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주에서 길을 잃다!
<프롤로그>
1952년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는 인간미가 있는 “철완 아톰”이라는 상상력이 가득한 로봇 주인공을 만들어 냄으로써 1945년 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번 재기할 수 있는 꿈과 용기를 준다. 그로부터 일본은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 일류의 제품들을 만들어 냈고 급기야 한국전쟁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확실한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등 세계의 리더들은 미래의 먹거리는 오직 인공지능(AI)산업의 선점을 누가 하느냐에 달렸다는데 한 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고, 모든 국가적인 리소스를 집중시키고 있다.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은 아니지만, 자율 자동차와 로봇 청소기 등의 상용화는 이미 로봇이 가전제품의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미국에서 1965.9.15~1968.3.6까지 CBS에서 제작 방영하여 인류의 미래를 상상력과 함께 제시한 드라마 <로스트 인 스페이스 Lost in space, 1998>는 1960년대 <스타트렉 Star Trek)>시리즈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많은 과학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매주 에피소드 형태로 진행되는 다양한 행성에서의 외계 생명체 등 위험과의 조우에서 그것을 로빈슨 가족들이 끈끈한 가족애와 슬기로움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내부 스파이 “스미스 박사” 역시 서서히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로빈슨 박사의 막내아들 윌과 로봇과의 우정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주에서 길을 잃다!
<영화줄거리 요약>
공해와 오염으로 수명이 다한 서기 2058년의 지구, 인류는 지구와 닮은 행성 “알파 프라임”을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과학자 “로빈슨 박사(윌리엄 허트분)”와 그의 가족들이 쥬피터 2호를 타고 알파프라임으로 향한다. 그러나 알파프라임 행성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테러 집단 ‘글로벌 세디션’은 스미스 박사(게리 올드만 분)를 스파이로 심어 놓고 로봇을 조작하여 주피터 2호의 내비게이션 장치를 파괴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스미스 박사 역시 조직의 배신을 당해 우주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고, 로빈슨 가족과 함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비상사태로 인해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로빈슨 박사는 주피터 2호가 이미 태양의 중력장 안으로 끌려가고 있음을 알고 최후의 이동 수단인 하이퍼 드라이브를 사용해 위치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은하계로 점프 후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악전고투로 길을 찾던 쥬피터 2호와 가족들은 또 다른 지구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우주선은 훨씬 미래 차원에서 자신들을 구조하기 위해 추적해 온 지구 우주선 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미 형태의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미스 박사가 거미에게 크게 다치고,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주피터 2호는 근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다. 다시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로빈슨 박사와 조종사 웨스트 소령은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나게 된다. 한편 로빈슨 박사가 찾아온 미래 차원의 장소에는 자신들을 기다리다가 이미 사망한 가족들의 무덤과 마지막까지 기다리며 어른으로 성장한 아들 윌과 로봇이, 도망간 아버지를 저주하며 살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결코 가족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해를 푼 아들 윌은 자신이 발명한 타임머신에 아버지를 태워 과거(추락하기 전인 주피터 2호)로 돌려보내서 가족들을 모두 구하게 된다. 거미에게 공격받은 후 괴물이 된 스미스 박사는 결국 악의 죗값을 받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주에서 길을 잃다!
<관전 포인트>
A. 로빈슨 박사의 아들 윌과 로봇과 끈끈한 우정
실제로 로봇은 자신을 만든 악당 스미스 박사의 말보다 정의감과 용기가 있고 배려심이 있는 윌의 말을 잘 따르는데, 이에 스미스 박사가 기회만 있으면 로봇을 망가뜨리려고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잘 교육된 로봇은 사악한 인간보다 더 정직하고 유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운다.

B. 다양한 과학적인 상상력
이 영화는 사전 기획 단계부터 미항공우주국(NASA)에 우주선 모형을 비롯하여 미래 시뮬레이션 공간, 타임머신 광속터널 등에 관한 고증을 의뢰하는 등 많은 준비 단계를 거쳤다. 또 21세기 사이버 공간의 재현을 목표로 홀로그램(Hologram)을 위시한 800여개 이상의 다양한 특수효과, 윌의 로봇 원격조종그래픽, 11단계를 거친 정교한 사운드 믹싱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특수 효과가 영화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상상력 가득한 영화이다. 특히 하이퍼 드라이브를 탈 때 붕 떠 있는 캐릭터들 주변을 카메라가 도는 것은 비슷한 특수효과로 유명해진 영화 “매트릭스(1999.5)”보다 1년 앞서 선보인 특수 효과이다.

C. 소설 로빈슨 크루소
18세기 영국 소설가 다니엘 디포가 쓴 “로빈슨 크루소(1719)”를 연상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바다를 좋아해서 “지구상의 바다를 모조리 정복하고 말겠다”는 꿈을 키워 왔던 로빈슨 크루소는 19세에 마침내 선원이 되고, 항해 도중 폭풍우에 배가 가라앉아 가까스로 구조되는 등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선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아프리카로 가는 더 험난한 항해를 택하게 된다. 그러나 항해 도중 카리브해 인근에서 폭풍을 만나 침몰하고 혼자만 살아남아 외딴 무인도에서 원주민 “프라이데이”와 27년간 살아가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모험 진지한 스토리이다. 이 소설에서 로빈슨 박사 가족들이 우주에서 미아가 되어서도 용기와 꿈을 가지고 끝까지 도전해 나가는 점이 비슷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주에서 길을 잃다!
<에필로그>
최근 많은 영화에서 로봇이 등장하면서, 미래 사회에서 로봇이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가전 제품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로봇의 역할 또한 무한대로 넓어질 것이다. 현재도 고도화 되는 자율자동차와 IBM의 왓슨 같은 의료 AI,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만든 “페퍼” 로봇은 다양한 용도로 실용화되기도 하였다. 미래 로봇의 역할은 점점 지능화되어가는 범죄 사건에서 예방과 해결의 보안관 역할, 맞벌이 부부에게는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충실한 아이 돌보미, 독신자나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신개념 반려로봇, Deep learning 이 구동되는 슈퍼컴을 장착한 로봇에서는 각종 어학 및 맞춤형 지식 학습 채널로도 활용될 것이다. 만화나 영화에서 상상력으로 시작된 로봇이 이제 우리의 실생활에 더욱 깊숙이 그리고 더욱 편리하게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도 선의의 활용자와 동반자로서 바람직한 관계 설정과 적합한 윤리의식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