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는 ‘방문 걸어 잠그기’이다. 닫힌 방문 앞에서 부모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아이가 혼자 방에서 뭐하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아이가 방문을 잠그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부모에게서 의존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기를 하겠다는 신호이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은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에서 슈필 라움(Spielraum)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슈필라움의 우리말 번역은 ‘주제적 공간’이다.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 이 결합되어 생긴 단어로 놀이 공간, 나아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의 앙상블’이라고 정의 내린 뒤 ‘공간이 문화’이고 ‘공간이 기억‘이며 ’ 공간이야말로 내 아이덴티티‘라고 못을 박았다.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이 생기고 봐줄 만한 매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고 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자기 방을 고집하고 문을 잠그기 시작하는 것은 주체적 개인으로, 한 사람의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해 달라는 인정투쟁의 다름 아니다.
사춘기가 되어 아이가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지 않고 침범한 경우이다. 세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아이는 공격적인 행동이나 반항적인 태도로 분노를 발산하려고 한다. 아이가 반항하고 화를 내면 부모는 행동을 고쳐주는 데만 급급해 야단을 치고 과도하게 간섭하면서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부모가 이렇게 대응할 경우 아이 마음속에는 자신이 못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게 되고 정작 부모가 원하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 분노만 점점 커진다. 아이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이 어떤 충고보다 더 필요할 때가 있다.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부모는 소설을 쓰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이 녀석이 반항하네!’ 결국은 참지 못하고 거칠게 방문을 두드리며 고함친다. 아이에게 사생활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행동이다. 하지만 아이도 엄연히 한 사람의 고유한 인격체로 존중 받아 마땅한 존재다. 부모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할 경우 상처 받고 괴로워한다. 방문만 잠그는 게 아니라 마음의 문도 꽁꽁 닫아걸게 된다.
사춘기의 발달과업인 정체감 형성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방문을 닫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 마음속 폭풍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나쁜 짓을 하는지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는 가늠할 수 없는 은하수처럼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방 하나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미래를 설계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대신 정체감 혼란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며 살지 모른다.
<프롤로그>최근 어린 딸을 포함한 한 가족이 바닷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과 함께 깊은 슬픔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유가 뭐든 간에 피어보지도 못한 해맑은 10세 소녀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린다. 영화<로렌조 오일(Lorenzo's oil), 1992>에서 어린 아들이 희귀난치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부모는 냉담한 사회적 현실에 좌절하지만 절망을 딛고 스스로 획기적인 개선 물질을 개발하여 자식과 많은 사람들의 삶을 연장시키게 된다. 삶은 그만큼 고귀하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 준다. 지금 어른들이 저지른 지구 오염과 전쟁으로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세상이 점점 없어지는 위기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영화 줄거리 요약>유명 경제학자였던 어거스토(닉 놀테 분)는 동아프리카의 코모로 섬에서 가족과 함께 새로운 직장인 세계은행이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시점, 부인 미키엘라(수잔 서랜든 분)는 유치원에서 5살 된 아들 로렌조의 행동이 갑자기 사나워졌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을 찾은 결과 아들이 희귀 유전병인 ALD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백방으로 치료방법을 찾지만 의사들은 2년 내에 사망할 거라는 진단을 내린다. 부부는 사회의 무관심과 냉정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아들을 살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관전 포인트>A. 로렌조가 앓는 ALD는 어떤 병인가?부신백질이영양증 이라는 이병이 알려진 것은 10년 정도로 치료법은 물론 원인조차 잘 모르는 희귀병이다. 10세 미만의 남자아이들이 주로 걸리는 병으로 발병 후 2년 이내에 사망하고 원인으로는 뇌 백질과 부신
<그림 제공 : 김봉수님><사진 제공 : 서한수님>※칼럼 제목으로 적은 “唐津別莊美人梅(당진별장미인매)”는 정식 제목을 편의상 약칭한 것입니다. 오늘 살펴볼 아래 시는 매우 고난도의 작품이기 때문에, 원시와 번역시 및 주석을 상호 참조하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하여, 매구마다 원문자로 구수(句數)를 표시하였습니다. [번역노트]를 제대로 감상하시려면 최소한 [주석] ⑤, ⑥, ⑦, ⑧의 내용은 반드시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唐津別莊予不在時靑齊兄見訪植數株梅樹其品種名美人梅今日來賞有謝惠作以簡之(당진별장여부재시청제형견방식수주매수기품종명미인매금일래상유사혜작이간지) 李永朱(이영주)①眼疑美樹佇迎吾(안의미수저영오)②賓訪空莊暗植渠(빈방공장암식거)③或憫如鰥生燥槁(혹민여환생조고)④以希結伴共居諸(이희결반공거저)⑤輞川睛點圖方活(망천정점도방활)⑥和靖心開興自餘(화정심개흥자여)⑦惠顧助營三徑院(혜고조영삼경원)⑧謝衷只寄八行書(사충지기팔항서) [주석]唐津別莊(당진별장) : <시인의> 당진에 있는 별장. / 予不在時(여부재시) : 내가 있지 않을 때. / 靑齊兄(청제형) : 청제 형. 청제(靑齊) 김봉수(金鳳洙) 선생을 친근하게 칭한 말이다. / 見訪(견방) : 방문을 받다. 시인 입장에서는 방문을 받은 것이지만 청제 선생 입장에서는 방문을 한 것이므로 ‘방문하여’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 植數株梅樹(식수주매수) : 몇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다. / 其品種名美人梅(기품종명미인매) : 그 품종의 이름이 미인매이다. / 今日來賞(금일래상) : 오늘 와서 감상하다. / 有謝惠作(유사혜작) : ‘謝惠’가 선물을 받은 데 대하여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