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누군가 당신을 기억하는한(Remember), 당신의 삶은 영원하다!
<프롤로그>

멕시코의 고유 명절 “죽은 자의 날(Day of the Dead)”은 10월 31일부터 11월2일까지 3일간이며 마지막 날인 11월 2일은 국가적 공휴일이다. 멕시코는 죽음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죽고 난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죽은 이들을 엄숙하게 추모하는 제사 문화와는 달리 화려한 색깔로 장식한 해골과 촛불로 무덤을 장식하고 죽음의 꽃이라 불리는 마리골드(금잔화 꽃)로 뿌려 집으로 찾아오는 길을 마련해주고 영혼이 머물다 갈 자리라며 베개와 담요를 놓고 기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다. 멕시코 어린이들은 어릴 적부터 해골을 무서워하지 않고 하나의 친구 같은 존재로 생각하여 죽은 자의 날에 다양한 해골 가면을 쓰고 축제를 즐긴다. 사실 우리의 얼굴 안에도 해골이 들어있는 것을 잊고 사는 셈이다. 현생에서 아무리 부자이고 권력이 높은 사람도 죽으면 며칠 만에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알면서도 과도한 욕심을 내고 베풀 줄 모르고 살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 Coco, 2017>를 통해 언젠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입문했을 때 가끔은 자신을 아름답게 떠올릴 사람들이 있어, 죽어도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누군가 당신을 기억하는한(Remember), 당신의 삶은 영원하다!
<영화 줄거리 요약>

집안 대대로 신발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미구엘’, 그러나 신발을 대대로 만들게 된 배경에는 엄청난 사연이 있다. 과거 미구엘의 할머니의 할머니(고조할머니)인 ‘마마 이멜다’는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딸 ‘코코’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가족은 노래를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해서 항상 집안에는 음악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코코의 아버지는 좀 더 유명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며 가족을 등지고 집을 떠나게 되고, 당장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 ‘마마 이멜다’는 신발 만드는 기술을 배워 생계를 꾸리게 되었다. 그것이 대대로 구두 명장의 가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음악 때문에 가족을 등지고 다시는 얼굴도 비치지 않았던 코코의 아빠는 제사상에 사진 한 장 올리지 못해 ‘죽은 자의 날’ 축제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신세가 되었고, 이 집 식구들 사이에선 음악은 금기시될 정도의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었다.

한편 선천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던 미구엘은 훌륭한 뮤지션이 되는 것이 꿈으로, 가족 몰래 혼자만의 비밀 다락방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기타를 연주하며 가장 존경하는 전설의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의 비디오를 반복해서 보며 노래를 따라 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어느 날죽은 자의 날’ 명절 준비를 하던 중 실수로 ‘마마 이멜다 ’할머니의 사진이 들어있던 액자가 깨지면서 뒤에 접혀 있던 사진에서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보게 된다. 그날부터 미구엘은 전설의 가수 ‘델라 크루즈’가 자신의 할아버지라고 믿고 그의 기념관에서 기타를 훔쳐 동네에서 열리는 경연대회에 출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기타를 만지는 순간 그는 ‘죽은 자의 세계’로 순간 이동하게 된다. 다시 현생(산 자들의 세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전에, 돌아가신 선조의 축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죽은 자의 세계에서 만난 ‘마마 이멜다’ 할머니에게 부탁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자신과 딸을 버리고 가출한 남편을 원망하면서, “만약 미구엘이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면 축복을 내려 현생으로 돌려보내겠다고”하는 조건부 제안에, 미구엘은 음악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에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설의 가수 델라 크루즈를 만나 축복을 받아 현생으로 돌아가려고 작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만난 ‘헥터’라는 떠돌이 영혼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델라 크루즈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손자임을 밝히나, 사실은 그는 미구엘의 할아버지인 ‘헥터’를 독살한 사악한 친구임이 밝혀지게 된다. 미구엘이 델라 크루즈에 의해 동굴에 갇혀 현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마 이멜다 할머니와 자신의 진짜 할아버지 헥터의 노력으로 현생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편 ‘죽은 자의 세계’에서는 델라 크루즈 자신이 친구인 헥터를 죽이고 명곡들을 탈취하여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는 것이 실수로 생방송되어, 헥터는 마침내 명예를 회복하게 되고 가족들도 오해를 풀게 된다.

