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칼럼] "그게 가족이니까!"
 운전 중에 전화가 왔다. 주차할 동안 남편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전화를 건네받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나, 방금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구야?”

“남편이에요!”

“목소리가 너무 좋다! 웬 청년이 전화 받는 줄 알았어!”

“?”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일이 더러 있다. 이 상황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단 한 번도 남편 목소리가 좋다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 목소리가 좋대!”

“아, 원래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들어!”

“헐. 나는 처음 듣는데?”

“다들 그렇게 말해.”

 ‘메라비언 법칙’이란 게 있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 55%, 청각 38%, 그리고 언어가 7%라는 법칙이다. 미국의 UCLA 심리학과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1971년 출간한 저서 ‘사일런트 메시지 Silent Message’에 발표한 이론이다. 여기서 시각이미지는 복장과 헤어스타일, 자세와 제스처 등 외적 부분을 말한다. 청각이미지는 목소리 톤이나 음색처럼 언어의 품질이다. 언어는 말의 내용을 말한다.

 “눈으로 듣는다!”는 말이 있다. 시각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메라비언 법칙’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판가름할 때 시각, 청각이미지 즉 외모와 태도 그리고 말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목소리가 93%를 차지하니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이 이론을 발표한 메라비언 자신이 ‘메라비언 법칙’에 대한 오류를 경계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언어, 말의 내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해 상대의 호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외모가 중요하지만 ‘말의 내용’에 따라 상황이 역전되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걸 자주 느낀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필자는 인상학을 전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인상으로 ‘어떤 사람일까?’ 알아내기 쉽지 않다. 인상학 자료에 근거해 구분 짓는 정도다.

 일례로 강연 의뢰를 받고 기업체 직원과 사전 미팅 때 첫인상이 실제 강연장에서 하는 언행과 다른 사람을 여럿 보았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대화를 하다보면 호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인간관계의 성립이 외모가 아닌 대화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사람이 호감을 얻는 순위가 있다. 닥터 ‘수잔’의 신뢰와 호감지수를 높이는 요소로 5위가 돈이다. 4위가 외적인 매력, 3위가 지적 수준이다. 2위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할 때였고 그리고 마지막 1위가 따뜻함과 상냥한 이미지였다.

 당신은 어느 요소에 가장 호감을 가지는가? 필자는 3위 지적 수준으로 남편이 좋았다. 그런데 살다보니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양보다 질’이란 말이 있다. 말이 그렇다. 말은 많이 하는 ‘양’보다 말의 ‘질’ 즉 <말투>가 중요하다. <말투>는 말하는 태도나 말하는 버릇으로 말씨와 같다. 흥미로운 것은 말투 즉 말씨의 어원이 ‘글씨, 솜씨, 말씨, 마음씨’와 통한다는 것이다. 곧 말이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쯤해서 필자가 남편의 목소리가 좋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우선 남편 말투는 퉁명스럽고 짜증이 섞여 있다. 그리고 남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곧잘 하기 때문이다. 가끔 상처를 받았지만 남편 마음이 충분히 이해는 된다. 바깥일에 지쳐 그럴 수 있고 부인이 마음 편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은밀히 따지면 말의 내용이 목소리를 잊게 한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 말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말하느냐고!”

“제가 엄마한테 말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말해요!”

“내가 딸한테 말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말 하냐!”

남편과 아들 그리고 친정엄마가 하는 말이다.
[이지수칼럼] "그게 가족이니까!"
 ‘절차탁마 切磋琢磨’라는 말이 있다. ‘옥돌을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뜻이다. 학문이나 인격을 갈고 닦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말은 말 많은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말로 인한 상처를 받고 주는 일은 비단 집 바깥뿐 아니라 집 안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 관계에서 더 자주 있다.

 부부는 부부대로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났고, 자녀는 성장하며 부모에게 정서적 독립성을 주장한다. 그리고 부모는 늙는 게 서러운데 어디다 말할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럴 때 서로 아프고 모난 부분에 상처받지 말고 그 말들을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는 마음으로 보듬어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제대로 빚고 다듬어진 옥돌처럼 단단한 가족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게 가족이니까!”
[이지수칼럼] "그게 가족이니까!"
Ⓒ20190401이지수(jslee308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