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미래를 밝히기 위해  숭고한 결심을 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프롤로그>

시간을 상대로 결코 이길 수 없는, 인간으로서는 후회하지 않는 “절대적 선택”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에서 주인공들은 엄혹한 전쟁의 현실 앞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결정의 순간 앞에 놓이게 된다. 최선의 선택을 위한 지침서<How to make good decision>에서는 “넥타이를 고를 때와 같이 가벼운 선택 시에는 점원의 권유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깊은 고민 없이 결정하면 되지만, 직업이나 배우자를 결정하거나 집을 살 때 등  선택의 결과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때는 몇 날 밤 깊은 고민을 한 후에 결정하라는 조언이 있다. 오늘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한다면 , “과거를 되찾고, 현재를 살리며, 미래를 밝히는” 엄숙한 선택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미래를 밝히기 위해  숭고한 결심을 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영화 줄거리 요약>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에 협조하던 “비시 프랑스(Vichy France) 정권” 치하의 도시 카사블랑카는 나치의 압제를 피해 도주하는 이들이 주로 거쳐 가는 도시다. 게슈타포와 프랑스 괴뢰정부의 경찰들, 이탈리아 경찰들이 서로 섞여 업무를 볼 정도로 전쟁의 혼란이 고스란히 반영된 곳이기도 하다. 중동의 모로코에 위치한 요지 카사블랑카는 유럽의 마지막 비상구로, 미국행 비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로, 밤이면 삼삼오오  사람들이 카페 아메리캥(Cafe Americain)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도무지 과거를 알 수 없는 냉소적인 미국인 ‘(험프리 보가트 분)’이 운영하는 술집으로, 거기서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밀담을 나누며 도시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어느 날, 카사블랑카에 체코 레지스탕스 지도자인 ‘빅터 라즐로(폴 헬레이드 분)’와 그의 아름다운 부인 ‘일자(잉그리드 버그먼 분)’가 유입되고,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접선을 통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여권을 얻는 것인데, 불행히도 그 접선자는 이미 경찰에 체포되어 죽은 후이고, 우연히 여권을 손에 쥐게 된 사람은 바로 카페 주인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카페로 찾아온 ‘일자’는 프랑스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흑인 가수 ‘샘’과 마주치고 그에게 릭의 근황을 물어본다. 추억을 떠올린 듯 일자의 눈동자가 잠깐 빛나며 ‘샘’에게 자신과 ‘’의 추억이 담겨있는 노래 “As time goes by”의 연주를 부탁한다. 망설이던 샘이 곡을 연주하자, 마침 카페에 들어오던 ‘릭’은 “이 노래는 절대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라며 불같이 화를 내다가 “일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파리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으나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헤어졌던 연인 ‘’과 ‘일자’는 이렇게 하여 위험한 도시 카사블랑카에서 재회한다. 처음에는 이루지 못한 옛사랑의 미련으로 ‘일자’를 붙잡아 두고픈 생각에 고심하던 릭은 결국 쫓기는 몸인 레지스탕스 지도자 ‘빅터’에게 ‘일자’가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게 되고 이들을 도울 결심을 하게 된다. 릭은 끈질긴 나치의 눈을 피해 부패에 찌든 프랑스 경찰 서장을 구슬려 두 사람의 패스포트를 구하게 된다. 이윽고 이별의 시간이 오고 온갖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릭은 일자와의 추억만을 가슴에 소중히 간직한 채 떠나보낸다.  릭은 ‘빅터’의 탈출을 저지하려고 쫓아온 독일 비밀경찰을 총으로 처리한 후, 짙은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카사블랑카”라는 이국적인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차용한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은 단연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스토리와 7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마음을 사로잡는 “보가트와 버거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애틋한 감정 연기였다. 릭은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낼 때의 숭고한 고민의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가슴에 남아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미래를 밝히기 위해  숭고한 결심을 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관전 포인트>

A. 카페에서 ‘일자’가 ‘샘’에게 연주를 부탁한 의미심장한 노래는?

<As Time Goes By/세월이 흐르면>은  1931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처음 등장했던 노래이다. 잊힐 뻔했던 노래가 영화<카사블랑카>에 삽입되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리바이벌해서 불렀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영화 속 ‘샘(도리 윌슨)’이 부르는 원곡이다. 그의 피아노 연주에는, 귀를 더 기울이게 하는 무엇이 있다. 두 연인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던 샘은, 사랑했으나 헤어져야 했던 두 주인공의 슬픔을 자신의 목소리에 담아냈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 ‘릭’의 심정이 거기에 담겨있다. 노래는 두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려내고 릭과 일자의 감정이 교감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마음에 아련함을 더한다. <이걸 꼭 기억해요. 키스는 여전히 키스인 것을. 한숨은 단지 한숨인 것을. 근본은 그대로이죠.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두 연인이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믿어도 좋아요. 미래가 어떻게 변한다 해도. 세월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B. 주인공 ‘릭’이 그토록 사랑하던 여인을 떠나보내는 이유는?

과거 꿈같던 파리 시절, 릭과 일자는 깊은 사랑을 나누던 사이였으나,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독일군이 파리에 진주하기 전날, 릭은 일자와 샴페인을 마시면서 샘의 연주를 같이 들었었다. 광장에서는 게슈타포가 확성기로 내일 열릴 환영 행사에 참석하라고 떠들어 댄다. 두 사람은 기차를 타고 파리를 떠나기로 약속했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기차역에 일자는 끝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릭’은 혼자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사라진 사랑을 위험한 도시에서 재회한 것이다. 다시 만난 ‘일자’는 ‘릭’에게우리 둘을 위해, 모두를 위해 무엇이 좋을지 생각해줘요”라는 의미심장한 요청에 릭은 밤을 새워 고민한 후 결국 일자와 그의 남편인 레지스탕스 리더 ‘빅터’의 패스포트를 준비하여 리스본으로 탈출시키기로 결심한다. 이에 ‘일자’는 안타까워하면서,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릭은 “우리에겐 파리에서의 추억이 있잖아, 우린 그걸 갖고 있어, 당신이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지. 하지만 어젯밤에 되찾았어”라며 숭고한 사랑을 통한 어려운 이별을 선택하였다.

C.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영화 속 배경은 1941년 12월로 세계사에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여 미국이 대일 선전포고로 마침내 잠자는 거인의 코털을 건드려 참전케 한 시점으로, 실제 영화 개봉은 1942년 11월로 전쟁의 엄혹한 현실이 사랑하는 두 연인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전쟁 기간 중 상영된 영화이기에 영화 내용 중에 은근히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것은 릭의 카페에서 독일군들이 피아노를 치며 독일 군가를 부르자 레지스탕스의 리더 ‘빅터’는 악단에게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연주해달라고 요청하고, 연주가 시작되자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이 노래를 합창하자 사람들은 나치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연주는 나아가 관객들의 가슴마저 뛰게 했다. 전쟁 중의 프랑스령 카사블랑카는 도시의 공간감을 동시에 일깨워 주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미래를 밝히기 위해  숭고한 결심을 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에필로그>

영화<카사블랑카>에는 잊을 수 없는 음악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감성이 있으며 남녀 주인공들은 멋진 아름다운 모자를 쓰고 인간으로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하는 모습이 클로즈업 화면으로 강조되면서 인물 내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감동을 더 해준다.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파괴된 감정 속에서도 미래를 밝히는 결심과 약속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엔딩에서 보듯이,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도 행복한 시절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체 빛나는 미래를 위해 숭고한 결심을 해나가는 용기를 응원한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Here’s looking at you, kid)”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