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지킨 약속




올해도 늘 하던 대로 부부는 새해 소망을 적었습니다. 부부가 나란히 새해 소망을 적는다고 하니 뭐 대단해 보이신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남편이 제게 소비와 지출을 줄이게 하려고 나름 머리를 쥐어짜낸(?) 기막힌 방법입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하시지요?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오래전 제가 학부모 모임을 갔을 때 일입니다. 한 어머니가 “우린 여유만 있으면 여행을 자주 가요! 지금까지 30개국을 다녔어요. 여권에 찍힌 스탬프가 제 자랑이에요!”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어머니, 머리부터 발끝을 몇 번을 훑어보고 “oo엄마! 자기가 돈 벌어서 다녀 온 거야?”라고 몇 번을 확인해 봤는데 “결혼이후 돈은 썼지 번적은 없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소녀 가장으로 성장해서 얼마 전까지도 경제 수명 지수에 목매달았던 워킹우먼인 저는 겨우 외국에 사는 가족한테 다녀온 외국행이 달랑 한 손에 손가락 몇 개를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몇 날 며칠을 입을 내고 다녔습니다. 사실 화가 난 건 아닙니다. 뭐라고 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열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그 분이 부럽다’고 해야 할지, ‘나는 뭐 했나’ 싶고, ‘내가 번 돈은 누가 다 가져 갔나?’ 남편만 통장 잔고 얘기할 자격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결국 “나도 쩌어기 쩌 먼 유우럽 함 가고싶따.”말했습니다.



이후 아주 오랫동안 남편은 <유럽 여행가기 프로젝트>라며 새해 소망 목록을 썼습니다.

“유럽을 가려면 이걸 요렇게 줄이고, 유럽을 가기 위해서 말이야. 이걸 아예 없애버리자고.” 이것이 제가 10년 동안 적어 온<새해 소망 골든 리스트>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1년을 살아도 모든 게 힘들게 받아들인다면 그 시간은 10년처럼 길게 느낄 것입니다. 반면 10년을 소망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오늘에 집중한다면 1년처럼 금방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새해 소망 노트에 10번의 유럽 여행을 쓰는 동안 저는 “언젠가.”라는 설렘과 간절함으로 그 시간이 더 소중합니다.



새해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이번 기회에 부부가 함께 새해 소망 목록을 다시 정리해 보시면 어떠실까요? 요즘은 새해 첫 날을 명절로 지내는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만 저는 이번 설날 연휴가 또 반갑습니다. 한 번의 작심을 또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다소 오래 걸리는 목표일지라도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달력에 ‘언젠가’라는 Someday는 없습니다. Sunday, Monday…

<언젠가 꼭 될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201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