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20억원의 가치

 “스티브 잡스의 이력서는 경매시장에서 2억 5천만원에 낙찰되었다. 그는 전공을 ‘영문학’으로 적고, 특기는 ‘컴퓨터 기술’이라고 썼다. 기술은 ‘컴퓨터와 계산기’, 관심 분야는 ‘전자기술과 디자인공학, 디지털’이라고 밝혔다. 전화는 ‘없다’,고 적었다. 앤디 워홀은 이력서에 말풍선을 그려 넣었다.”(한국경제신문, 2021. 3. 25)

필자가 데이콤 계열사 인사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 입사지원자가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후, 개별적인 면담을 요청했다. 그녀는, “연봉은 원하는 게 없으며,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를 설명해 주면 잘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3개월 후에 입사하였다.

강사나 전문가들의 이력서와 약력을 받아 볼 경우가 있다. 간혹 읽고 싶지 않거나 ‘믿을 수 없는 자격증’을 나열한 사람들을 보면, 고쳐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력서나 약력은 고객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한다. 써야 할 내용이 있고, 쓰지 않아야 할 사항이 있으며, 특정 양식이라고 해서 빈칸을 모두 채워야 하는 건 아니다. 원하는 일과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자격증이나 짧은 경력은 명기(明記)하지 않는 것도 글을 쓰는 요령이다.

자기소개서 역시 면접 평가자 또는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써야 하며, 독특한 경력이 ‘유용한 기회’도 되지만 쓸데없는 이력을 표현해서 방해가 될 때도 있다. 경력이 많은 어른들도 이력서를 잘 쓰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홍석기 칼럼]  20억원 짜리 이력서의 가치
인사 채용 담당자에게 ‘쓸모 없는 경험’을 보여주는 것은 약점이 되기도 하고, 상세히 알려 주어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한다. 남의 것을 베껴 쓰면 ‘시스템으로 스캔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금방 탄로가 나기도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무엇이 다를까? 이력서와 약력의 차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력서와 약력은 입사할 때만 쓰는 게 아니라, 수시로 써 보면서 ‘새로움에 도전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중요 문서’다.

오늘도 어제의 이력서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약력을 쓰고 싶지 않은가? 자신의 이력서를 수정하고 약력의 문구를 바꾸면서 멋진 미래를 그려 보고 싶은가?

홍석기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