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결국은 돈 문제야!]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의 지위밖에 안 되나?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의 지위밖에 안 되나?

한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했다는 소식을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법정화폐(法定貨幣, legal tender)란 국가가 정한 법률에 따라 그 가치가 보장되는 화폐이다.
어느 정도의 국력이 있는 나라에서 법정화폐로 인정했다면, 그건 무시하지 못할 변화의 시점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딱히 변화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인식과 수준이 조금 더 이전보다 나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다시 한번 비트코인 백서 초록의 첫 문구가 생각이 났다.
A purely peer-to-peer version of electronic cash would allow online payments to be sent directly from one party to another without going through a financial institution.
[ 순수한 P2P 방식의 전자화폐(시스템)는 어떠한 fininancial institution(금융기관)의 중개 없이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직접적인 온라인 거래(지불)을 가능하게 해준다.]

비트코인은 탈 국가적이며, 탈 화폐적이다. 인터넷이라는 한 국가가 제한할 수 없는 시스템 기반 위에서 탄생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의 실험이다. 그 실험은 현재 계속 진행 중이며, 그 실험이 성공한다면 당연히 지금의 법정화폐보다 지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비트코인이 추구하고 있는 철학이자 실험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법정화폐로 인정한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법정화폐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원래 비트코인은 탈 국가적이었는데, 어떻게 한 국가나 여러 국가의 법이 비트코인보다 상위에 있을 수 있을까?

그냥 비트코인은 혼자 자유롭게 탈중앙화된 화폐로 존재하고 싶은 녀석일 뿐이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말이다. 아,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법정화폐와 비트코인은 엄연히 다른 녀석이다. 그걸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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