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면서 자주 말하는 게 있다. “한양 즉 서울은 산이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서울은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는 뜻이다. 백두대간에서 이어져 내(內) 4산을 크게 감싸며, 외(外) 4산이 펼쳐져 있다. 그 중 가장 크고 넓게 펼쳐진 산이 <삼각산>이다. 동쪽으로 <용마산> 서쪽엔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 그리고 한강 아래 <관악산>이 한양을 품고 있다.


  삼각산에서 내려온 산세와 지세는 인왕산 기차바위와 백악산 백악마루로 이어진다. 한양은 내(內) 4산에서 제일 높은 342m <백악산>을 주산으로 한다. 가장 낮은 125m 좌청룡 <낙타산>과 제일 넓게 펼쳐진 339m 우백호 <인왕산>은 양팔을 뻗으며 한양을 감싼다. 그리고 한강을 품은 262m 남주작 <목멱산>을 잇고, 성벽과 성문을 만들어 도성을 이었다. 바로 <한양도성> 이다.

  <한양도성>은 18.627km에 걸쳐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1396년(태조 5) 농한기인 1-2월을 이용해 118,000명이 49일 동안 밤낮없이 쌓았다. 농번기엔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농한기가 시작하는 8-9월에 79,400명이 동원돼 49일 동안 쌓았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성곽에 각자 성석을 새기며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한양도성 성곽은 수많은 희생 속에서 역사에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후 1422년(세종 4) 석성을 수축하고, 보수와 확장 작업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늘날 한양도성 골격이 됐다.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각종 민란을 겪으며 1704년(숙종 30)까지 260여 년간 부분적인 보수를 거쳐 한양도성 성곽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전차 건설과 도시개발이란 미명 아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인 성벽과 성문이 힘없이 무너졌다. 18.627km 도성 성곽 길은 복원되고 소실된 성곽 길을 잇고 있다.

  역사를 잊는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 역사와 문화를 찾지 않는 사람에게 느낄 수도 배울 수도 없다. 요즘 TV를 보면 <먹방>이 대세다. 과연 <먹방> 프로는 본 시청자들은 그 음식을 먹을까? 아마 10% 정도가 직접 해 먹을 것이다. 나머진 그냥 대리 만족을 하는 셈이다.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 게 아니라. 직접 살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속담 중에 이런 게 있다. “들은 것은 잊게 되지만(What I hear, I forget.), 눈으로 본 것은 기억할 수 있다(What I see, I remember.). 그리고 내가 직접 해본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고(What I do, I acquire),” 역사도 매한가지다. 이야기만 들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가봐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역사는 스토리(Story)가 아니라 액토리(Actory = Action +Story)다.

  인생은 목적지를 향해 뛰어가야만 하는 경주가 아니라 긴 여행이다.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한양도성 성곽 길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역사는 흘러도 역사다.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