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시작한 드라마 '로스쿨'을 보면서 법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다.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우리는 법에 의해 도덕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이기에 법을 지키는 것이다. 법이란 자율적 도덕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을 때 비로소 요청되는 것이다. 오늘의 사회처럼 복잡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과 기준을 제공하고자 만든 것이 법일 뿐이다. 법은 결코 인간의 도덕과 자유 그리고 인격에 앞설 수 없다.
[조민호의 인생백과서전] 드라마 '로스쿨'을 보고
그럼에도 우리는 점점 더 법에 의지하고 그럴수록 법은 더 세분화되고 강화된다. 법이 세분화되면 인간의 개별적 자유와 도덕을 침범하게 되고 이는 인간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진심 어린 사과도 보험회사에 맡기고, 온갖 증빙 서류를 준비하도록 요청 받게 된다. 심지어 우리의 언어에서 “법대로하자”, “법에 의하면”과 같은 말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과연 멋진 법 밑에서 잘 살고 있는가? 법은 정의로운가?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하고 법에 의존하지는 않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도덕적 자율성을 가진 주체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사람은 법이 있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라 법이 없어도 자신 안에 있는 자율적 이성에 의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는 데, 꼴뚜기가 뛴다고 모두 다 같이 뛸 필요는 없다. “로스쿨”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법이 마치 정의로운 것처럼 인식되지 않았으면 한다. 법은 법일 뿐이며 정의로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도덕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조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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