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정인호 칼럼] 돈의 속성-긴급재난지원금, 어떻게 사용했습니까?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정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2020년 5월 4일부터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최씨는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받은 신용카드로 미용실에서 30만 원을 주고 파마를 했다. 지원금 사용 내역 문자를 받은 남편은 “무슨 30만 원이나 쓰냐, 제정신이야!”며 아내를 타박했다. 아내는 화부터 내는 남편이 서운해 그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음의 상황을 읽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판단해 보기 바란다.

#상황1. 30만 원짜리 뮤지컬 티켓을 미리 예매해 놓았다. 그런데 집을 나서려니 티켓이 사라져 찾을 길이 없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는 티켓을 재구매 해야 한다. 이때 당신은 다시 30만 원을 내고 티켓을 구매하겠는가?

#상황2. 30만 원짜리 뮤지컬을 보러 가는 중이다. 그런데 공연장 앞 입구에서 선물용으로 받아 지갑에 넣어 두었던 30만 원짜리 뮤지컬 상품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 당신은 다시 30만 원을 내고 티켓을 구매하겠는가?

상황1과 상황2에서 당신은 각각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황1에서는 “티켓을 사지 않는다”라고, 상황2에서는 “티켓을 재구매한다”고 응답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상황1과 상황2는 공히 30만 원이라는 경제적 손실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1과 상황2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인간은 같은 가격이라도 그 돈이 어떻게 얻어졌는지,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달리 취한다. 이러한 행동을 ‘심리적 회계장부(Mental accounting)’라고 하는데, 일상생활 속에서 분명히 똑같은 액수를 지출하거나 수익을 얻었지만 기업의 회계장부와 주부의 가계부처럼 마음속에 나름대로 분류한 계정별로 구분해 다른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씨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받은 100만 원을 공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씀씀이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분명 열심히 일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100만 원이라면 씀씀이는 달라졌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2020년 5월 13일부터 21일까지 국산 정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했다. 갑자기 생긴 재난지원금이 공돈으로 작용해 한우 쏠림 현상으로 나타났다.

같은 돈 다른 가치

어느 날 정장을 한 벌 사려고 아울렛 매장에 들렀더니 32만5천원짜리 정장이 참 괜찮아 보인다. 퀄리티와 핏도 적당했다. 함부로 샀다가는 아내한테 혼날 수도 있어 아내에게 검사를 맡기 위해 카톡으로 사진도 보내줬고 마침내 허락도 구했다. 그래서 정장을 사기 위해 매장 직원에게 32만5천원을 결제하려는 바로 그 순간, 아내에게 카톡이 날라왔다.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같은 원단과 디자인의 정장이 32만 원에 판다”는 소식이었다. 당신이라면 5천원 더 저렴하게 사기 위해 10분 정도 떨어진 매장까지 가겠는가? 아니면 그냥 5천원을 더 내고 현재 매장에서 정장을 사겠는가? 실제 실험 결과 다른 매장으로 가서 코트를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9%였다.

이번에는 상황을 바꿔보자. 싱싱해 보이는 참외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는데 가격이 15,000원으로 표기되어있었다. 정가제라 흥정할 수도 없고 15,000원을 결제하는 순간, 아내에게 카톡이 날라왔다. “그 마트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과일가게에 참외를 10,000원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역시나 실험을 해봤더니 이번에는 무려 68%의 사람들이 다른 과일가게에 가서 10,000원짜리 참외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29%와 68%, 오차범위를 감안해도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32만5천원과 32만원, 15,000원과 10,000원! 똑같은 5천원 차이인데 사람들의 행동은 왜 이렇게 다른 결정을 내리는 걸까?

5천원이라는 가치의 가치는 동일하다. 이것을 ‘절대적 가치’라고 한다. 하지만 32만5천원에서 5천원과 15,000원에서 5천원은 엄연히 다르다. 이것을 ‘상대적 가치’라고 한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절대적인 가치보다는 상대적인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정장 32만5천원에서 5천원은 1.53%에 해당되는 적은 액수지만 참외 15,000원에서 5천원은 33%에 해당되는 큰 금액이다. 그래서 어떤 가치, 어떤 준거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영화 『완벽한 타인』,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부부동반 동창회에 갔다 온날 부부싸움을 할 확률이 높다. 그 이유 역시 준거점, 즉 상대적 가치 때문이다. 더 잘나가는 동창을 기준점으로 삼아 비교를 하기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ijeong13@naver.com) / <언택트 심리학>저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