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조직 내 학습문화 어떻게 정착할 것인가?
  조직에서 학습문화가 왜 중요할까? 4차 산업혁명시대 조직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당신이 리더라면 조직에서 어떤 역량이 이 시점에 요구된다고 생각하나?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16년 당시 미래에 요구되는 역량으로 인지유연성, 창의력, 논리 전개력 등 열 가지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미래에는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평생학습능력, 협업능력, 디지털 역량, 조직 내외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활용하는 능력 등이 필요해 보인다.


 방향을 잘 알 수 없는 미래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과 조직의 끊임없는 학습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습문화는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 를 생각하고 이를 조직차원에서 추진할 때 효과적이다. 센게(Senge)는 학습조직이란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요구를 끊임없이 창출시켜주는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적 사고 양식을 새롭게 전향시켜주고 확장시켜주는 조직, 집단적인 열망으로 가득한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학습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학습히는 조직이라 했다. 조직 차원에서 학습이 반복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을 때 학습조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필자에게 감명을 준 사례가 있다. 모 대학 사무처장은 직원들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그 대학의 훌륭한 강의를 직원들에게 청강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교과목을 개설한 담당교수가 직원들도 들어도 좋다는 전제가 있었다. 그도 솔선수범해서 고고학 과목을 들었고, 직원들도 교양이나 업무적으로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을 스스로 선택했다. 역사, 철학, 영어영문학, 건축학 등 매우 다양했다. 물론 희망자에 한해서이지만 해가 거듭 될수록 신청자가 들어 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학습조직화를 위한 툴은 생각보다 많다. 가장 접근하기 좋은 것 중의 하나는 리더가 중심이 되어 구성원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회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필자가 임원 재직 시 매월 1-2권의 도서를 선정해 토론회를 운영했다. 당시 독서토론회 참가자들이 직접 도서를 매월 선정하고 주제발표와 진행을 함으로써 자율성을 갖고 집단지성으로 운영하였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어떤 책이 회사와 직원들에게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필자는 이들을 격려하고 토론회를 서포팅해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하나 있다. 당시 각자 발표할 때 그들에게 자율성을 주었는데, 만약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HR포럼 김기진 대표가 활용하는  FTP기법이란 게 있다.  이는 책에서 읽은 내용(Fact), 자신의 생각(Think) 그리고 계획(Plan)을 적절하게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책 내용의 비중이 많지만, 계속될수록 생각과 계획의 발표 비중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책의 내용이 자신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하였으며 이를 자신과 업무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발표 내용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집단지성을 더욱 발휘하게 하는 환경이 될 것이다.

  학습조직의 활동을 지원하고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센게(Senge)가 제시한 내용들이 시사점이 있다. 조직은 부닥친 문제를 즉흥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는 그 해결 과정과 결과를 잘 정리하였다가 다음에 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체계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제로 한번 시도를 하고 테스트해 봐야 신지식이 된다. 외부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배웠을 때에도 그것을 일상적인 작업에 적용해 보아야 실제로 학습한 것이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147번이나 실행에 옮겨 성공한 것이 실험을 통한 시범적 운영인데, 이러한 시도는 지금 시대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학습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성공과 실패의 내용을 버리지 말고 이를 재검토하고 평가하여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모든 학습이 반성과 자기 분석으로부터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 환경에 눈을 돌릴 때 생기기도 한다. 성공한 조직의 우수 사례와 아이디어를 우리 조직에도 활용 기능 한지 검토하는 것이 벤치마킹이다. 이렇게 과거와 다른 조직으로부터 학습도 필요하다.

 한편, 모든 조직은 변하지 않으려는 관성도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 경험과 관습은 새로운 것을 습득할 때 커다란 장애요인이다. 우리는 과거의 성공방법을 안전하게 따라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과거와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을 따라 하는 것은 실패 위험이 있다. 그리하여 과거의 노하우를 깨뜨리는 파괴학습(Unlearning)이 선행되어야 할 때도 많다. 우리 주변에 성공한 조직일수록, 오래된 조직일수록 과거에 얽매어 있다가 신생기업에 뒤지는 현실을 많이 볼 수 있다.

 리더의 입장에서 학습과 관련 고 근속자나 고 연령자가 과연 잘 따라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영국의 BBC 방송 내용에 따르면, 독해 및 산술 능력은 젊은 세대보다 오히려 40-60대에 더 높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점이 있다. 특히 사회적 추론 능력은 중년 이후에 정점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제 무한경쟁의 시대 미래 먹거리와 회사의 핵심부품 조달 그리고 신제품 기술개발과 비전 공유 등을 위해서 학습하는 조직문화가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자사 환경에 적합한 학습방법을 강구하고 실천했으면 한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