1년 후 돌아온 ‘죽은자의 날’에는 코코 할머니가 찾아낸 ‘헥터’ 할아버지의 사진 덕분에 헥터, 이멜다 그리고 최근에 돌아가신 코코 할머니가 함께 이승으로 내려와 가족들과의 축제를 즐기게 되고, 미구엘도 가족들의 인정 속에 뮤지션으로 성장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누군가 당신을 기억하는한(Remember), 당신의 삶은 영원하다!
<관전 포인트>

A. 악당 가수 델라 크루즈가 헥터를 독살한 이유는?

유명해지기 위해 가족을 등지고 집을 나온 헥터는 오래가지 않아 가족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헥터는 작곡 실력도 뛰어나 좋은 노래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친구였던 델라 크루즈는 집에 돌아간다는 헥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헥터의 음악이 탐이 났던 델라 크루즈는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술을 한 잔 하자며 술에 독을 타 헥터를 독살하고, 낮에 먹은 소시지가 상해서 죽은 것처럼 위장한 후, 자신은 헥터의 기타와 곡을 훔쳐 대히트를 치고 유명인이 된다. 헥터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으며 가족들에게마저 원망을 받는 가장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B. 영화 <코코>의 배경인 멕시코 문화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노력한 것은?

픽사를 인수한 제작사 디즈니에서는 3년간 멕시코 전역의 박물관, 시장, 광장, 교회, 묘지 등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고,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좋아하는 음색과 즐겨듣는 음악, 일상생활과 전통에 대해 인터뷰를 하여 가장 멕시코다운 정서를 창출해 내었다. 또한 멕시코의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원숭이 그림을 적용하여 영화에 접목하기도 했고,  1930년대 멕시코 시티 출신의 아티스트 ‘페드로 리나데스’에 의해 탄생한 상상 속의 동물(나비의 날개를 한 당나귀, 황소의 뿔을 가진 수탉, 독수리의 머리를 가진 사자 등의 동물이“알레브리헤(Alebrijes)”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만든 멕시코를 대표하는 전통예술)을 영화에서 “각 영혼들을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호위하는 영혼의 인도자 이자 영험한 힘을 지닌 신비한 동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C. 영화에서 사람은 3번 죽는다고 하는 내용은?

영화에서 사람은 숨이 멎는 순간 생물학적으로 죽고, 장례식에 온 조문객들이 떠나갈 때 사회적으로 죽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으면 그때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D. 영화<코코>에서 나온 유명한 곡은 ?

코코가 어릴 적, 아버지였던 헥터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작곡하고 자주 불러주었던 노래이며, 나중에 치매에 걸린 코코 할머니가 손주인 미구엘과 같이 잊혔던 아버지의 사랑을 되살려내는 따뜻한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90회 아카데미상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누군가 당신을 기억하는한(Remember), 당신의 삶은 영원하다!
<에필로그>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하러 가던 여정에서 하룻밤 머문 동굴에서 목이 말라 떠먹은 물이 너무 달아 감로수라고 여겼으나 아침에 해가 밝아 보니, 죽은 자의 해골로 썩은 물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지만, 모든 것이 생각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크게 깨닫고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로 돌아와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는 것을 역사에서 보았듯이, 현생에서 최선을 다해 산후 언젠가 맞이할 죽음도 관점에 따라서는 슬프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고 일종의 축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코코>에서는 시사하고 있다.  <코코의 OST>에서  “날 기억해줘 슬픈 기타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걸 알아줘”처럼 죽은 자의 진정한 무덤은 산자의 가슴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 뒤에도 삶이 이어진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진 멕시코 주민들의 문화에서 보듯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만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생로병사의  인생 여정에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면서 감사와 배려의 실천으로 영원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