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오버슈팅이론
(101-29) 동호회 총무와 오버슈팅이론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장소를 지나쳐 더 많이 가버린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을 하는데 조종사가 조종을 잘못해 비행기가 안전한 활주로 영역을 벗어나 제대로 된 착륙에 실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생태학에서도 오버슈팅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인구가 크게 늘어 생태계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해 결국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경우를 말한다.



물리학의 제어 이론(control theory)에서 어떤 균형 상태 값(steady-state value)이 충격을 받으면 다른 균형 상태 값으로 움직이는데, 실제 수치가 새로운 균형 상태 값보다 더 많이 측정되는 경우에 오버슈팅한다고 말한다. 그 수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균형 상태 값으로 돌아오게 된다. 경제학에서도 오버슈팅 이론을 자주 사용한다.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환율·주가·금리·부동산 가격 같은 가격 변수가 단기적으로 장기 균형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 급등하거나 급락했는데,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 균형 가격 수준으로 수렴하는 현상이 그렇다. 경제에 어떤 충격이 왔을 때 상품 가격은 천천히 움직이는 데 비해 자산 가격은 더 신속하게 반응을 보인다. 통화의 가격인 환율이나 금리에서도 오버슈팅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오버슈팅 현상은 자기관리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사람이 열심히 자기 자신을 연마해 실력을 키웠는데 인력시장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이뤄져 연봉이나 강의료가 과도하게 책정되면 그 사람을 원하는 수요가 줄어들어 결국 새로운 연봉이나 강의료 수준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오버슈팅을 했다가 떨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거품이 빠졌다, 버블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나쁘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오버슈팅은 어떤 것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니 반드시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중에서)



‘나대다’라는 말이 있다. 동의어로는 ‘나부대다’이고 뜻은 얌전히 있지 못하고 철없이 촐랑거리다 라는 뜻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버슈팅한다는 의미가 많이 들어있다. 어느 회사의 사내 독서모임의 총무인 ‘홍나대’가 있었다. 이 사람의 문제는 늘 의욕이 차고 넘치는 것이었다. 본래는 2주에 책을 한 권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지만, 모임의 회수가 작다고 늘리자고 하고 있다. 그리고 회원의 수가 더 늘어서 회사가 좀 더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회원 가입을 권하곤 한다. 게다가 번개모임도 수시로 만들며 저녁 회식자리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아 독서클럽의 이런저런 자리가 꽤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런 그의 넘치는 의욕이 사람들의 불만을 불러들이고, 높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어 부담스러워하는 회원들도 생기게 되었다. 심지어는 윗 사람에게 자기 과시하기 위하여, 아부하기 위하여 독서클럽의 총무를 한다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그러면서도 회원들은 자기가 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방도가 없어 그대로 속으로 삭이며 따라가고 있다.



열정을 가지고 활동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뭐든지 정도라는 것이 있다. 문제는 그 정도를 지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홍나대씨처럼 ‘나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좀 얌전히 하면 또 ‘이 번 총무는 너무 얌전해, 도무지 의욕이 없고, 활동성이 없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이런 때는 또 언더슈팅(undershooting)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버슈팅과 언더슈팅 어떤 쪽이 더 나을까?

나는 단연코 차라리 오버슈팅하라고 한다. 오버슈팅하면 좀 무리는 있지만, 어쨌든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높다. 지나쳐서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더슈팅은 애초부터 목표를 도달하지 못한다. 목표에 도달할 만큼 힘을 써야하는 데, 그보다 더 적게 노력하니 목표에 도달할 리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는 서울대가 아니라 ‘들이대’라는 말이 있다. 마구마구 들이대다 보면 일은 이루어진다. 오버슈팅하라는 말이다. 총무는 일부러라도 오버슈팅하고, 들이대고, 나부대야 한다. 그래야 회원들도 마지 못해 따라하고, 그런 총무의 모습을 보며 흥겨워 따라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의욕이 생겨 따라한다. 그리고 오버슈팅은 어느 새 정상적인 활동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장의 슈팅 방향이 정확하다면, 총무의 오버슈팅은 골대를 뒤흔들겠지만, 언더슈팅한다면 골대까지도 못가고 공은 서버린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