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익을 따라 모이고, 이익을 좇아 흩어진다. 좀 냉정한 듯하지만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중심에는 이(利)가 있다. 단지 이익을 내걸으면 모양새가 빠지니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울 뿐이다. 흔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한다. 정치적 냄새가 짙은 슬로건이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누구는 뭉쳐서 살지만 누구는 뭉쳐서 죽는다. 누구는 흩어져서 죽지만 누구는 흩어져서 산다.

진(秦)·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전국칠웅(戰國七雄)’은 한해가 멀다하고 전쟁을 치렀다. 먹지 않으면 먹히는 약육강식의 시대엔 무엇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어느 시대나 막강한 군대, 뛰어난 외교술이 생존을 담보한다. 물론 그 둘을 모두 쥐면 천하무적이다.

서쪽의 대부분을 진나라가 차지하고 나머지 여섯 나라가 동쪽을 분할한 시기. 귀곡자에게 수학한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세 치 혀로 명성을 날렸다. 소진이 동쪽의 여섯 나라를 돌며 설득했다. “약한 나라가 뭉치지 않으면 바로 망합니다. 여섯 나라가 한마음으로 맞서면 진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치 있는 논리였다. 남북 나라들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합종(合從)으로 군사동맹을 성사시킨 소진은 그 공로로 여섯 나라 재상직을 한 몸에 겸했다.

1대 6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을 때 장의가 연횡(連衡)을 들고 나왔다. 장의는 약한 나라들끼리 손을 잡는 것보다 강한 진나라와 화친을 맺어야 백성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고만고만한 남북의 종(從)보다 강자와 손을 잡는 동서의 횡(衡)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그 또한 이치 있는 설득이었다. 장의의 ‘개별격파’가 먹혀들면서 소진의 합종책은 곳곳에서 균열이 생겼다. 외교술이 탁월한 사람을 종횡가라고 부르는 것은 ≪사기≫에 나오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 뿌리다. 전쟁에선 혀보다 칼이 더 위력이 센 법이다. 진은 합종을 무너뜨린 뒤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천하를 거머쥐었다.

사자는 무리를 짓지 않는다. 그건 홀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펭귄은 무리를 짓는다. 그건 뭉쳐야 살 수 있다는 지혜다. 세상은 외길이 아니다. 이합집산은 길을 가는 요령이다. 한데 뭉치고 흩어짐에 이익만을 좇으면 길을 잃는다. 소신 없이 무리의 논리에만 휘둘리면 나를 잃는다. ‘내가 약한’ 동쪽의 여섯 나라는 우왕좌왕하다 결국 모두를 잃었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