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 칼럼] 올림픽 정신을 즐기는 선수들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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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경쟁에서 벗어나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

우리나라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못했을 때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전 정신에 의의를 두는 성숙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높이뛰기의 우상혁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잃을 게 없어서 그냥 즐겁게 뛰었던 것 같아요.” 수영의 황선우선수는 49초 턴 한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신기록 달성에 의미를 두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숙한 관전문화

메달 여부와 관계없이 선수들의 그동안의 노고와 노력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선수들이 흘렸을 땀에서 감동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보다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 순수한 도전에서 스포츠의 묘미와 감동을 느낀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관전 문화가 달라진 이유는?

승자를 칭찬하고 패자를 위로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 우려 속에 열린 '세상에 없던 올림픽'을 통해서 우리의 변화는 큰 의미가 있다. 성적 우선주의에서, 즐기는 태도와 과정에 주목하는 관점의 변화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근대5종을 널리 알리겠다는 전웅태 선수의 꿈이 현실로!

우리나라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된 전웅태선수가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섰었다. 전웅태선수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리스트다. 지난 7일 열린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대회 전 포부로 밝혔던 "근대5종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 개인적으로 오디오플랫폼을 통해서 전웅태선수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선수의 말은 ‘근대 5종’을 모르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근대 5종을 알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된 것 같다.

유난히 빛났던 여자배구의 김연경선수의 투혼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선 김연경은 이번 대회 득점(136점), 디그(83개) 전체 2위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승리를 위해 뛰어서 때리고, 날려서 공을 건졌다. 주장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경기 뒤 김연경선수는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 웃으라고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다. (올림픽 4강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회 내내 통증에 시달렸다니

2005년 프로 데뷔 후 함께해 온 이상화 트레이너는 “(테이핑을 붙였다 떼면서 생긴) 피멍 흔적보다 사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고 한다. 평소 시즌 중에도 테이핑을 하는 일이 없는 선수라 놀라서 전화를 해봤더니 무릎이 흔들리는지 통증이 꽤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올림픽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그녀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된 김연경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도 많은 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렀다. 여자배구를 알려 기분이 좋다.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후배들이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란 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나도 이번 경기를 통해서 김연경선수가 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지를 알 수 있었다.

펜싱 F4의 입담도 금빛처럼

이번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쥔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 선수의 입담도 금빛처럼 빛났다.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한 것을 봤다.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외모로 화제가 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 선수들의 실물을 처음 본 출연진들은 "아이돌 같다"고 감탄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펜싱 F4’라고 하는 것 같다.

갑자기 튀어나온 구본길선수의 사투리

펜싱경기중에 진지한 모습만 보다가 예능에 출연한 선수들의 또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날 '마마무'의 솔라는 "네 분이니까 남자 마마무 같다"며 수줍게 팬심을 드러냈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갑자기 튀어나온 구본길 선수의 사투리에 MC 전현무는 고향이 어디인지를 물었고, 그는 "서울 온 지 십년이 넘었다.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라며 당황해 큰 웃음을 안겼다.

지친 국민들을 위로한 순간들

우리나라 선수들의 빛나는 활약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한 것 같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해온 해설진들의 중계는 시청자들이 올림픽을 한층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해설을 맡은 기보배 KBS 해설위원의 발언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선수들에게 "내가 뭔가 하나 해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라고 조언하며 선수들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선수로


기보배 해설위원과 함께 여자 양궁 경기 해설을 맡았던 강승화 KBS 아나운서의 소신 발언도 조명받았다. 그는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안산이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그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십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안산에 대한 논란을 꼬집었다.

체조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선수의 경기를 해설한 여홍철 해설위원

체조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선수의 아버지인 여홍철 KBS 해설위원은 이번 올림픽에서 단연 큰 주목을 받았다. 여서정선수의 동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환호하며 캐스터와 손을 맞잡은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한국 체조 첫 은메달을 선물한 여홍철 해설위원과 한국 여자 체조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거머쥔 그의 딸 여서정선수의 경기 모습을 편집한 영상도 온라인상에서 회자됐다.

경기를 즐기는 안목과 느낌의 다양화

올림픽 해설위원에 따라서 경기를 즐기는 안목과 느낌도 다양해지는 것 같다. 올림픽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얼마나 선수들, 국민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끌어내느냐 또한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 해설위원들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큰 감동을 준 우리나라 선수들과 관계자분들게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박영실 칼럼] 올림픽 정신을 즐기는 선수들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전문화
<한경닷컴 The Lifeist>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대표 박영실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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