하지 않은 연구실장, 사진을 찍도록 빌미를 준 현장 관리자 등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기에, 지금은 스마트폰을 지참할 수 없다는 룰은 있지만 연구원의 스마트폰 지참은 일상화 되었습니다.
C회사의 경영본부장은 CEO 1순위였는데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3년 전 자신이 담당했던 영업본부에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하여 회사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회계부정은 5년전부터 시작되었고, 그 금액이 누적되어 금번 특별감사에서 밝혀진 것입니다. 영업지점들의 조직적이고 대규모 부정사건이었기 때문에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영본부장은 자신이 담당했던 시기에 발생하였기에 자신의 책임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며 자신이 퇴직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영업본부장에서 경영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3년이 지났지만, “경영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이다”는 말을 남기고 퇴직을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C회사는 자신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성과가 있는 곳에는 보상이 있다’는 원칙, ‘잘못이 있으면 벌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과 차별 없는 실행은 매우 중요합니다.
CEO이고 친인척이기 때문에, 고위직이기 때문에 나는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회사가 원칙과 룰로 정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해야할 일은 반드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그 어떠한 경우가 발생해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올바르게 행해 성과가 있으면 그 성과는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하며, 잘못을 했으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원칙이 서야 말과 기강이 섭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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