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것에 승부한다” 는 말은 연예인이나 활동적인 세일즈 인(人)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처럼 공무원처럼 편안한 인상을 갖추고 환자들을 돌보던 의사들이 생존을 위해 변화를 하기 이르렀다. 특히 소아과 의사들의 변신은 주목할만 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바른생활표(?) 얼굴에 ‘멋내기 장발머리’를 하거나 염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한 소아과 의사는 중년을 훌쩍 넘어선 나이에 흰머리까지도 브릿지(머리카락에 부분적으로 탈색을 한 일부분)를 하는가 하면 뻣뻣한 머리카락이 강한 인상을 준다고 아예 퍼머까지 했다.

이들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고객의 충족욕구의 포인트가 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소아과의 경우 의사들이 ‘젊은 이미지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환자는 소아 한 사람이지만 두사람의 고객만족을 필요로 한다. 소아와 보호자를 동시에 말이다. 예전에는 보호자가 오래된 경륜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를 신뢰해 왔다. 그러나 의료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반인들의 의료지식과 상식이 날로 풍부해짐에 따라 오래된 경험보다 젊고 유능한 의사를 선호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가 당신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면 당신의 인상은 잘못 만들어 진 것이다” 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보는 대로 느끼고 표현하기 때문에 생겨 나온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어린아이를 연상할 때 만지고 입을 이용하는 촉각적인 부분에 민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영유아들은 시각적인 자극으로 인해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소아를 직접 상담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은 엄마들의 선택(?)이 문제가 아니라 소아들의 정서적인 도움을 주는 측면에서도 부드러운 인상과 젊고 세련된 외모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적인 능력과 의술에 대해서는 외모를 운운하는 것에 비교할 만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로서 필자는 의사들의 변신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긴다. 젊은 엄마들은 나이든 의사보다 젊은 의사를 선호하는 것을 안다면 당연히 그들은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설사 변신에 실패를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말이다. 이는 고객의 변화다. 자신의 일에서 영원히 손을 떼는 것은 정년 퇴직이나 자신의 여건이 아니다. 변화한 고객에 발맞춤을 못한다는 것이 곧 퇴직이 되는 셈이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모병원 원장이 지금까지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젊게 바꾸고 싶어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요청해 왔다. 이유는 퇴직을 하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을 계속하고 싶으며 자신의 남은 인생을 환자들과 의료계의 발전에 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젊은 후배 의사들이 한 번 내던지는 농담도 이젠 쉽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올해 환갑이신데.. 잔치를 해야 되죠?” 하는 말이나 “이제 그런 어려운 자리에는 되도록 힘드실텐테.. 참석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라는 말들이 자신의 늙음을 인정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직급의 상하에 관계없이 젊고 유능해 보이는 세련된 외모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위 직업의 상류층(골드칼라 – 고수입을 보장해 왔던 전문 직업인)에 있는 그들은 많은 시간을 보낸 후 이렇게 말한다. “그저 보통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외모를 갖추는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을때 지식인,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다 보니 나의 외모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고 진취적이기 보다는 지나치게 답답해 보여 타협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라고 한다.

일을 하는 직업인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변신을 하는 경우는 ‘얼리어답터형 직업인’이라고 필자는 말한다. 변화를 빨리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먼저 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신의 시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한 발 앞서다가 죽기 보다는 반 발씩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것이 직업인의 성공을 도우는 최상의 비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