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정권의 부자(富者) 증세는 말 그대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자는 것이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부(負)의 소득세는 음(마이너스, 陰)의 소득세라고도 한다. 소득이 중간 이하면 세금을 안 내는 것은 물론이고, 최저 생활을 할 수 있는 보조금을 주자는 내용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 그는 시카고 가격 이론의 2세대 중 대표적인 지식인이었다. 프리드먼은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경제 고문이었다.  / 출처 위키피디아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 그는 시카고 가격 이론의 2세대 중 대표적인 지식인이었다. 프리드먼은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경제 고문이었다. / 출처 위키피디아


좋은 나라는 중산층이 두툼한 나라이다. 중산층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생활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는 계층이다. OECD의 분류법에 따른 중산층은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운 다음에 중위소득의 75~200%까지의 소득을 가진 집단이다.

중위소득이란 딱 50%에 위치하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한국은 국민이 약 5200만 명이니 2600만 등(等)의 소득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중위소득이 4인 가구 월 475만 원이므로, 월 소득 356~950만 원에 해당하는 4인 가구가 중산층에 속한다.

이 기준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구 순 자산 중간값이 약 2억 원이므로, 1억 5천만 원(상위 57%)에서 4억 원(상위 27%) 정도가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다.

중산층이 두툼하면 사회가 언제나 평안하다. 급격한 변화가 없지만 시대 흐름에 맞추어 선도적으로 문화, 경제를 발전시킨다. 정치인이 국민을 선동하거나 현혹하려는 포퓰리즘(Populism)이나 설익은 이념은 먹혀들 리 없다. 내 곳간이 여유가 있으니 뒤처진 이웃에게 인심도 넉넉하다. 홍익인간(弘益人間) 나라가 바로 중산층의 폭이 큰 나라이다.

중산층이 두툼하려면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 경제가 항상 활성화하려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이 핵심이다. 그래야 능력 있는 경제인이 능력을 발휘하여 기업소득을 증가시켜 성장하면서 분배를 하게 된다. 지속적인 성장이 지속적인 분배를 불러온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정치와 경제도 능력이 부족하거나 운이 따르지 못하여 중산층에 끼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회 구성원은 있기 마련이다. 자유와 공정경쟁 시장 역시 창의와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불평등은 당연히 있다. 그 불평등의 폭이 크냐, 작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뒤처진 주된 원인이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일 수 있는데 중산층이 두툼한 나라는 대부분 후천적이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과 재활을 위하여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누구나 대학 갈 기회의 평등 보장 등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일부 결과의 평등 정책으로 보듬어 주어야 한다.

동서고금 사례를 보면, 중산층이 얇고 빈민층이 늘어나면 사회는 불안해지고 예측 불가능의 정책이 난무하고 기회주의자, 선동적인 영웅 흉내를 내는 정치인들이 득세하게 된다. 많은 시간과 인명, 재산의 피해를 동반하는 민란, 전쟁, 혁명 등이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자유를 중시하는 우파와 평등을 제일의 가치로 내건 좌파가 균형점을 찾아내야 한다. 다른 말로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가운데로 절충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시대에 따라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 사태에서는 우파인 보수 정당도 자영업자 등 국민 생존을 위한 팽창 재정과 통화정책에 동의하는 것이다. 다만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되도록 견제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견지(堅持)할 뿐이다.
▲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미국 바이든 정권의 부자 증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향후 10년간 3조 6000억 달러(약 4000조 원)에 달하는 증세 계획을 지난 5월 내놨다. 이번 증세는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통한 이른바 ‘부자 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이든 정부는 우선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1%에서 28%로 올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5%이던 세율을 21%로 내렸던 것을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10년간 7천억 달러에 달하는 고소득자 세금 인상도 계획돼 있다.

연간으로 부부 합산 50만 달러 소득자의 세율이 37%에서 39.6%로 오른다. 또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개인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물론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국가 재정난을 심화하고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무리하면서도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는 것은 중산층을 살려내지 못하면 미국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 이 나라는 월가의 은행가나 CEO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미국은 다름 아닌 다양한 대중이라는 중산층이 세운 나라이다.’라는 ‘중산층 재건’이 바이든 대선 캠페인의 핵심공약이었다.

시장은 자유를 지속해서 보장하되 복지는 사회민주주의 기준에 부합하는 평등을 가치로 내건 것이다.

미국의 중산층은 3인 가족 기준 평균 48,500달러(약 5300만 원)에서 145,500달러 (약 1억 6천만 원) 소득 세대를 말한다. 2018년 미국 성인의 52%가 중산층 세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 중 20% 이상이 2008년 금융 위기로부터 아직도 탈출을 못 한 것으로 브루킹스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 사태로 악화한 경제, 서민과 중산층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건강보험 문제(미가입률 9.2%), 인종(人種) 간 미국 각 주(州) 간의 경제 불평등 심화 문제, 학자금 늪에 빠진 젊은 세대 문제 등을 보편적 복지 시스템 강화를 위하여 바이든 정부는 부자 증세의 칼을 과감하게 빼 들었다.

