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왜 임원은 악착같고 도전적이지 못하는가?
왜 임원은 악착같고 도전적이지 못하는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고민하는 임원이 많다.

김상무는 요즘 고민이 많다. 가끔은 회의와 보고를 뒤로 하고 창밖을 보는 시간이 많다.

어제 CEO에게 보고하던 중, “왜 김상무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지?”하고 질문한다. 당황하여 아무 말도 않고 있는데 CEO의 지적이 매섭기만 하다. “회사의 3년 후는 암흑이고, 지금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규제 강화로 수출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비상 상황인데 이런 여유로운 개선 방안을 작성해 보고하나?” 임원이라면 자신의 일에 관해서 CEO와 같은 사업가적 마인드가 있어야 하는데 해왔던 일, 지시를 받고 하는 일이라면 왜 임원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에 오니 직원들이 눈치를 본다.

직원들의 눈에 임원은 존재 자체가 롤 모델이다. 작은 것부터 거시적인 사안에 대해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해 주길 원한다. 클 틀의 방향과 방안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부족한 역량을 채워 주길 희망한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솔선수범하여 일을 점검하고 피드백하여 임원이 자신들의 성장을 견인해 주길 바란다. 위 아래로부터 임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데 정작 김상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김상무는 뛰어난 실적을 인정받아 임원이 되었지만, 뛰어난 중간 관리자가 존경받고 성과를 내는 훌륭한 경영자가 되느냐는 별개의 이슈이다. 뛰어난 중간 관리자가 임원이 되면 2개의 난관에 빠질 수 있다. 하나는 역량의 덫이다. 승진에 고려한 사항이 승진 전 성과이다. 문제는 승진 전 성과가 승진 후 미래 성과와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데 있다. 중간 관리자로서 뛰어난 성과와 역량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임원으로서 새 역할에 필요한 새 역량을 개발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매우 익숙하여 성과를 낸 경험이 새로운 학습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훈련된 경험과 역량이 새로운 직책의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이다. 관리자까지의 교육이나 훈련이 경영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아 성과를 창출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직책과 자신의 역량이 불일치를 이루는 경우이다. 중간 관리자로서 역할과 역량을 잊어버리고, 임원으로서 역할과 역량을 인지하고 강화하는데 주력해야 하지만 임원에게는 성과라는 부담이 너무나 크다.

왜 임원들이 악착 같고 도전적이지 못한가?

A회사에 근무할 때이다. 회장이 급히 호출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우리 임원들이 악착 같지 못하다. 1달 안에 임원들을 악착 맞게 하는 안을 만들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유는 알아야 하겠기에 어떤 점이 악착 같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이전에는 시장을 뺏기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탈환하는데, 요즘은 핑개가 많다도 한다. 밤을 지새 끝낼 사안인데도 며칠을 기다려도 보고가 없어 호통을 치고 챙겨야지만 된다고 한다.

‘회사를 만드는 실행의 힘’ (도서 출판 행복 에너지, 홍석환 저)를 보면 임원들이 악착 같고 도전적이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구조적 원인으로

  • 정부규제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음

  • 고객 Needs나 시장수요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빠르지 않음

  • 조직 구성원에게 아직 규제시장에서의 안일함이 아직 존재

  • 오랜 기간 단일 업종의 사업에 따른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

  • 단위조직의 성과기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음


둘째, 인사제도적 원인으로

  • 임원 선발, 평가의 엄격한 기준 필요

  • 신규 임원이 임원 역할이 부장 역할과 어떻게 다른 지 모름

  • 기존 임원들은 바쁜 현업에 치중하다 보니, 역량개발을 위한 학습기회 부족

  •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부문이 달성해야 할 도전적 /구체적 목표 미흡

  • 조직별 특성이 달라 객관적 평가잣대 한계, 내부 관계지향적 평가문화


셋째, 문화적 원인으로

  • ‘했다 주의’ 중심의 면피성 보고

  • 전사 사안에 대한 사전 정보공유 부족으로 타 본부 이슈사항에 대한 무지

  •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에게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소극적 참여

  • 소신발언과 건설적 의견개진, 비판, 활발한 토론이 부족한 회의 문화

  • 입사부터 오랜 동료로 지내다 보니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사내문화

  • 새로운 시도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존재


어떻게 실행하여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인가?

임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시켜 경쟁력(가치)를 높여줘, 주어진 목표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고, 조직을 더욱 확대하여 실을 본부로, 본부를 회사로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만 개선해서는 불가능하다. 임원의 선발부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임원을 대상으로 임원의 역할이 무엇인가 내재화 하는 일이다. 임원은 원칙에 입각하여 『길고 멀리 보는 경영』을 통해 조직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관리자가 아닌 경영자로서 역할과 역량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실행해야 한다.

둘째, 임원 선발의 프로세스를 보다 정교하고 장시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선발 절차가 매우 힘들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임원되기가 가장 힘들다는 말이 회자되어야 한다.

셋째, 임원의 평가는 철저하게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가져가야 한다.

넷째, 임원 중심의 조직문화 개선 활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가치관 강사는 전부 임원이 담당하며, 임원 조직에 혁신추진자를 운영하여 변화가 현장에서부터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