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ICO가 시작된 이후 정확하게 얼마의 자금이 ICO에 투자되었는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정부는 아예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에 실태 조사나 통계 조사 및 시장 파악을 방기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그 어느 단체나 집단이 비싼 비용을 들여 또 공개하기 꺼려하는 ICO 금액을 추적하고 밝혀 낼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더해서 투자받을 때 암호화폐로 받았던 현실, 그리고 중간 투자유치 다단계 집단이 뜯어간 엄청난 규모의 수수료를 감안해 볼 때 투자자들이 투자한 금액과 회사가 투자받은 금액은 도저히 일치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ICO 시장에서 통상 자금을 유치해주는 중간 거간꾼들은 50% 이상을 이리저리 떼어갔기에 투자금액 집계는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숫자가 나올 뿐이다.

그러나 줄잡아 수천 개가 넘는 기업이 ICO에 도전하였고 이 중에서 동작 빠른 일부 기업들 상당수가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하였기에 협회를 통해 대략 파악된 추정 ICO 금액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조 원은 넘을 듯하다.

2017년 말 범 현대가의 정대선 대표의 에이치닥은 당시 조달한 금액이 비트코인 시세로 6천억 원이 넘었다고 보도되고 있으며,

지난 3월에 검거된 캐시 강으로 유명한 코인업의 경우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거론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찌 보면 2조 원 이상의 자금(이는 순수한 필자의 추정 금액임)이 ICO에 투입되었으며, 이 중에서 실제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된 자금은 대략 30% 미만으로 보여진다.

그만큼 중간 거간꾼들의 횡포가 심했다는 의미이며 다단계의 특성상 중간 과정에서 녹아 없어지며 사라지는 금액도 많았고,

ICO를 암호화폐로 수령한 이후 암호화폐 시세가 대폭 하락하는 바람에 실제로 업계가 사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별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결과는 산업적으로, 또 투자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백해무익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이러한 사태가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을 무엇보다 정부의 난장판 시장 방임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하며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미국의 SEC는 수상하다고 판단되는 ICO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려 함부로 ICO를 하지 못하게 해온 것은 물론,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업체를 압수 수색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형사 고발하는 조치까지 취하면서, ICO 기업이 자금 조달에 사용된 코인이 증권형이 아니라는 것을 업체 스스로 입증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미국 스타트업들이 함부로 ICO에 나설 마음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기에 투자자들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의 ICO에도 미국 국민이 참여할 경우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고 미국인이 참여한 ICO는 미국 SEC 기준에 따라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의 ICO 투자 대상에서 아예 미국민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외하게끔 하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는 코인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것으로 분류하여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만 제시하고,

법도 없는 상태에서 선언한 ICO 금지가 오히려 허황된 외침으로 해석되어 대다수 용감한 기업들은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무늬만 외국 기업으로 치장하여 ICO를 강행하는 광풍을 이어갔다.

시장의 모든 암호화폐 투자행위에 대해 정부는 일체 모르쇠로 일관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겁 없는 무법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으며 이러한 무법자들이 판치는 불법 투기판에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많다.

당장 눈앞의 돈의 유혹에 넘어가 요행수를 바라고 뛰어든 일부 함량 미달의 기업가(?)들은 투자유치 몇 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 투자자들로부터 상장 압박과 상장 후 코인 가격 폭락에 따른 엄청난 시달림을 받으며 곤욕을 치고 있고, 이를 못 견딘 몇몇 관계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였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요행수를 바라고 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자금 모집 몇 달도 안된 시점에서 코인을 보유한 마구잡이 투기꾼들의 빗발치는 협박에 엄청난 상장 Fee를 지불하며 무리한 상장을 진행하였고,

상장과 동시에 홀더들은 서로 원금의 일부라도 찾겠다는 욕심에 보유 코인을 모두 투매를 해버리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코인 가격은 가루가 되어버렸다.

행여 상장 후 코인 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할 경우 추가 자금조달을 통해 기사회생을 기대했던 기업들은 그로기 상태가 되면서 자금 조달의 길이 사라져 버렸고,

최후의 수단으로 신생 거래소에 이중 삼중으로 상장하여 펌핑을 통해 투기 도박꾼들의 푼돈을 뜯어내며 생명을 연명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우매한 정책 탓이다.

ICO 투기 바람이라고 판단되었다면, 초기에 적격 투자자가 아니면 투자하지 못하게끔 적극적으로 투기 바람을 차단하던가,

아니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만 허용하는 방법의 도입으로 일반인들의 투자를 원천 차단했다면 이러한 형편없는 현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요행과 욕심에 빠져 다단계 사기꾼들에게서 파 떼고 포 떼고 잔돈푼 받아 결국 사업도 제대로 못해보고 몰락의 길로 빠져든 함량 미달의 사업가들이나, 2017년 ICO 초기에 투자유치에 깊숙이 뛰어든 다단계 조직이 확인되고, 암호화폐의 투기 성향이 확인되자마자 불과 4개월 만에 전광석화와 같이 ‘ICO금지’라는 선언 하나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정부나 모두 똑같다고 본다.

이러한 정부의 민감한 반응의 배경은 2006년 2조에 달하는 다단계 사기꾼 주수도 사건과 2008년 8조 사기꾼 조희팔로 이어지는 다단계 피해에 화들짝 놀라고, 전 국토가 도박장이 되어버린 ‘바다이야기’ 사건의 여파를 겪으며 산업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그 피해에 따른 책임 추궁이 두려워 서둘러 ICO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본다.

결국 양측 모두 가서는 안 되는 길을 간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며, 역설적으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다단계 거간 꾼들이라는 웃지 못할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씁쓸한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모인 협회장의 입장으로서 어처구니없는 하이에나 같은 사이비 사업가들이나 정부 모두가 보기 싫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