과연 큰 저항 없이 부자 증세가 재정으로 예상대로 모이고 집행되어 기대한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한국의 '부(負)의 소득세'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부(負)의 소득세 등 논쟁이 활발하다. 세금으로 국민에게 정한 금액을 기준에 따라 지급하자는 제도이다. 이 중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춤한 상태이다. 반면에 부(負)의 소득세(안심 소득, 음의 소득세, negative income tax) 제도 검토는 활발하다.

부(負)의 소득세는 일정 소득 수준 이하 계층에 차등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 처음 제안했다. 최소 생계 수준을 설정하고 소득이 이에 미달하면 차액의 일정 비율을 보조금으로 준다.

세금 면제만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일종의 소득보장 대책이다. 전직 경제관료 5명이 발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 따르면, 부(負)의 소득세율을 50%로 정하고, 소득이 없는 개인에게 중위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월 50만 원(만 18세 미만은 3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연 소득 1200만 원을 기준으로 적게 벌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더 많이 벌면 세금을 내게 된다. 소득이 0원인 사람의 과세표준은 –1200만 원이다. 여기에 세율 50%를 곱하면 내야 할 세금은 –600만 원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이 사람에게 600만 원을 돌려주게 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부의 소득세 또는 마이너스, 음(陰), 역(逆) 소득세로 불리는 이유다.

재원 마련은 현행 복지제도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종 급여와 노인연금, 아동 수당 등 현금성 복지를 모두 없애자는 것이다. 나아가 각종 보훈 예컨대 각종 유공자 및 민주화 수당,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금수령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자는 아예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부의 소득세는 저소득층을 선별 지원한다는 면에서 효율적인 복지제도이다. 아울러 국민 세금으로 중복, 낭비성, 시혜성으로 실시하고 있는 기존 복지제도 대부분 없어지거나 보조적으로 남게 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소득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의외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최소한의 생활이 되는 기준금액을 이상적, 현실적 사이에서 적정하게 설정하고 매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의 각종 복지제도와 각종 공적연금, 보훈, 고용, 교육 등 각종 각 부처의 지원성 예산을 조정 또는 통폐합해야 한다. 상당기간 혼란스러울 것이다.

물론 포괄적으로 시행하고자 대타협이 이루어지면 과도기를 두어 차례대로 추진하면 될 일이다. 부(負)의 소득세 추진 역시, 중산층이 두툼하면 세율 조정과 보조금, 그리고 조기 추진에 유리할 것이다. 이를 잘 추진하려면 역시 '기업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유와 공정경쟁을 시장, 기업, 경제인에게 보장해주어 기업소득을 지속해서 증가시키는 일이 한 층 더 중요하다. 그 바탕에서 부(負)의 소득세 제도 도입 검토 같은 평등 문제에도 한 축으로 다룰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공정경쟁 그리고 평등은 분리해서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 투론(鬪論) 말고, 담론의 문화 성숙해야!
정치인들이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제도를 창의적으로 만들거나 기존의 해외 사례를 도입할 때는 정말 사심이 없이 먼저 국가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다음에 정리 정략적인 득실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선후가 바뀌어 개인의 정치적 이득만 앞세우면 본질을 놓치기 쉽고 바라는 안(案)이 채택되기도 어렵고 설령 된다 해도 머지않아 국민에 폐해만 잔뜩 주고 만다.

한편 새로운 국가적 제도를 주장하는 일도 사실은 큰 용기와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도전적인 열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미처 간파하지 못한 위험과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도가 순수하다면 그런 주장도 칭찬받아야 한다.

필자가 금융기관 현역 시절에 그럴듯한 창의적 안(案)을 만들어 발표하면, 기가 막히게 문제점을 딱 집어내는 선수들이 많다. 그럴 때 사장이 ‘당신들은 이런 안 하나 만들어 보았냐’며 거들어주던 기억이 새롭다.

미처 보지 못한 문제에 대하여 상대방은 비난만 할 일이 아니라 함께 지적된 문제를 보완하여 고도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으로 대체시키면 된다. 담론(談論)의 성숙한 문화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의 최근 상황은 한 건 하려는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문제점만 부각하여 돋보이려고 서로 죽기 살기로 물고 뜯는 하이에나 같은 투론(鬪論)만 가득하다. 그래서는 발전도 없고 당사자나 보는 국민도 피곤하다. 이제 개선해야 한다.

대부분 정치인이 국민 복지, 평등 기본권을 위하여 각자 다른 주장을 펼친다. 부디 매일매일의 담론 수준의 논쟁으로 시대에 맞는 멋진 한국의 복지제도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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