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조직을 없애면 어떻게 하겠는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인재개발원을 없앤다면?

아내와 함께 동네 식당을 돌며 ‘만원의 행복’을 즐긴다.
이번 주는 일식으로 3곳을 가자고 의견을 보고, A, B, C 일식당을 방문했다.
A식당은 문을 열자마자 주방장이 큰 소리로 “어서 오세요”하며 반긴다.
마치 우리 식당의 회는 내 목소리처럼 싱싱하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메뉴판을 보니, 만원 범위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탕과 회덮밥이었다.
각 1개씩을 주문하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
이런 식당에서는 초밥도 맛있을 것 같아서
더 주문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B와 C식당은 안내하는 종업원이 무척 피곤한 듯하다.
대충 앉고 원하는 것 빨리 시켜 달라는 표정이다.
물을 주문하니 물만 가져다준다.
컵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내가 다른 곳에 가자고 했지만, 이왕 들어왔는데 먹고 가자고 달랬다.
하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에 탕만 시켰다.
생각이 떠나서인지 탕 맛도 없었다.
식사하는 동안 종업원을 볼 수가 없었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종업원이고, 급여만 받으면 되고,
이곳 아니면 다른 곳에서 먹어라’는
생각이 혹시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갈 정도였다.

평가, 보상 등 인사 전반에 대한 기획과 조직문화 업무를 수행하다가,
인재개발원장으로 겸직을 받았다.
첫날 인재개발원 전 직원을 모아 놓고
“이 조직이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를 적어 보라”라고 했다.
적힌 내용을 보면, 이 조직은 성장 발전하겠구나,
이 조직은 없애도 아무 문제도 발생되지 않겠구나 판단이 된다.
기업의 조직이라면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추구하는 바람직한 모습과 목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이라면 믿음이 생기고 이 곳에서
무엇인가 이루어 보겠다는 열정이 생긴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이 다르고,
그 생각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일반적 내용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당신이 속한 조직을 없앤다면 당신은 무슨 생각, 어떤 행동을 하겠는가?
당장 근무할 부서가 없어졌으니 자신을 원하는 부서를 찾아다닐 것인가?
구조조정을 생각하며 충격에 빠져 아무 일도 못하고 멍하게 있겠는가?
이 조직은 이런 중요한 미션과 비전이 있고, 지금 이런 전략 하에 이렇게 노력하여
성과를 내고 있는데,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반대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회사에 더 큰 성과를 창출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는가?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가?
조직을 책임지는 조직장은 혼자만 잘났다고
무조건 나를 따라라 식으로 조직과 구성원을 이끌어서는 곤란하다.
조직의 개개인이 자란 환경과 성격은 다르지만,
하나의 모습과 한 방향으로 한 마음이 되어
악착 같이 달린다면 그 조직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힘든 역경이라도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헤쳐 나간다.
그러나, 조직장 혼자 이끄는 조직은 조직장 부재 시 엉망이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거나 멍한 모습으로 문만 바라본다.
혹시 누군 가 자신들을 이끌어주길 기다릴 뿐이다.
조직을 이끄는 조직장은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시켜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첫째, 조직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전략과 중점과제,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내재화시켜야 한다.
이번에 출판된 정진호 소장의 ‘가치관으로 경영하라’를 보면
이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둘째, 조직에게 부여된 R&R(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회사/ 상사와 해야 할 일을 연계하고, 일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야만 한다.
성과가 없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조직은 힘들 수밖에 없다.
성과가 높은 조직은 설령 사소한 잘못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
셋째, 구성원 모두가 신뢰를 바탕으로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열정을 다해 열린 마음으로 팀워크를 중요시하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당장은 개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조직과 회사가 이익이 된다면 당연하다 생각하고 실행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넷째,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에 임하고,
일을 하며 자부심을 느끼며 즐기도록 지도하고 배려한다.
다섯째, 항상 변화에 민감하여 변화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 대응을 하며
자신이 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아무나 조직장이 되지 않는다. 조직장은 조직을 망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A부문장 밑의 직원은 쳐다보지도 마라.
그들은 안정의 늪에 빠져 도전할 줄 모르고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들이다”
란 말을 듣는 무능한 조직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로부터 존경받고 롤모델로 기억되는 그런 조직장이 되어야 한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